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꽃이 피었다.전희식
낫으로 휙휙 날리면서
동물병원에서 중성화수술을 받던 우리 진돌이 생각도 나고
조선시대 거세당하고 살아야 했던
내시 생각도 나고
아.
같은 신세인 내 '거시기' 생각도 났습니다.
감자 꽃에 씨가 맺히면 감자가 얼마나 부실해진다고
이렇게 모진 짓을 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내 눈으로 똑똑히 확인 해 봐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감자 한 포기는 꽃을 남겨 두었습니다.
까만 씨가 맺히도록 놔 둘 생각입니다.
모든 감자들이 두 눈을 치 뜨고
응원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너만 믿는다. 부디 부디 소 불알만한 감자를 주렁주렁 맺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