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콤하면서도 새콤달콤한 비빔국수이종찬
그렇게 멸치 다싯물로 삶은 독특한 맛의 계란을 안주 삼아 막걸리를 두어 잔 마시고 있을 때였을까. 커다란 스테인리스 그릇에 수북이 담긴 맛깔스런 물국수(2500원)가 잘게 송송 썬 매운 고추 한 종지와 함께 나온다. 밑반찬은 꼭 한 가지, 발그스름한 깍두기 한 그릇뿐. 하긴 갖가지 채소가 담긴 물국수를 먹는데 다른 반찬이 뭐가 필요하랴.
삶은 부추와 물에 오래 불려 단맛을 뺀 단무지, 잘 볶아 으깬 고소한 깨소금과 양배추, 오이, 상추 등이 수북하게 올려진 물국수를 바라보자 입에 침이 절로 고인다. 특히 진한 갈빛으로 잘 우러난 멸치 다싯물을 바라보자 이내 코끝에 구수한 내음이 맴돌면서 절로 침이 꿀꺽 삼켜진다.
각종 채소가 올려진 물국수를 진한 갈빛 멸치 다싯물에 말아 한 젓가락 떠서 입에 넣자 쫄깃한 면발이 잠시 씹히는가 싶더니 몇 번 씹을 새도 없이 그냥 목구멍을 타고 술술 넘어가 버린다. 물국수가 순식간에 사라진 개운한 입 안에는 고소하고도 담백한 멸치 다싯물의 향기가 그득하다.
'후루룩~ 후루룩~ 쩝쩝!' 숨 쉴 틈 없이 물국수를 건져먹는 사이사이 슝늉처럼 쭈욱 들이키는 구수하고도 개운한 국물맛도 끝내준다. 그렇게 서너 번 후루룩 쩝쩝거리고 나자 이내 물국수 한 그릇이 게 눈 감추듯 사라지고 없다. 물국수 한 그릇이 속 풀이까지 후련하게 시켜주면서 이렇게 맛깔스러울 수가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