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박사 진솔해보여 지원... 이런 성과 예상못해"

[인터뷰] '황우석 후원회장' 김재철 무역협회장

등록 2005.05.30 07:58수정 2005.05.3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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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황우석 박사가 평소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꼽는 인물인 김재철 무역협회장.

황우석 박사가 평소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꼽는 인물인 김재철 무역협회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세계가 주목한 한국의 과학자,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 황 교수가 세계 최초로 일궈낸 치료용 배아줄기세포 배양 성공은 지난주 한반도를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 중 하나였다. 난치병 치료를 위한 신약개발에 대한 기대로 국내 언론은 물론 세계 언론이 들썩였다.

황 교수의 연구작업은 이제 생명과학의 혁명, 바이오 혁명으로 일컬어질 만큼 세계적 주목대상이 됐다. 그러나 불과 5∼6년전만 해도 황 교수는 연구비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할 정도로 어려운 시절을 겪었다. 그때 황 교수에게 선뜻 지원을 나선 사람이 있다.

바로 김재철(70) 무역협회장 겸 동원그룹 회장. 황 교수는 공식적 자리에서 항상 김 회장을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다. '황우석 신화'의 제1공로자인 셈이다. 최근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린 드라마 <해신>의 주인공 '장보고'를 반역자에서 해상왕으로 부활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사람도 김 회장이다.

그리고 김 회장의 그같은 안목은 황 교수를 세계 최고의 연구자로 우뚝 서게 했다. 김 회장이 말하는 황우석은 누구인가. 김 회장은 인터뷰가 있던 날 아침에도 황 교수의 연구농장을 방문하고 돌아왔다고 했다. 그는 마치 황 교수가 말하듯 무균돼지와 인공장기 개발, 세포복제 등에 대해 거침없이 설명했다.

6∼7년전 황 교수가 처음 찾아왔을 때도 연구하겠다는 과제가 너무 재밌고 순수한 뜻이 좋아서 지원했다는 김 회장. 황 교수 얘기가 무슨 말인 줄 '알아들어서' 그렇게 됐다고 했다. 최근 접속자 폭주로 후원회 사이트가 다운되는 일이 잦아졌다고 걱정하는 김 회장을 26일 오후 무역협회장실에서 만났다. 인간복제와 배아복제에 대한 생명윤리 문제에 대한 생각도 들었다.

다음은 김 회장과의 일문일답.

- 황 교수와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6∼7년 됐을까. 황 교수가 어려울 때 도움을 받고 싶은데 벤처로 하자는 사람은 많았지만 순수하게 학문연구를 하고 싶다고 하니까 누가 날 만나보라고 해서 찾아왔더라. 나도 고등학교를 농업학교 축산과를 나왔다. 얘기를 들어보니 재밌고, 진솔했다. 그래서 몇 억쯤 지원해서 실험기구도 사주고, 광주 농장에 실험실도 지어줬다."


- 인연이 계속 유지될 수 있던 이유는.
"그 양반이 깨끗하게 했다. 꼬리 달린 돈이라든지 벤처 이런 것 안하고. 누가 하라고 한 것도 아닌데 지금 후원회에 2천명 이상 가입돼 있다. 한달에 1만원, 2만원, 10만원씩 내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항상 10억원 넘게 있는데 황 교수가 검소해서 돈 갖다 쓰라고 해도 안 쓴다. 직원들 좀 넉넉하게 주라고 해도 '연구하는 사람이 라면 먹고 해야지, 설렁탕 먹고 하면 게을러져 안된다'고 하더라(웃음)."

- 후원회 결성은 언제 됐는가.
"(공식) 후원회는 지난해 만들어졌다. 그전에는 개인적으로 가깝게 지냈다 할까, 좀 도왔다 정도이고. 솔직히 황 교수는 이젠 후원회가 필요없을 정도로 사방에서 지원하는 사람이 많다. (지난해) 과학기술부에서 후원회를 만든다고 하니까 황 교수가 나를 시킨 모양이다. 과기부도 지금까지 후원회는 정치인에게만 있었는데 잘 하면 과학자에게도 후원회가 생긴다는 걸 알리고 싶었던 같다. 우수한 학생들한테 후원회 만들어줄 것이라고 보도해달라(웃음)."


"세계가 들썩일 정도의 결과는 기대하지 못했다"

- 이런 연구성과가 나올 것을 예상했는지.
"대단히 재밌고, 획기적인 아이템이라고 생각했지만 세계가 들썩일 정도의 결과는 기대하지 못했다. 이런 분 같으면 좋겠다 해서 지원했다. 그때만 해도 '돌리'를 만든 영국 연구팀이 더 유명했다. 황 교수는 연구도 훌륭하지만 외과, 내과, 내분비과 등 수십명의 의사들을 끌고가는 에너지도 대단하다. 안규리 교수가 훌륭한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 지금이야 황 교수가 유명하지만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때야 주변에 얘기해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 초기에는 그 양반이 어디 가서 지원받는 사람이 아니니까 (후원자도) 별로 없지 않았나 싶다. 지금은 유명하지만. 신문을 보니까 삼성동 참치집에 황우석 박사 다녀갔다고 크게 써붙여 놨다는 기사까지 났다. 인기가 대단한가 보더라(웃음). 하버드, MIT, 캠브리지 대학 등 세계 유수 대학도 황 교수 밑에 학생 하나만 달라고 할 정도로 주가가 올라가고 있다."

- 뉴욕타임스는 황 교수가 1년에 366일 일한다고 표현했다.
"새벽 4시면 일어나서 목욕재계하고 '기' 체조하고, 독실한 불교신자니까 수련도 한다. 그리고 나와서 연구 지시하고 조찬 세미나를 가니까 남들이 아침 시작하기 전에 벌써 한 나절치를 한다. 그리고 저녁때 의사들 모아서 회의하고, 정말 부지런하다."

- 그래도 황 교수 연구를 이해해주는 게 가장 큰 후원 아니었을까 싶다.
"오늘 아침에도 농장엘 다녀왔다. 현장을 가보면 재미있으니까. 또 들어도 보고. 무슨 말인 줄 내가 알아들으니까(웃음). 그러면서 가끔 만나서 얘기하고, 그런 사이였다. 매년 봄이면 황 교수가 농장의 두릅 따서 보내주고, 명절이면 거기서 잡은 소를 꼭 보내주고 한다."

- 실험용 소 아닌가?
"그 양반이 복제뿐 아니라 가장 종자가 좋은 소를 번식시키는 일도 한다. 그중에서 육질이 좋은 소를 잡아서 보내준다."

- 직접 가서 연구하는 것을 보기도 할 텐데.
"서울대학교 안에 장기 떼서 사람들한테 옮길 수 있는 연구에 사용되는 돼지가 있다. 이 돼지는 미니돼지여야 하고, 장기 옮겼을 때 거부반응 않도록 유전자 변형을 했으며 무균상태이다. 세 가지 조건을 갖춘 (장기이식용) 돼지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임상실험을 해서 2년 후가 될지 3년 후가 될지 사람한테 옮기게 될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8억이라고 하더니 지금은 10억이 된다고 하더라. 세계에서 우리밖에 없는 것이다. 서울대학교에서도 지원하고 있고 연구팀이 짜여져 있다. 그 돼지는 무균상태에서 자궁째 꺼내 무균분만을 하는데 의사들이 10여명씩 붙는다. 그런데 보면 한국 의사들 실력이 얼마나 좋은지... 대단하다."

- 전문가가 다 된 것 같다.
"황 교수 연구과정을 들어보면 인생살이 교훈이 많다. 난자 핵을 빼고 사람 세포를 넣어 키우면 복제 송아지가 나온다. 그런데 세포를 바로 넣으면 증식이 잘 안된다. 굶겨서 죽기 직전 영양을 줘야지 저항력이 생긴다. 부모가 자식을 키울 때도 가장 주기 싫은 걸 줘야 한다. 그게 고생이다. 고생 안하고 큰 애들은 온실의 화초와 같다. 세포 하나를 배양하는데도 그런 과정이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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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윤리 문제로 잡아당기는 사람들은 자중해야... 우리가 살아갈 길은 실사구시"

- 그래도 아직 이공계를 지원하는 풍토가 크게 활성화되지 않은 듯하다.
"언론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이공계 지원이 적다'는 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지금 숫자는 미국 공대생 버금갈 정도로 많다. 다만 우수한 사람이 지속적으로 (이공계로) 가느냐, 아니면 돈 벌려고 다른데 가느냐의 문제이다. 황 교수 같은 사람이 수백명, 수천명 필요한 게 아니지 않은가.

사람을 길러야 한다. 좁은 땅에 밀도가 높게 살고 있는데 천만다행으로 우리나라 사람이 굉장히 우수하다. 사람만 잘 키우면 엄청난 자원이 된다. 우수한 사람들이 제대로 능력만 발휘하게 해주면 세계를 들었다 놓았다 할 수 있다. 좁은데 가둬놓으면 싸우니까 밖으로 내보내야 된다(웃음)."

- 황 교수를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은 무엇인가.
"황 교수가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고, 괜히 윤리문제로 잡아당기려는 분들은 좀 자중해줬으면 좋겠다. 생명윤리 문제도 현행 법을 충분히 지키고 있고 세계 생명윤리학회 회장 같은 분들도 와서 '이것은 해야 된다'고 할 정도이다. 종교가 얘기하는 것과 현실은 많이 다르지 않는가. 좁은 땅에서 우리가 살아갈 길은 실사구시이다."

- 생명윤리 문제는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어느 학자가 말했듯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났고, 미국에서 IT혁명이 일어났지만 바이오혁명은 한국에서 일어났다고 할 정도로 외국에서 평가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산업혁명이라는 것도 자연파괴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렇게 해서 인간의 행복이 증진되고 인류 생활이 증진되는 것 아닌가.

2차 연구결과 발표 뒤 후원회 홈페이지에 환자들이 하루 6천건, 7천건 클릭해서 들어오고 있다. 애타는 환자들의 하소연, 희망이 있어서 살겠다는 얘기, 황 교수 연구를 위해 무엇이든 지원하겠다는 뜨거운 열정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상적인 생각만 하고 (황 교수 연구를) 마치 불륜한 일을 한 것처럼 하는 것은..."

- 앞으로 후원회 활동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정부가 공식적으로 다 지원하지만 어려운 점도 더러 있지 않겠는가. 국민 세금을 갖고 쓰는 것이니까. 정부가 할 수 없는 지원이 있으면 해주고, 황 교수가 마음놓고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을 하고 있다."

- 지난 해 이어 이번에도 언론의 엠바고 파기 논란이 있었다.
"언론도 상업성이 있으니까 경쟁을 하지 않을 수야 없겠지만 국익을 전제로 했으면 좋겠다. 다른 나라 (언론)도 국익을 먼저 생각한다."

- 다양한 후원 요청이 많이 들어올 것 같다.
"이런 정도는 괜찮은데 무역협회장이라고 돈 달라고 해서 죽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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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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