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평화통일시민연대, 통일연대, 전국민중연대 등 네 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18일 용산 한미연합사령부 정문 앞에서 작전계획 5029-05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오마이뉴스 김덕련
최근 한미간에 논란이 되고 있는 작전계획 5029에 대해서도 양측의 설명은 상당히 다르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이 계획이 주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지난 2월 초에 중단시키고, 4월 말에는 이종석 NSC 사무차장이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부차관보와 잭 크라우치 미 NSC 부보좌관을 만나 5029를 '개념계획'으로 유지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필자가 만난 미국 국방부 관리는 "(이종석 차장의 제안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상당히 다른 맥락에서 5029를 설명했다. 그는 5029를 작전계획(operation plan)으로 부르던, 개념계획(concept plan)으로 부르던 중요한 것은 양국이 북한에 이상 징후가 발생했을 때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양식을 갖고 있느냐 여부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작전계획과 개념계획의 차이와 관련해 "유일한 차이는 계획의 구체화 수준(level of details)"이라며 두 계획 모두 연합사의 계획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어떤 계획이든 실행에 옮겨지기 전에 수정을 해야 하며, "작전계획도 그렇고 개념계획도 마찬가지다"라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에 따르면 작전계획과 개념계획은 우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모두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는 없게 된다. 이는 작전계획과 개념계획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처럼 설명해온 우리 정부 NSC와 국방부의 해명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NSC와 국방부는 주권 침해의 소지가 있는 한미연합사의 작계 5029 수립 논의는 완전히 중단되었다며 이 문제가 일단락된 것처럼 말해왔다. 그러나 펜타곤에서는 5029를 개념계획으로 유지해도 유사시 실행에 옮기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미국 국방부가 이러한 입장을 지난 4월 말 워싱턴을 방문한 이종석 차장과의 면담에서도 상세히 설명했다는 점이다. 인터뷰에 응한 펜타곤 관리는 두 계획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필자는 이를 다른 소식통을 통해서도 확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종석 차장의 방미 이후 정부 관계자들은 5029를 개념계획으로 유지하기로 한 것이 큰 성과인 것처럼 홍보했다. 개념계획이 작전계획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것을 미국 관계자들로부터 듣고서도 이런 식으로 해명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할 수 있다.
5029와 한국 주권의 문제
펜타곤 관리는 한국 정부가 5029를 작전계획으로 수립하는 것이 한국의 주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이 계획을 중단시켰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작전계획과 개념계획의 차이는 '구체화의 수준'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작전계획이 진정으로 의미하는 것에 대해 한국 정부측이 심각한 오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불만은 작전계획이든, 개념계획이든 5029는 기본적으로 한미연합사의 계획인데, 왜 이를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여기느냐에 있다. 이는 5029가 작계로 수립되는 것을 중단한 것을 주권 수호 차원에서 설명해온 NSC의 입장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작전계획과 개념계획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것이 펜타곤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물론 5029는 한국의 주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고, 한반도의 평화를 근본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콘돌리자 라이스가 북한을 '주권 국가'라고 지칭한 것은 양면성이 있다는 지적은 설득력을 갖는다.
문제는 미국이 작전계획이든 개념계획이든 한미연합사 차원에서 5029를 유지하기로 한 것을 북한 내에서 불안정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근거로 이해하고 있고, 이를 한국에게도 전달했다는 점이다. NSC의 설명처럼 5029를 작전계획으로 수립하는 것을 중단시켰다고 해서 한국의 주권이 수호되는 것도, 한반도의 근본적인 위협을 제거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5029의 근본적인 위험성은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북한 내부의 급변 사태가 발생하면 한미연합군이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것이 전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펜타곤의 관리도 "북한의 불안정 시나리오에 대해 타당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며, "이것이 잠재적인 상황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해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아울러 북한 내의 불안정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하면서도, "당신이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형태의 불안정이 있다"며, "그 불안정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5029가 어떻게 정리될지는 불확실하다. 부시 행정부 내에서는 이를 작전계획화해야 한다고 보는 쪽과 개념계획으로 유지해도 별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떤 방향으로 정리가 되든 우리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되는 일이다.
5029 위험성 해소되지 않아
결국 청와대의 NSC나 국방부의 해명처럼 5029를 둘러싼 논란과 위험성은 해소된 것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029를 작전계획화하는 것을 중단시키고 개념계획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미국에 전달했다고 해서 이 계획이 갖고 있는 문제점까지 해결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은 작전계획이든 개념계획이든 크게 상관없다는 반응이고, 이를 이종석 차장의 방미 때에도 전달했다.
이는 NSC를 포함한 노무현 정부의 외교안보팀이 총체적인 부실과 무능, 그리고 미봉책에 허덕이다가 대통령과 국민에게 감당하기 힘든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미 용산기지와 2사단의 이전 문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등과 관련해서 엄청난 실책을 범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노무현 정부는 외교안보팀을 전면 쇄신하고 5029, 전략적 유연성 등 한반도의 안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에 대해 미국과 재협상을 하는 길 이외의 대안은 없는 현실이다. 지금 상황에서 주저함은 더 큰 화를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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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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