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강자, 철거민은 약자라는 등식 깨졌다"

[독자의견] 아버지 직위해제시킨 '골프공 새총' 반박한 경찰관의 딸

등록 2005.06.01 14:13수정 2005.06.0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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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경기도 오산시 철거민 농성 현장에서 자체 제작한 대형 '새총을 조준하고 있는 사복경찰관과 전경들의 모습.

경기도 오산시 철거민 농성 현장에서 자체 제작한 대형 '새총을 조준하고 있는 사복경찰관과 전경들의 모습. ⓒ 오산자친시민연대


경기도 오산시 철거민 농성 현장에서 경찰이 골프공을 새총으로 발사한 사건으로 인해 직위 해제된 경찰관의 딸이 1일 <오마이뉴스>에 경찰의 입장을 변호하는 글을 올렸다.

화성경찰서 경비교통과장이었던 박종규 경정의 딸 은주씨가 <오마이뉴스> 관련 기사에 독자의견을 올린 시간은 이날 오전 9시35분. 박 경정은 '골프공 새총' 사건에 대한 문책으로 지난달 26일 경찰서 경비교통과장에서 물러났다.

주위 친구들이 아버지가 뉴스에 나왔다고 해서 비로소 사건을 알게된 박씨는 "마녀사냥식 언론폭력에 너무나 화가 났고, 기사에 달린 리플들을 보고 가슴이 아파 글을 올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글에서 ▲농성중인 사람들은 '불쌍한 철거민'이 아니라 아파트 입주권을 얻으려는 사람들이고 ▲고기 반찬까지 반입되는 최상의 환경에서 불법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고 철거민들을 비난했다.

박씨는 경찰이 사용한 골프공의 출처에 대해서도 "철거민이 던진 약 3천 개의 골프공을 수거한 것"이라고 설명한 뒤 새총을 사용한 경위에 대해서도 소상히 설명했다.

"철거민들은 4층 건물에 창문을 닫아놓은 상태로 안에 신나와 가스를 가득 채워 놓고 있었으며, 진압 작전 시 자해소동을 부리고 상대적으로 높은 지점에서 새총으로 골프공을 쏴대는 통에 자칫 폭발하면 대형 참사를 부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때문에 경찰이 총을 쏠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창문을 깨뜨려 가스폭발을 막아야 했지만 새총 때문에 접근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데모꾼들이 쏘아댄 골프공이 마침 있었고, 사람들이 없어서 인명피해가 생기지 않는 상황에 한해서 창문을 깨뜨리려 데모꾼들의 새총을 모방해 새총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경찰장비의 열악함에서 나온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합니다.)"



박씨는 일부 경찰간부가 골프채를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조잡한 새총으로는 정확도가 떨어져 골프채를 이용하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며 "사람을 향해 골프채를 치며 '굿 샷'을 외친 일도 없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경찰은 무조건 강자, 철거민은 무조건 약자"라는 등식이 이제 "언론과 (철거민을 돕는) 어용시민단체는 무조건 강자, 경찰은 무조건 약자"로 이미 바꾸어진 듯 하다며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강한 유감을 표출했다.


박씨의 아버지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철거 현장에서 있었던 일과 직위 해제된 경위를 딸에게 얘기해준 적이 있는데, 내게 들은 얘기를 인터넷에 올린 것 같다"고 말했다.

[클릭!] 박은주씨가 <오마이뉴스>에 올린 독자의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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