▲울산건설플랜트노조 간부와 조합원 3명은 5월 1일부터 SK 울산공장 정유탑에서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정유탑 중간 쯤에 그물망을 설치해 놓았다.오마이뉴스 윤성효
이들은 현재 서울과 울산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월 30일부터 서울 아현동에 위치한 SK건설 현장의 타워크레인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노조 배관분회 이문희(42) 부분회장을 비롯한 3명은 지난 1일부터 SK 울산공장 정유탑(80m)에 올라가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펼침막을 내걸고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지난 9일 찾아간 울산 고공농성장 주변은 경비가 삼엄했다. SK 경비원과 경찰이 배치되어 감시하고 있다. 공장 옆 도로에는 주차도 마음대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정유탑 중간쯤에 그물망을 설치해 놓았다. 9일 오후 노조 관계자가 전달해 주는 음식물도 경찰의 '검열'을 받은 뒤 전달될 정도다.
경찰은 또 체포영장 발부자의 검거에 나서고 있다. SK 공장을 비롯한 울산지역은 한 노동자의 말대로 '비상계엄'이 내려진 상황이라고 할 정도의 분위기는 험악하다. 이 와중에 1000여명의 조합원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의 고통도 이만저만 아니다.
울산시와 경찰서, SK 등 사측은 노조의 파업이 '불법'이라며 빨리 일터로 돌아오기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플랜트노조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각종 기자회견이며 성명서 발표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 9일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건설플랜트노조 파업에 연대투쟁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또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오는 23일~25일 '울산건설플랜트노조 투쟁 승리를 위한 지역 연대총파업 파업찬반투표'를 진행하고 5월 말경 지역 연대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민주노총도 오는 27일 울산에서 '울산건설플랜트노조 총파업 투쟁 승리와 노동탄압 분쇄,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 예정이다. 노동계는 투쟁 수위를 점점 높여가고 있으며, 이를 막으려는 경찰과 사측도 강경해지고 있다.
건설플랜트 노동자들은 울산과 포항 여수 등지에서 지역별로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울산은 지난해 1월 1000여명이 모여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교섭을 요구했지만 원만히 진행되지 않았다. 노조측은 58개 전문건설업체를 교섭 대상으로 보고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하도급 업체로 원청인 SK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 "샤워시설도 제공하지 않아"
건설플랜트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선 것은 사측에게 노조와의 교섭을 압박하기 위해서다. SK는 지난 4월 29일 교섭대상 업체 가운데 7개사와 교섭을 벌이기는 했지만, 그 이후에는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노측은 집단교섭을 원하지만 사측은 개별교섭을 하자며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회사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1년 전에 소속 회사를 바꾸고, 연차휴가·초과근로수당·휴일근로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지난해 4월 삼양제넥스 폭발사고로 2명이 사망하고, 10월 바스프 현장에서 폭발사고로 5명이 중대재해를 입는 등 '울산은 산재사고의 왕국'이라고 말한다. 노동자들은 쇳가루와 발암물질인 석면에 노출된 속에 작업을 하고, 사측이 기본적인 샤워시설도 제공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