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관의 사랑방 창. 격자무늬 창살 안으로 벽면에 기대어진 그림들이 보인다. 단체 방문객들이 담소를 나누거나 토론을 할 만한 곳 .박태신
팸플릿 들고 간신히 버스를 탑니다. 남원 시내를 관통합니다. 그런데 서울 시내처럼 차가 밀립니다. 때마침 '춘향제'가 한창이었던 것입니다. 버스 안에 노인분들이 많은 것이 다른 풍경이지요.
남원 관광 팸플릿을 봅니다. 함양 가기 전에 '혼불문학관'을 들르기로 했고, 이건 정말 행운과도 같은 결정이었습니다. 버스를 바꿔 타고 외진 곳, 남원시 서매면 서도 노봉마을을 찾아갑니다.
비가 조금씩 내리는 늦은 오후 시간이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시골 마을을 조금 오르니 여러 봄꽃을 심어놓은 산책로가 이어집니다. 꽃이름 푯말에는 벌써 내년을 기약하는 인사가 덧붙여 있습니다.
산책로가 끝나는 곳에는 뒤에 대나무, 옆에 연못과 정자를 둔 물레방아가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며 돌아가고 있습니다. 분홍 철쭉이 오밀조밀 심어져 있고, 골짜기에서 내려온 물이 철쭉 울타리 안으로 모여듭니다.
노봉산 노적봉이 보이는 언덕에 자리잡은 문학관은 초입을 들어서면서부터 아주 정성껏 지은 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넓은 마당을 가운데 두고 기념관, 교육관, 누각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아늑한 보금자리를 오릅니다. 입구에 이 지형의 알찬 특성을 적어놓은, <혼불>의 한 대목을 적어놓은 바위를 맨 먼저 만납니다. 구름이 산봉우리를 감싸고 있습니다.
천추락만세향(千秋樂萬歲享)
"서북으로 비껴 기맥이 흐를 염려가 놓였으니, 마을 서북쪽으로 흘러내리는 노적봉과 벼슬봉의 산자락 기운을 느긋하게 잡아 묶어서, 큰 못을 파고, 그 기맥을 가두어 찰랑찰랑 넘치게 방비책만 잘 간구한다면 가히 백대 천손의 천추락만세향을 누릴 만한 곳이다 하고 이르셨다."
<혼불> 무대를 거닐다
바로 최명희의 소설 <혼불>의 무대인 거멍골, 매안, 청호지 바로 그 곳에 '혼불문학관'이 있습니다. 주무대인 종가집도 근처에 있습니다. 이곳 관리인에게서 고장 위치와 소설 배경을 설명 들었습니다. <혼불>의 주인공인 효원의 실제 인물이 이곳 종가에 아직도 살아 계신다 합니다. 90이 넘으셨는데도 정정하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