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철쭉 속에 묻힌 그 능선에 가다

황매산 하루 산행기

등록 2005.05.10 21:25수정 2005.05.1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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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이 만개한 황매산 철쭉능선에서 만장이 펼력이고 있다. ⓒ 방성열

오늘(5월 8일) 미소산악회 회원들과 합천 황매산으로 산행을 다녀왔다. 비가 온다는 소식은 없었으나 어제까지 비가 간간이 내리고 아침에도 구름이 많이 끼어 혹시나 비가 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늦게까지 잠들지 못하였는데도 4시에 일어나 일찍 아침을 먹고 배낭을 꾸렸다. 황매산은 매우 가파르기 때문에 최대한 배낭이 가벼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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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산악회 운영자 다해씨. ⓒ 방성열

어제는 운영자 이쁜 다해씨에게 문자 메시지가 왔다. 김해 사는 회원인 '사계절'과 '별난사색'과 함께 오라 한다. 강금실, 이효리가 예쁘다하지만 어찌 우리 미소산악회 운영자 다해씨와 비교하랴. 개미 같은 허리에 물 찬 제비 같은 몸매를 지녔고 뭇남성들을 휘어잡는다. 난 얼른 '다해’가 가르쳐준 데로 '사계절'한테 전화를 넣었다.

"안녕하세요. 마산 사는 대둡니다."
"안녕하세요."
"근데 부산에서 안타고 마산으로 올라고요."
"네에, 마산이 가깝고 좋아요."
"그라모, 내일 마산 톨케이트에서 만납시더."

사계절과 같이 톨게이트에 도착하니 '별난 사색'이 미리 와있다. '별난 사색'은 산행이 초보라고 했지만 그 말이 거짓말이란 걸 금방 알아 차렸다. 벌써 배낭에서 전문가 냄새가 풍긴다. 외관상의 신발이며 장비 챙긴 것을 보니 전문가 수준이다. 산행하면서도 처음에는 손이라도 잡아주려고 했는데, 나중에 말하는 거 들으니 20킬로그램의 짐을 지고도 지리산을 비박도 했단다. 그것도 지난 삼십대 시절부터 십년 세월을 결혼도 미루고 다녔다고 하니 두 번 놀랐다.

우리는 이렇게 처음 만났지만 아주 오래전에부터 아는 사이인 것 같이 즐거운 담소를 나눌 동안 부산에서 출발한 관광버스가 도착했다. 어버이 날이라 그런지 좌석은 꽉 차지 않았지만 언제나 반가운 사람들과 신입 회원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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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산악회의 1호 커플, 장운과 다인. ⓒ 방성열

오늘은 특히 이번 달 22일 결혼식을 올리는 장운과 다인이 참석하여 더욱 화기애애하다. 그 둘은 ㅎ산악회부터 만난 사람들인데 이 둘이야말로 선남선녀이다.

영국의 유명한 소설가이며 독설가인 '버나드 쇼'에게 한 여배우가 이렇게 말했다. "저의 미모와 당신의 머리를 닮은 아이가 태어난다면 얼마나 행복 할까요", 그러자 버나드 쇼는 이렇게 대답했단다. "불행이지요. 나의 못생긴 외모와 당신의 돌 머리를 닮은 아이가 나온다면 말이요." 만약 장운이 다인한테 이렇게 물었다면.

"나의 머리와 당신의 미모를 닮은 아이가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호호호! 행복이지요."

흐린 날씨이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오월의 신록이 사람 맘을 들뜨게 한다. 언제나 보는 우리의 산야이지만 참 좋다. 한 구비 돌면 또 다른 구비가 나오니 암만 쳐다봐다 피로하지 않다.

"이번에는 돼지 산이 나올까?"
"아녀! 초록 도깨비산이 나올 것 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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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혈을 토해 놓은 듯 활짝 핀 철쭉. ⓒ 방성열

황매산은 경남 산청군 차황면과 합천군 가회면, 대방면에 걸쳐있으며 양군의 경계를 이루며 분수령을 만들고 있다. 황매산이 전국적으로 알려진 것은 불과 수년 전부터다.

최근에는 철쭉 축제로는 전국 최고의 축제로 자리 잡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남사람들에게만 알려졌다. 이렇게 된 것은 산청군이 꾸준하게 영화 촬영지로 개발하였기 때문이다. <사랑과 영혼>의 한국판인 <은행나무침대>, <단적비연수>, 그리고 2004년 최고의 흥행작인 <태극기 휘날리며>가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그리고 해마다 열리는 산청군의 ‘철쭉축제’와 합천군의 ‘빙어축제’ 기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황매산을 찾는다. 오늘은 철쭉축제가 날이라 전국에서 엄청난 인파가 몰려왔다. 도로마다 관광차, 승용차로 홍수를 이루고 등산로 길목마다, 정상, 모산재, 황매평전에도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우리는 가회면에서 출발해 영암사-국사당-순결바위-모산재-재단 앞-정상을 향해 산행하기로 했다. 가회면에 도착해보니 많은 차가 뒤엉켜 오도 가도 못한다. 그냥 도로에서 하차하여 영암사 앞으로 통과했다. 이곳 영암사는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천년 고찰인데 지금은 발굴 작업과 함께 증축 중이다. 영암사를 뒤로 하여 국사당을 향하여 한발 한발 걸음을 재촉한다. 화창한 날씨는 아니지만 비가 오지 않으니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고 산행하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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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당 표지판. ⓒ 방성열

잠깐인가 싶더니 국사당에 도착했다. 이곳은 조선의 초대임금인 태조 이성계의 등극을 축하하고 성군이 되어달라고 천지신명에게 기도를 올렸다는 곳이다. 조선시대에는 지방관찰사가 매년 제사를 지내게 하였고 현재는 마을 주민들이 음력 3월3일에 마을의 평안과 나라의 발전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국사당을 지나서는 안개가 조금씩 걷힌다. 정상에서 헬리콥터가 하늘을 선회하면서 꽃종이 가루를 뿌리고 있다

수많은 종이가루가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이 마치 별이 쏟아지는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한걸음에 달려가 다양한 행사를 보고 싶지만 내려오는 사람들로 인하여 자꾸 걸음이 지체된다. 왼쪽으로 보이는 등산로의 계단에는 사람들이 마치 매미마냥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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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치 못한 사람이 지나갈땐 다시 붙는다는 순결바위. ⓒ 방성열

아직까지는 철쭉은 보이지 않지만 온갖 풀꽃들의 향기로 가슴속이 상쾌하다. 노랑제비꽃, 고깔제비꽃, 각시붓꽃, 금붓꽃 등이 낮게 엎드려 고운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제는 순결바위에 도착했다. 커다란 바위 하나가 중앙에서 이상한 모양으로 벌어져 있다. 이곳은 순결하지 못한 사람이 지나가면 두 바위가 다시 원상태로 붙는단다. 순결바위를 지나니 철쭉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는 편편한 능선으로 들어서니 행사장의 제문 읽는 소리가 스피커로 들리고 성실 급한 사람들이 우리 옆을 뛰어가기도 한다. 철쭉능선에는 ‘축제위원회’에서 제문을 읽고 있는 중이고 , 공명선거 기원 연날리기, 사진대회, 가훈써주기, 기념품 판매 등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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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선거를 기원하며 365개의 연을 날리고 있다. ⓒ 방성열

이곳 저곳을 구경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난 뒤에는 점심 먹을 자리를 찾았다. 온통 철쭉천지이니 꽃밭에서 먹는 밥맛이 끝내준다. 특히 장운, 다인이 맛있는 낚지 볶음을 20인분이나 준비해와 정말 맛있게 먹었다. 밥을 먹고서는 워낙 볼거리가 많아서 산행이라기보다는 구경하는 것이 맞다.

공명선거위원회에서 준비한 공명선거 기원 연날리기는 365개의 연을 한 줄로 연결하여 아침부터 날리고 있다. 수백 개의 연이 바람을 맞다보니 힘이 많이 들어갈 텐데 연 날리는 사람은 아무렇지 않는 거 같다. 밥은 언제 먹고 화장실은 안 가는지 궁금하여 내가 "오줌 누러 갈 때는 어떻게 하는데요"하여 주위사람들을 실소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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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 정상에서 바라 본 광경. ⓒ 방성열

황매산 정상에 서니 저 멀리 지리산 천왕산도 보인다. 산중의 대왕마냥 대승의 기도 하는 모양같이 엄숙하기만하다. 주위 산들은 황매산을 향하여 파도타기를 하는 모양으로 출렁이고 있다. 우측으로는 물이 빠진 합천호가 허연 속살을 보이고 있다.

정상에서 마을로 내려오는 급경사를 지날 때는 왼발바닥이 따끔거리기도 하고 무릎도 많이 아팠다. 앞사람이 가건 말건 나 몰라라 하고 풀밭에 누워 다리를 뻗었다. 조금 쉬고 나니 한결 수월해졌다. 사람이 계단을 오를 때는 3배의 하중이 무릎에 쏠리고 내려올 때는 5배의 무게가 쏠린다. 그래서 특히 내려올 때는 힘에 버거우면 아주 천천히 내려와야 한다.

산에서 임도에 들어설 때부터는 걷는 것도 힘들지 않고 좋았다. 단지 도로 공사를 하는 통에 이렇게 좋은 산을 마구 파헤쳐 놓았기에 마음이 아팠다. 오늘도 무사히 산행을 끝내고 집으로 오는 것에 감사했고, 다음 산행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덧붙이는 글 | <교통>
서울→산청  남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산청행 직통버스 1일 8회(08:30~20:00), 심야 1일 1회(23:00) 운행. 3시간30분 소요. 
진주→산청  시외버스터미널에서 3분 간격(06:00~21:00)으로 운행하는 산청행 버스 이용. 40분 소요. 
산청→장박리  차황 경유 장박리행 버스 1일 9회(08:20~18:00) 운행. 30분 소요. 군내버스 055-973-5191.
덕만→삼가  덕만으로 하산한 뒤 일단 삼가까지 택시로 나간다. 삼가 동성택시 055-932-9181. 단계 개인택시 055-973-6452, 011-851-6452. 
삼가→진주·합천  하루 20회 지나는 진주~합천 간 버스 이용, 진주나 합천으로 나간다. 

<숙박>
산기슭에는 마땅한 민박시설이 없다. 산청읍내의 산청파크장(055-973-6840), 삼성장여관(973-2471), 영남장여관(972-6766) 등을 이용한다.

덧붙이는 글 <교통>
서울→산청  남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산청행 직통버스 1일 8회(08:30~20:00), 심야 1일 1회(23:00) 운행. 3시간30분 소요. 
진주→산청  시외버스터미널에서 3분 간격(06:00~21:00)으로 운행하는 산청행 버스 이용. 40분 소요. 
산청→장박리  차황 경유 장박리행 버스 1일 9회(08:20~18:00) 운행. 30분 소요. 군내버스 055-973-5191.
덕만→삼가  덕만으로 하산한 뒤 일단 삼가까지 택시로 나간다. 삼가 동성택시 055-932-9181. 단계 개인택시 055-973-6452, 011-851-6452. 
삼가→진주·합천  하루 20회 지나는 진주~합천 간 버스 이용, 진주나 합천으로 나간다. 

<숙박>
산기슭에는 마땅한 민박시설이 없다. 산청읍내의 산청파크장(055-973-6840), 삼성장여관(973-2471), 영남장여관(972-6766) 등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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