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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선의 이물 칸 입구에서 조금산이와 흑호대원 예닐곱이 빙 둘러 있었다. 두 발의 발화통이 연이어 터졌으니 지금쯤 이물 칸 안쪽은 깨끗이 정리가 되었을 터였다.
"아래 쪽은 전멸하였거나 다른 칸으로 물러났을 것이다. 서로 엄호하며 뱀 진형으로 들어 가되 화약이 적재된 선창에선 절대 발화통을 사용하여선 아니 될 것이야."
"예!"
조금산이의 명에 나머지 흑호대원들이 복명했다. 기총에 임명된 지 며칠이 되지 않았건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조금산이의 위의가 자못 지엄했다.
"전(前), 오혈포를 들었으니 네가 앞장 선다."
"예."
"좌(左), 네 오혈포를 나를 다오. 내가 전 뒤에 설 테니 나머지는 조련했던 대로 한다."
"예!"
전 역할을 맡은 자가 갑판의 뜯기운 널판을 방패막이로 집어들고 오혈포를 빼들었다. 탄입대까지 받아든 조금산이가 뒤에 서자 산총과 마병총을 든 나머지가 일렬로 뒤를 이었다.
"점백이 초관님! 준비됐습니다요!"
조금산이가 고물 쪽 입구에서 진입 대기 중인 점백이에게 외쳤다. 점백이도 일명 뱀 진형이라는 일자 대형으로 들어갈 형세였다. 점백이가 손가락 세 개를 쫙 폈다.
'둘'
손가락 하나를 접었다. 조금산이가 발화통 뚜껑을 열었다.
'하나'
모두가 점백이의 손가락을 주시하며 긴장했다. 조금산이는 발화통의 뇌관을 때려 점화했다.
'진입'
점백이의 마지막 손가락이 접히며 들어가라는 수신호가 내려지고 이물 칸과 고물 칸에 발화통이 던져졌다.
[꽈앙-]
집어 넣기가 무섭게 폭음이 들리며 이물 칸 덮개가 들썩했다. 적들도 발화통의 존재를 알 터이므로 다시 발화통을 잡아 던져 낼 수 없게 시간을 끈 후 투척하였기에 이렇게 빨리 폭발음을 들을 수 있었다.
"진입. 들어가!"
조금산이가 덮개를 완전히 열며 명령했다.
후다닥.
장정 두 사람이 동시에 겨우 들어갈만한 좁은 입구로 흑호대가 빨려 들어갔다. 번개같은 몸놀림. 하루 이틀 사이 몸에 밴 동작이 아니었다.
타다닥.
여러 차례의 발화통 공격으로 난장판이 된 이물칸으로 밀려 들어간 흑호대가 선두의 방패막이에 몸을 맡기고 일렬로 빠르게 통과했다. 아직 채 가시지 않은 발화통의 화약 연기와 침침한 선실 내 분위기로 시야가 맑진 않았으나 그 점은 적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밑창이 뜯겨 배의 본판이 드러난 바닥을 용케도 피해 이물 칸 문 앞까지 순식간에 점령했다.
[탕, 탕, 탕]
대열이 좌우로 비껴선 가운데 마병총과 산총이 동시에 불을 뿜었다. 이물 칸에서 선창으로 통하는 문에 구멍이 뚫리며 비명이 이어졌다.
"윽!"
"악!"
뒤에서 숨어 있던 적이 맞은 것 같았다.
[퍽퍽퍽....]
총을 쏜 흑호대원들이 좌우의 선창 벽으로 갈라지기 무섭게 상대편에서 쏟아낸 총탄이 문을 뚫고 들어왔다.
"아직은 들어가지 마라! 저 놈들이 장전된 총환을 쏟아내고 재장전할 때를 기다려라!"
조금산이가 지시했다.
[타타타탕, 탕탕]
노리쇠를 당겨 다시 장전한 흑호대원들이 문쪽을 향해 일제사격을 가했다. 문이 뜯길 것처럼 처절히 파편을 뱉어내며 관통 자국을 냈지만 이번엔 누가 맞은 티가 나질 않았다.
[꽈과과광...파파팍]
대신 저 편에서 쏘아 댄 예닐곱 발의 총성과 파편 자국만 되돌아 왔다.
"한 번 더!"
조금산이 생각하기에 그리 많지 않은 총병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으나 확신을 할 수가 없어 한 차례 더 공격을 해 보기로 했다.
[타타탕,타타탕]
오혈포를 제외한 여섯 문의 화기가 일제히 불과 연기를 토해 냈다. 산총을 가진 두 명은 연이어 두 발씩을 쐈다. 여러 차례 산탄을 맞은 문짝이 너덜너덜해졌다. 화약 연기만 걷힌다면 건너편의 적도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땅, 땅]
저 편에선 겨우 두 발의 총성이 울렸다. 문이 파편을 날렸다.
"됐다. 저 쪽은 한 번 장전한 총환을 다 쓴 것 같다. 다시 장전할 시간을 주지 마라. 넘어간다!"
조금산이가 외치며 발화통 하나를 던졌다. 선창 내에서는 화약의 유폭이 우려되었으므로 뇌관을 제거한 빈통을 던진 것이었다. 발화통이 선창 쪽에 떨어지자 와글와글 떠드는 거센 억양의 중국어가 선내를 가득 메웠다. 저 편은 발화통이 떨어진 줄 알고 난리가 났을 것이었다.
"진입! 밀엇!"
조금산이가 외치며 '전'과 함께 선창으로 뛰어들었다. 이어 다른 흑호대원도 마병총과 산총을 어깨에 대고 조준을 풀지 않은 채 앞으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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