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철도매점 노동자들의 애환. 이씨는 철도매점 노동자들의 문제를 노동계가 나서서 풀어주길 기대했다. 이씨가 잠시 담배를 피우러 나간 사이 어머니 정씨가 매점 자리를 지키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월수입 100만원. 겨울이 되면 그마저 줄어들어 70만원.
새벽 5시에 문을 열어 자정 무렵까지 일해 버는 수입치고는 턱없이 적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5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 이씨는 이 일을 하면서 심장질환까지 얻어 쓰러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숨막히게 좁은 공간과 쉴 새 없이 울리는 구내방송, 고막을 뒤흔드는 철도소음이 그의 건강을 갉아먹은 것이다.
두 모자가 먹고 자고 일하는 공간은 2평 규모의 철도매점. 노모의 잠자리 쪽에는 전기장판이, 아들이 눕는 곳에는 낡은 소형 TV가 놓여 있다. 노모의 잠자리 밑에는 물건과 함께 밥통과 간이찬장이 놓여 있다. 그야말로 꼼짝달싹할 수 없는 좁은 공간이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두 모자의 체구가 작다는 것이다.
두 모자의 집은 서울 H동의 서민임대아파트. 퇴근하지 않고 매점에서 먹고 자는 것은 차비와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다. 월수입 100만원에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25만원), 임대보증금 상환금과 임대료(20만원), 가스비와 전화비 등 공과금(25만원), 어머니와 아들의 병원비(25만원) 등을 제하면 생활이 불가능하다. 지난 5년 동안 2천만원의 빚을 졌다고 이씨는 밝혔다.
이씨는 친구나 동참모임에 거의 발길을 끊다시피 했고, 어머니 정씨는 친지들로부터 결혼식 등 경조사 연락이 오면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말했다. 쪼들리는 형편이 인간관계까지 차단시키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저축이나 보험 등 미래를 향한 투자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처지이다.
"이 상태에서 큰 병이라도 나면 끝장납니다."(어머니 정씨)
"당장 살기도 힘든데 미래를 위해 투자할 겨를이 어디 있습니까."(아들 이씨)
"산다는 게 비참합니다. 새벽에 매점 밖으로 나가면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 같아 창피스럽습니다."(어머니 정씨)
"인생에 무슨 낙이 있겠습니까. 이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려해도 실패할까봐 두렵고 건강도 안 좋아 어쩔 수 없이 참고 삽니다. 안 쓰고 안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에 매점 밖으로 잘 나가지 않습니다."(아들 이씨)
매점 판매 창구 안쪽 상단에는 결혼한 동생과 조카의 사진이 붙어 있다. 그리고 옆에는 노모가 어디선가 가져온 다음과 같은 희망의 글귀가 부착돼 있다.
"내가/ 진실하고 성실하고/ 부지런하고 정직하고/ 사랑하고 배려하고/ 이해하고 용서하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이면// 가는 곳마다/ 살 곳이 있고/ 여기서부터 복이 온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 가계부 2.
대학교 청소원 서씨, "월급이 인상돼 두 아들을 걱정 없이 가르쳤으면..."
▲인천의 한 대학교에서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비정규직 여성 청소원이 건물 밖으로 내던진 담배꽁초를 치우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서영순(여·44·가명)씨의 일터는 인천의 한 대학교.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 청소원인 그는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4시까지 강의실과 복도, 화장실 등을 쓸고 닦으며 하루를 보낸다. 허리가 아픈 것은 그 때문이다.
지난 21일 찾아간 대학 캠퍼스의 벚꽃은 봄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벤치에 둘러앉아 학생들이 이야기꽃을 피우며 4월의 정취를 즐기지만 그에게 봄꽃은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땅에 뒹구는 꽃잎을 쓸어야 할 수고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꽃이 피면 그는 한숨을 터트린다.
5년째 이 일을 하고 있는 그의 임금은 70여만원. 서씨 동료들은 똑같은 일을 하고도 정규직 청소원이 받는 180만원의 절반도 못 받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하지만 매년 용역업체와 계약하기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불만을 쉽게 토로할 수 없다.
서씨 가족의 월수입은 철공소에서 일하는 남편(44)이 받는 임금 100만원을 합쳐 170만원. 남편이 술·담배를 즐겨하기 때문에 생활비는 훨씬 줄어든다. 이 돈으로 두 아들(중3학년·고2학년)을 포함해 네 식구가 살아간다. 허리디스크로 3년 가량 쉬던 남편이 최근 일자리를 구하면서 겨우 숨통이 트였지만 그 동안 쌓인 빚 3천만원을 갚을 길이 까마득하다.
서씨가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돈은 월 10만원. 고2 학생인 큰아들의 대학진학을 겨우 저축하고 있다. 그러나 두 아들을 학원에 보내지는 못한다. 이 돈은 토·일요일,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통해 모은 돈이다. 그러나 막상 대학에 진학하면 등록금을 마련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 아르바이트를 해 대학을 다니겠다는 큰아들의 말이 대견하지만 그렇게 된다해도 그일 또한 비정규직의 대물림이다.
서씨는 "가난한 부모를 만난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잘해주고 싶어도 이 월급으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습니다"며 "월급이 인상돼 두 아들을 걱정 없이 가르쳤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소망을 털어놨다.
# 가계부 3.
하청노동자 김광복씨의 꿈은 다시 일하는 것..."작은 행복 되찾게 해주세요"
▲하청노동자 김광복씨의 가족사진. 부인 정귀숙씨는 "작은 행복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세상에 호소했다.김광록
청주 하이닉스에서 10년 넘게 하청노동자로 일했던 김광복(40)씨. 그가 주·야간 교대 근무해 받았던 월급은 170만원. 비슷한 경력의 정규직이 받는 월급 350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31일 동료 200여명과 함께 집단 해고된 그는 4개월째 거리로 출근하고 있다. 현재는 실업급여로 버티고 있지만 급여기간이 끝나는 2개월 후면 수입이 끊긴다. 친척과 부모의 도움을 받으며 버티고 있는 김씨의 가장 큰 소망은 현장으로 돌아가 다시 일하는 것이다.
김씨는 "어서 빨리 부당 해고가 철회돼 현장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도 언제 일터로 돌아가느냐고 묻습니다"며 "가족과 함께 소박하게 살고 싶은 게 꿈입니다. 그런 꿈을 짓밟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호소했다.
김씨의 부인 정귀숙(39)씨는 비정규직 가족의 어려움을 세상에 전하겠다면서 <오마이뉴스>에 편지 한통을 보내왔다. 그는 편지에서 "적은 월급이지만 월급날만은 가족이 함께 자장면 한 그릇. 통닭 한 마리. 먹을 수 있는 행복이 있었다"며 "작은 소망 하나 있다면 남편이 직장으로 다시 돌아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우리 가족에게 작은 행복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다음은 부인 정귀숙씨의 편지 '전문'이다.
남편이 해고 당한지 117일째.
3개월 전 작은아이가 2년째 다니던 피아노학원을 그만두라고 할 때 작은아이가 엄마 언제까지 기다리면 다시 피아노학원 보내 줄꺼야 하더군요.
그래서 그때 마음엔 “두세 달이면 끝나지 않을까?” 싶어서 두 달만 기다리면 다시 피아노학원 보내줄게 했더니 알았다고 하더군요. 유난히 피아노를 좋아해 한번도 학원 가기 싫다는 말을 한 적이 없는 아이였지요.
두 달이 지나 하루는 작은아이가 “엄마! 피아노학원 보내준다면서 왜 안 보내 주느냐”면서 엉엉 소리내서 울더군요. 지금 그때의 일을 생각하니 목이 메이고 가슴이 아파 오네요.
해고당한 이후로 몇 십 만원의 실업급여와 부업으로 하루에 몇 시간씩 해서 겨우 이십여 만원의 금액으로 한달 동안 네 식구가 어떻게 살아가겠습니까? 각종세금과 공과금을 내고 나면 생활비가 없어 들어가던 보험해약해서 겨우겨우 살고 있습니다.
큰 아이는 너무나 일찍 철이 들어버렸는지 보이스카웃 단원들이 가는 겨울캠핑에 십여 만원의 경비가 있어야 하는데 엄마가 힘들어하는 것을 알고 먼저 엄마 저 가지 않아도 되요 “괜찮아요”다음에 가겠다고 얘기하더군요.
그렇게 가고 싶어하던 눈썰매장을 올해도 보내지 못했습니다. 가슴이 아팠습니다. 부모가 되어서 자식이 하고 싶어하는 것을 그것도 몇 천 만원이 드는 것도 아닌데 해주지 못하는 부모님 심정을 아시는지요.
그래도 그전에는 적은 월급이지만 월급날만은 가족이 함께 자장면 한 그릇. 통닭 한 마리. 먹을 수 있는 행복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마저도 할 수 없다는 현실이 비참하고 가슴 아플 뿐입니다.
제게 작은 소망하나 있다면 남편이 직장으로 다시 돌아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지금의 하이닉스 매그나칩 사태를 알고 계시는 모든 분들께 부탁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가족에게 작은 행복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 | 비정규직 813만명,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 | | 여성 비정규직은 10명 중 7명...노조 가입률 3.1% | | | | 한국비정규노동센터(소장 김성희)는 통계청의 2004년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한 결과 비정규직 노동자는 813만명(55.9%)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절반이 넘는다고 밝혔다. 특히 여성노동자의 경우 69.2%가 비정규직 노동자로 10명 중 7명을 차지하고 있어 비정규직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형태는 임시직 363만명(24.9%), 기간제 181만명(12.5%), 파트타임 72만명(5.0%), 특수고용 70만명(4.8%), 호출근로 54만명(3.8%), 용역근로 41만명(2.8%)의 순이다.
비규직 노동자의 임금은 지난 2000년 이후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과 비교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은 109만원(2004년 8월 기준)으로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211만원의 51.7% 수준을 나타냈다.
또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의 사회보험에 가입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30% 수준에 불과해 사회보험 혜택에서도 불이익을 겪고 있다. 특히 정규직의 노조 가입률은 24.3%인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조 가입률은 3.1%에 불과해 노동3권의 사각지대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한편, 고용 기간이 정해진 경우는 기간제 또는 계약직, 고용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경우는 임시직, 하루만 고용하는 경우는 일용직 노동자라고 부른다. 파견 노동자는 파견업체에 고용돼 있으면서 다른 사업장에 파견돼 일한다. 용역 또는 사내하청 노동자는 용역업체에 고용돼 도급을 준 원청 업체에서 일한다.
단시간 노동자는 아르바이트나 파트타임 형식으로 채용된 노동자이다. 특수노동자는 개인사업자 등록을 한 자영업자 형태를 띄고 있어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레미콘 노동자, 골프장 경기보조원, 보험모집인, 학습지교사 등이 해당된다. | | | | |
덧붙이는 글 | 비정규직 공대위는 차별철폐 기금 마련을 위한 모금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계좌번호는 308-04-993301(조흥은행/예금주 김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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