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임금삭감 등 고강도 경영혁신 돌입

정연주 사장 1일 월례조회에서 발표... 올 적자규모 800억원 대 예상

등록 2005.06.01 16:56수정 2005.06.02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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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정연주 KBS 사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본관 TV공개홀에서 열린 월례조회를 통해 고강도의 경영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연주 KBS 사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본관 TV공개홀에서 열린 월례조회를 통해 고강도의 경영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 KBS 제공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KBS가 임금삭감, 특별명퇴 실시 등 고강도의 경영혁신책을 내놓았다. 지난해 63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KBS의 올해 적자 예상규모는 800억에 달한다.

정연주 사장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본관 TV공개홀에서 열린 월례조회를 통해 올해 예산과 임금을 대폭 삭감하고, 특별 명예퇴직, 근무성적평가 불량기준 강화, 위성·케이블채널 KBS KOREA 아웃소싱 등 강도 높은 경영혁신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제작비보다 더 높은 폭으로 임금삭감"

KBS는 이를 위해 최근 시행 중인 사업 하나하나에 대해 철저한 1차 점검을 완료했다. 이른바 '토털리뷰(Total Review)'. 그 결과 방송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작비를 절감하는 한편 비핵심사업을 정리하고 관행으로 반복되는 사업을 폐지, 비용예산 320억원과 자본예산 499억원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후속 및 뉴스제작시스템 개선사업 보류, 디지털정보방송·민속씨름·KBS저널 발행·심의 모니터제도 등 폐지, 홈페이지 사업과 해외출장 관리 일원화 등의 조처가 취해질 예정이다.

정 사장은 임금삭감과 관련해 "제작비 삭감 폭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결정되어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조만간 노사간 대화를 통해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별 명예퇴직은 오는 6∼7월중 20년 이상 장기근속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며, 명예퇴직자에게는 공기업 명예퇴직금 지급기준에서 정하는 위로금을 지급한다.

KBS는 경영혁신 추진을 위해 기존 변화관리팀을 확대개편, 사장 직속의 경영혁신팀을 신설하기로 했다. 경영혁신팀은 사업폐지로 발생하게 될 유휴인력 조정과 재배치 등 효율적 인력운영 조치를 진행하고 필요하면 조직구조 재편의 후속조치도 모색할 계획이다.


KBS 수입구조, 수신료 40% - 광고·기타 60% '기형적'

이어 KBS는 수신료 물가연동제, 단가인상 등 광고제도 개선, 국책방송 국고지원금 확보, 방송발전기금 납부유예, 지상파DMB 디지털전환 재원확보 등을 통해 재원구조를 적극 혁신하겠다고 발표했다.


KBS 재원의 근간인 수신료는 지난 81년 2500원으로 책정된 뒤 24년간 한번도 오르지 않았다. 당시 기준으로 지난해 수신료 2500원의 실질가치는 848원, 물가상승분이 반영됐을 때 적정 수신료는 7362원. 이렇게 되면 지난해의 경우 1조5천억원의 수신료 수입으로 광고 없이도 경영이 가능하다고 KBS는 분석했다.

그러나 현재 KBS 수입구조는 수신료 40%, 광고·기타 60%를 차지, 공영방송에 걸맞지 않는 기형적인 형태이다. 정 사장은 "재원구조가 광고재원 위주로 왜곡된 근본적인 원인은 81년 정해진 수신료 금액의 실질가치 하락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신료에 물가를 연동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KBS가 수행하는 사회교육방송, 국제방송 등 국책방송에 대한 국고지원금을 확보하기위해 방송위원회를 통해 기획예산처에 국고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방송위원회는 지난 5월 30일 방송위 예산에 국책방송 국고지원금을 편성, 기획예산처에 제출하기로 결정됐다. 이는 KBS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KBS는 PPL(간접광고) 허용과 함께 방송발전기금 납부유예도 주장하고 나섰다. 광고매출액의 3.5%를 방송발전기금으로 납부하고 있는 KBS의 경우 지난해 638억원의 적자에도 219억원의 기금을 납부했다. 반면 방송위원회는 같은 기간 2390억원의 방송발전기금을 걷어 이중 758억원을 잉여금으로 이월했다.

KBS는 이에 대해 "방송법은 사업자 재정상태, 방송운용의 공공성 등을 참작해 방송발전기금 징수율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24년간 수신료 동결로 경영상태가 악화되고 디지털전환 국고지원은 전무한 상태에서 방송발전기금을 계속 징수하는 것은 법취지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법인카드 유흥주점, 성인오락, 개인서비스 등 사용 금지

한편 KBS는 최근 노사간 갈등의 원인을 제공했던 법인카드 사용기준과 총국장 업무용 차량이용 및 골프허용 관행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먼저 지역총국장 차량과 골프허용과 관련, 정 사장은 "업무시간 이외이고 KBS 윤리강령에 저촉되지 않는다면 총국장 골프를 막을 이유는 없다"며 "업무용 차량이용 여부도 총국장이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원들의 공사차량 공적, 사적 용도에 대해 더 분명하게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일부 직원의 사적 용도 사용으로 물의를 빚었던 법인카드 사용 관련, 정 사장은 클린카드제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즉 모든 법인카드에 사용제한 기능을 부과해 유흥주점, 일반레저, 성인오락, 개인서비스 등 특정 업종 및 업소에 대한 사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겠다는 것. 이를 어겨 1차 적발되면 경고, 2차 적발되면 보직박탈을 명문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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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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