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입시경쟁 교육에 희생된 학생들을 위한 촛불 추모제'에 참가한 학생들이 내신위주의 대입제도를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 정부의 사교육 대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 정부의 사교육 대책은 '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사교육에 대한 수요 자체를 줄여야 한다. 개인적으로 97년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후 취임위원회에 메일을 한통 보낸 적이 있다.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서 교사의 질을 높이라고 말이다.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려면 적절한 당근과 채찍이 필요할 것이 아닌가? 학교 선생님의 질을 높이는 것이 바로 사교육의 수요를 줄이는 길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사교육 시장은 기형화하여 계속 살아남을 것이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사교육은 완전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 한국 교육의 최우선 개혁 대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개인적으로 공교육과 사교육은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교육과 사교육이 꼭 적이 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근본적으로 교육개혁 대상은 교육부가 아닌가 생각한다. 학원 강사가 아닌 교육계의 한 사람으로서 그렇게 생각한다. 교육부의 전횡적 정책이 우리나라 교육을 옭아매고 있다. 대학에는 자율권을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통제와 억압일 뿐이다."
- 정부의 3불(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불가) 정책은 어떻게 될 것 같나.
"실패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미국과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본고사 불가는 난센스라고 생각한다. 제도에 상관없이 대학 스스로에게 선발권을 부여해야 한다. 대학은 내신을 믿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수능 역시 1999년 이후 쉬워지면서 그 기본 취지가 변질되기 시작했다. 사실 수능 영어 만점을 맞아도 대학 가서 원서 못 읽는다. 내신은 믿을 수가 없고, 수능은 변별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본고사는 필연적 귀결이라고 본다.
교육부는 과거의 지배적 논리를 벗어나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대학에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 국공립대야 그렇다 쳐도, 사립대의 경우 보조금 좀 주고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한다는 것은 잘못된 거다. 고교등급제의 경우도 차차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가 한날한시에 똑같은 시험을 보지 않는 한 내신에 대한 형평성 시비는 계속 일어날 것이다."
"사업과 교육의 비율을 6:4 정도로 맞추려고 한다"
- 사람들은 사교육을 필요악이라고 한다.
"나도 사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이지만 이것이 없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솔직히 요즘 학원에서 애들을 보면 너무 비인간적으로 산다. 여가와 문화를 즐길 틈이 없다. 사교육에만 의존하다 보니 사고의 폭이 좁고, 독립적이지 못하다. 그러니 전인교육이 될 수 없다. 이는 공교육의 부실로 이어지고, 공교육의 부실은 사교육의 양성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악순환이 다시 전인교육을 실패하게 한다."
- 그렇다면 사설학원은 학교의 대체재인가, 아니면 보완재인가?
"학교와 사설학원은 보완재적인 관계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사교육과 공교육을 경쟁 관계로 본다. 개인적으로 여러 교수들도 만나고 현직 교사도 알고 지내고 동료 강사 중엔 학교 선생님 출신도 많다. 그들이 하는 얘기가 현재의 사회는 우수한 교사가 학교에 붙어있지 못하게 한다고 한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 학원 위치를 강남과 목동에 잡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
"솔직히 사교육의 수요가 가장 많고 새 트렌드를 형성하기 좋다. 타 지역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고급 영어 사교육을 받아줄 곳이 강남의 수요자들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장사가 잘 된다."
- 당신에게 사교육은 사업인가, 교육인가.
"두 가지 다 중요하다. 물론 수익성이 우선인 건 사실이다. 돈 안 되는데 누가 하려 하겠는가? 그래도 사업과 교육의 비율을 6:4 정도로 맞추려고 한다."
- 스스로를 '선생님'으로 생각하는가? 아니면 '지식 노동자'로 생각하는가?
"그때그때 역할에 따라 다른 것 같다. 학생 개인 면담시에는 내가 생각하는 참스승이 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일단 강사로서 학생들 앞에 서면 교육서비스업자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가공하여 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의미에서는 지식 노동자라고도 할 수 있다. 학원 전체적인 입장에선 CEO로서 비즈니스맨이 된다. 작년 수능 이후엔 천통이 넘는 메일을 받았다. 어쩌면 기존 학교의 선생-학생의 관계보다 유대가 강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학교야 가기 싫어도 가야 하지만, 여긴 오기 싫으면 안 와도 되는 거 아니냐."
- 학원에서는 너무 학생들 입맛대로, 성적 잘 나오는 대로 가르치는 것 같다.
"흔히들 전인교육이란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전인교육은 기본적으로 선생님들이 얼마나 학생들에게 흥미와 동기를 유발하느냐에 있다고 본다. 이번 내신등급제 관련해서도 학원 학생들 사이에선 흔히 '누구누구 선생님 족보 10개만 구하면 답이 대충 보여요'라고 말한다."
"교사 되면 지금처럼 열심히 가르치지는 않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