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횡포, 원흉은 공정위?

[토론회] 여야 의원들 "공정위가 강하게 규제해야" 성토

등록 2005.05.16 19:48수정 2005.05.16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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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민주노동당 주관으로 열린 대기업 하도급 불공정거래 근절 토론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공정위의 강한 규제를 한결같이 주문했다.

민주노동당 주관으로 열린 대기업 하도급 불공정거래 근절 토론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공정위의 강한 규제를 한결같이 주문했다. ⓒ 오마이뉴스 김영균

"공정위 자료를 보면 대기업 하도급 불공정거래로 인해 공정위가 고발한 건이 2002년 이후 단 2건뿐이다. 공정위가 왜 이렇게 솜방망이 징계를 하고 있나."(김영춘 열린우리당 의원)

"법과 제도를 얘기하기 전에 (공정위와 같은) 행정관청이 제대로 일을 해야 한다."(이혜훈 한나라당 의원)

"현행법상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고발 독점권과 함께 '당사자 또는 제3자에 의한 내부고발 제도' 도입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모두 대기업 하도급 불공정거래 방지를 위한 하도급법 개정안 제출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불공정거래에 대한 '공정위 책임론'이 도마 위에 올랐다.

16일 심상정 의원 등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 3명이 주관한 '대기업 하도급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토론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이례적으로 "공정위가 제대로 된 규제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포문은 김영춘(열린우리당) 의원이 열었다. 김 의원은 이날 1차 토론이 끝난 뒤 재토론 자리에서 "대기업 하도급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 규제를 해야 하느냐, 인센티브를 줘야 하느냐는 점이 중요한 논점 중 하나인 것 같다"며 "사실 두 가지 모두를 해야 하지만 아직은 인센티브를 더 강조할 시기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여기서 규제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와 구분돼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공정위 자료를 보면 대기업 하도급 불공정거래로 인해 공정위가 고발한 건이 2002년 이후 단 2건뿐이다, 공정위가 왜 이렇게 솜방망이 징계를 하고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이혜훈(한나라당) 의원도 가세했다. 이 의원은 "지금 대기업의 하도급 불공정거래가 계속되는 것은 법과 제도가 없어서라기 보다 행정적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많은 경우를 보면, (칭찬보다) 일벌백계가 가장 효과가 있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법과 제도를 얘기하기 전에 (공정위와 같은) 행정관청이 제대로 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춘·이혜훈 "공정위 규제 강화" 한목소리

토론회 발제를 맡은 조승수(민주노동당) 의원도 공정위를 강화하는 방향의 법안 개정을 촉구했다. 조 의원은 발제를 통해 "최근 3년간 불공정거래 관련 법위반 현황을 보면 3회 이상 법위반을 한 상습업체수가 235개에 달하고 있다"며 "결국 법위반에 따른 처벌의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제대로 감시와 처벌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조 의원은 또 "현행법상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고발 독점권과 더불어 '당사자 또는 제3자에 의한 내부고발 제도' 도입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입장도 마찬가지로 나왔다. 홍장표(부경대) 교수는 "그 동안 공정위의 규제가 너무 약하지 않았느냐는 생각이 든다"며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또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한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은 현재 권고 사항으로 돼 있는데 어느 정도 강제 사항으로 바꿔도 크게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홍 교수는 "강한 규제와 감시체계가 갖춰진다면, 이를 잘 지킬 경우 뒷받침할 수 있는 인센티브도 같이 가야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하도급 불공정거래 처벌은 일관성과 객관성,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일정한 처리 기준을 갖고 집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공정위 소속으로 토론회에 참석한 한영섭(공정위 제도개선기획단) 단장은 "나름대로 법을 엄정히 집행하고 있는데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규정을 보완할 것이 있다면 보완하고, 법을 집행해야 한다면 엄정하게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단장은 이어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의무화를 많이 말하고 있는데, 이는 사적 자치의 침해가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고 말해 사실상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하기 힘들다는 견해를 내놨다.

그러나 조 의원은 "우리 헌법에는 공공목적에 부합할 경우 사적 가치나 재산도 법률로 제한할 수 있도록 돼 있다"라고 재반박 했다.

재계 "일부 잘못 시인... 출자제한 풀어달라"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출자총액제한제 완화 등을 놓고 재계와 공정위, 의원들이 논박을 벌이기도 했다.

재계를 대표해 참석한 이병욱(전경련) 상무는 일부 대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인정하면서도 "일본은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풀리고 대기업이 하도급업체에 50% 이상을 출자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우리나라는 오히려 더 규제를 하는 것이 문제"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 상무는 또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너무 적대적으로 보고 있다"며 "출자규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영섭 단장은 "현재 모기업이 중소기업에 50%까지는 투자지분을 가질 수 있도록 돼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상무는 "지분투자를 할 수 있는 중소기업의 범위가 제한된 것이 문제"라며 "현대나 삼성 등 그룹사의 1차 협력업체는 중소기업 범위에 들지 않는 대기업들"이라고 반박을 이어나갔다. 사실상 대기업에 대한 출자제한도 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혜훈 의원은 이에 대해 "자꾸 일본의 경우와 우리를 비교하고, 출자제한을 이야기하는데 대기업 하도급 불공정거래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해 공정위나 재계와는 다른 시각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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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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