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폭행 아버지를 살해한 여중생 사건으로 '아동 학대 및 가정폭력'에 대한 이슈가 공론화 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호주에서 같은 주제를 다룬 프로그램이 전파를 탔다.
호주 SBS-TV의 한 시사토론 프로그램은 지난 3일 'Kids in Crisis (위기 속의 아이들)'를 통해 부모로부터 행해지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아동 학대 사례를 낱낱이 고발했다.
방송은 부모의 폭력에 끊임없이 시달리며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아동들을 '우리 사회의 잊혀진 아이들'이라고 표현하면서 가정폭력은 더 이상 방치될 수 없는 사회적 이슈임을 환기시켰다. 방송엔 성인이 된 피해자들이 직접 출연, 부모의 정신적 신체적 '만행'을 속속 고발했다.
그 중 올해 21세인 아만다씨가 대표적 케이스. 그 나이 또래들보다 훨씬 나이 들어 보이는 그는 아마도 '지옥보다 못한 곳이 있다면 자신의 가정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성장기 내내 부모의 학대에 시달려온 사실을 표정에서 감추지 못했다.
방송에 따르면 아만다씨는 어려서부터 날마다 별 이유없이 엄마에게 매를 맞았다. 위로 언니가 둘 있었지만 유독 자신에게만 신체적, 정신적 폭력이 가해졌다.
전기 코드나 청소기 파이프로 무차별하게 구타를 당했고, 엄마가 집을 비울 때는 침대에 자신의 손목을 묶어 두었다. 그 때문에 화장실에 가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음식은커녕 하루 종일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감금 당해야 했다.
방송에서 전하는 사례들을 그대로 믿는다면 생모가 과연 제 정신인가 하는 의문이 들고도 남는다. 엄마는 딸이 아끼는 모든 것을 빼았았다. 예컨대 친구나 친척들이 준 크리스마스 선물을 갈갈이 찢는가 하면, 심지어 애완견을 딸의 눈 앞에서 폭행, 죽어가는 과정을 딸이 지켜보게 하는 고통을 즐겼다.
더욱 잔인한 점은 딸에 대한 구타와 폭행의 흔적을 감추기 위해 어린 시절 내내 항상 긴 소매 셔츠와 긴 바지만 입게 했다는 것. 아만다는 급기야 사회단체의 도움으로 11세 때 엄마로부터 격리되어 양부모를 만나 생애 처음으로 안정과 행복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악령처럼 따라붙는 생모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생모는 자기 딸을 내놓으라며 양부모를 끊임없이 협박했다. 5년 후, 다시 위탁기관과 새 입양 가정을 전전하게 되지만 그때마다 생모의 훼방으로 한 곳에서 8개월을 넘기기가 어려웠다.
가장 천진하고 티없어야 할 스무 해 짧은 생애 동안 아만다는 저주 받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녀는 모진 운명을 극복하고 훌륭하게 성장했다. 현재 그는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며 심리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비록 또래보다 겉늙은 외모지만 웃음도 다시 찾았다.
처절한 어린 시절을 보내는 동안 무엇이 가장 절실했냐는 사회자의 마지막 질문에 "처음 입양된 후 정말 행복했다. 양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끌기 위해 '착한 아이'가 되려고 눈치를 살피며 매일 노력했다. 다시는 엄마에게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그 끔찍한 상황이 되돌아왔고, 그때 사회기관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더라면 나의 악몽은 좀더 일찍 끝날 수 있었을 것이다"라는 말로 시청자들의 가슴에 큰 울림을 남겼다.
아동학대는 단순히 개별 가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해결 과제임을 환기시키는 증언이 아닐 수 없다. 어린 시절을 통째로 희생당한 한 소녀의 절규는 방송이 끝난 후에도 프로그램을 지켜본 시청자들을 충격으로부터 쉽사리 헤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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