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도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

호박과 함께 사는 논산시 부적면 임선희 씨 가족

등록 2005.05.14 23:11수정 2005.05.1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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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호박꽃

호박꽃 ⓒ 윤형권

흔히 호박꽃을 못생긴 꽃이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호박꽃보다도 호박을 보고 오해를 산 건 아닐까요?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한 호박. 다른 과채나 과일에 비해 덩치가 좀 큰 호박을 만들어내려면 좀 펑퍼짐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 세상 어떤 꽃이든지 아름답지 않은 꽃이 어디 있습니까? 개나리는 봄의 전령사요, 진달래는 우리민족의 가슴속에 심겨진 은은한 추억입니다. 호박꽃은 화장하지 않은 수수한 시골처녀입니다. 화사하지는 않지만 늘 한결 같은 마음을 유지하는 호박꽃.

호박꽃을 자세히 한 번 보세요. 얼마나 아름다운 색깔입니까? 누런 황금보다도 순한 색깔입니다. 그리고 한걸음 가까이 다가가서 향기를 맡아보세요. 진하지 않지만 달콤한 향내는 세상의 어떤 향기도 따라올 수 없답니다. 이제부터 호박꽃을 못생긴 꽃이라고 하지마세요.

호박꽃이 낳은 그 아이들을 보세요. 처음엔 하늘을 향해 쑥쑥 뻗어 올라가다가 청소년기를 지나면 고개를 숙입니다. 세상을 좀 알면서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벼가 익으면서 고개 숙이는 것을 칭찬하지만 이제부터는 호박도 좀 칭찬해주십시오.

호박전, 호박죽, 호박엿, 호박무침, 꿀을 잰 호박, 호박나물, 호박잎 쌈, 호박잎을 넣은 된장찌개, 볶은 호박씨, 산후조리에 좋은 한약을 넣어 달인 호박. 이토록 인간에게 유익함을 주는 호박인데, 호박꽃이 없으면 호박이 생기겠습니까?

a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호박 1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호박 1 ⓒ 윤형권


a 하늘을 향해 쑥쑥자라는 호박 2

하늘을 향해 쑥쑥자라는 호박 2 ⓒ 윤형권


a 땅으로 향한 호박

땅으로 향한 호박 ⓒ 윤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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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형권


a '생육기'라고 하는 플라스틱 캡. 모양을 유지해주기 위해 씌워주는데 태극무늬가 찍히게 한것이 재미있다.

'생육기'라고 하는 플라스틱 캡. 모양을 유지해주기 위해 씌워주는데 태극무늬가 찍히게 한것이 재미있다. ⓒ 윤형권


a 주렁주렁 열려 있는 호박들

주렁주렁 열려 있는 호박들 ⓒ 윤형권

충남 논산시 부적면 외성리에 살고 있는 임선희(33)씨는 동갑내기 남편인 이종집(33)씨와 3년째 호박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1400여평의 비닐하우스 농장에는 호박이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지난 2월 8일과 3월 30일 정식한 호박입니다. 호박은 정식한 지 30~40일이 지나면 수확을 합니다. 또 꽃이 핀 지 불과 4~5일이면 수확을 합니다.


a 호박과 함께 하루종일 생활하는 임선희(33세) 씨. '늘푸른 애호박' 작목반 회원이다.

호박과 함께 하루종일 생활하는 임선희(33세) 씨. '늘푸른 애호박' 작목반 회원이다. ⓒ 윤형권

임선희씨 가족은 시부모님과 남편 초등학교 아이 둘이 한집에서 단란하게 살고 있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자마자 호박농장으로 달려갑니다. 밤새 잘들 자랐는지, 춥지는 않았는지 살펴보러 갑니다.

“호박이 쑥쑥 자라는 것처럼 우리가족들 꿈도 함께 자랍니다.”


호박농장에서 임선희씨가 환하게 웃으며 말합니다.

인간에게 유익한 호박

호박은 박과 호박속으로 분류되는 채소입니다. 원산지는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입니다. 호박에는 트리고넬린이란 성분과 비타민, 무기질 및 각종 영양분이 풍부하므로 혈청콜레스테롤을 낮춰주고 이뇨작용이 탁월합니다. 또 카로틴이란 성분이 다량 들어 있는데 우리 체내에서 생겨나는 독성물질인 활성산소가 혈관을 파괴하는 것을 막아주며 노화를 억제시켜줍니다.

호박은 버릴 게 없습니다. 호박씨는 필수아미노산인 메티오닌 등이 많이 들어 있어 간을 보호하는 작용이 있어 술안주로 좋습니다. 또 호박씨에는 단백질과 지방이 많이 들어 있는데 불포화지방산이므로 두뇌를 좋게 하는 레시틴과 필수아미노산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호박씨는 기침이 심할 때 구워서 설탕이나 꿀과 섞어먹으면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또 호박은 몸을 따뜻하게 해줍니다. 특히 산모의 몸이 부었을 때 호박이 아주 좋습니다. 씨는 씨대로 몸통은 몸통대로 잎과 줄기도 씁니다. 호박잎으로 된장 쌈을 싸서 한 입 넣어보세요. 살살 녹습니다. / 윤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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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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