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을 낸지 보름이 지나도록 뿌리를 내리지 못한 고구마순. 물을 주자 금세 생기를 찾았다.박도
특히 고구마 순은 곯아 죽기 직전이다. 지난해 경험을 살려서 올해는 비를 맞으면서 밭에다가 심었는데도 그렇다. 올해는 밭두둑에 비닐을 덮지 않았기에 가뭄을 타서 그런가 보다. 옥수수도 발아율이 지난해보다 낮다. 더 이상 볼 수가 없어서 물뿌리개로 물을 떠다가 고구마 순과 고추 상추 등 남새밭에도 주었다.
한창 물을 주고 있는데 앞집 노씨 부인이 와서 "왜 밭두둑에 비닐을 덮지 않았느냐"고, 비닐을 덮지 않으면 가뭄도 더 타고 악바리처럼 돋아날 잡초를 어찌 이겨낼 거냐고 걱정을 하고는 돌아갔다. 사실 지난해는 비닐을 덮고도 나중에는 헛골(골과 골 사이)에 나는 잡초에 두 손 들지 않았던가.
요즘은 어딜 가도 밭농사에는 비닐을 덧씌우고 농사를 짓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산골조차도 비닐 공해가 엄청 심하다. 조그마한 내 텃밭마저도 덩달아 비닐을 씌우기가 죄스러워서 올해는 그냥 노지(맨땅)에 씨를 뿌리고 모종을 내어 농사짓고 있다.
농사꾼은 인건비를 따 먹는다
얼치기 농사꾼의 영농비를 계산해 보자. 몇 골 심은 고구마의 예를 들어 보면, 밭가는 삯 1만원, 퇴비 두 포 5000원, 고구마 모종 두 다발 9000원으로 현재까지 모두 2만4000원이 들어갔다. 올 가을까지 잘 농사지으면 다섯 박스 정도 수확할 건데 지난해 시세로 치면 한 박스에 1만5000원으로, 모두 7만5000원의 수입이 될 거다. 여기에 모종을 심고 김을 매주고 고구마를 캐는 품삯은 계산치 않았다.
아마 다른 작물도 비슷할 게다. 농사꾼의 얘기를 들어 보면 영농비가 보통 드는 게 아니라고 했다. 그동안 농사꾼들은 인건비를 따 먹었다는데, 요즘 농사는 기계(트랙터)와 비닐, 비료, 농약으로 하니까 그 모두가 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