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추리소설] 깜둥이 모세 - 28회

28회 - 테베군의 습격

등록 2005.06.04 00:36수정 2005.06.04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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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둥둥.

모세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아포피스를 바라보았다.


"여기에 온다고 테베군한테까지 기별하셨습니까?"

아포피스는 어깨를 으쓱하고 술잔을 내려놓았다.

"파라오께서 선견지명이 있으시군. 테베군이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은 나도 몰랐는데."

술자리를 박차고 나온 모세와 아포피스는 흙벽돌로 굳건하게 쌓은 성벽을 올랐다. 제제르는 이미 망루에 올라 큰 목소리로 무장을 하라 일렀다. 테베군의 진군 북소리보다 더 큰 제제르의 목청에 전군은 기민하게 싸울 채비를 서둘렀다.

지평선을 가득 메울 정도로 뿌옇게 피어오르는 흙먼지 속에 테베군의 군가가 들렸다. 그리고 테베군은 사기를 드높이기 위해 자기들이 섬기는 신을 목청껏 외치고 있었다.

"아문! 아문!" "아문! 아문!"


아포피스는 적군을 가늠하기에 앞서 아군의 표정을 훑어보았다. 지평선 가득 보이는 흙먼지 속에 수만의 테베군의 위용이 힉소스군을 짓누르는 것처럼 보였다. 모두들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진 것을 보고 아포피스는 모세를 돌아보았다.

"농성전으로 적을 격퇴할 텐가?"


모세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성벽 아래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제르 휘하 전차 부대, 모든 준비 완료하고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진격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병사란 피와 흙먼지 속을 돌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제제르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여태까지 큰 패배 없이 전쟁터를 누볐기 때문에 적이 몇 만이든 두렵지 않았다.

"저놈이 저렇게 날뛰니 얌전히 농성전 하기는 글렀군."

모세의 혼잣말을 듣고 아포피스가 놀랐다.

"농성을 해야 아군의 피해가 적지 않겠나. 성을 나가 싸운다면 아군의 이점을 포기하는 것이 되네."

"여기 주둔 병력이 7천은 됩니다. 요새 밖으로 추수를 앞둔 개간지가 있어서 포기할 수 없습니다. 적이 많아야 1만을 조금 넘을 테니, 해볼 만 합니다."

아포피스는 제제르를 붙잡고 농성전을 주장했지만 혈기 왕성한 제제르는 빈정댔다.

"아포피스님께서는 겁이 나시면 성루에 올라 구경만 하십시오. 이 제제르가 왜 셉투라고 불리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모세는 그런 제제르를 보고 코웃음을 치며 어깨를 으쓱했다.

"저랑 같이 참전하시겠습니까?"

아포피스는 굳건한 요새에서 후방을 지키고 싶었지만 모세의 권유를 마다할 수는 없었다. 제제르가 하도 모세의 말을 듣지 않으니까 아포피스의 권위로 누르고 싶어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여호수아!"

똘똘하게 생긴 셈족의 소년이 하이집트를 상징하는 파피루스가 그려진 쌍두전차를 몰고 다가왔다. 모세가 먼저 전차에 올라 아포피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타시죠."
"마부가 너무 어린 거 아닌가."
"제 서기입니다. 눈의 아들 여호수아입니다."

눈신의 대신관(눈의 아들)이란 말을 듣고 아포피스는 깜짝 놀라 축복의 말을 건넸다.

"그대의 카가 강건하시기를, 라의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여호수아는 빙긋 웃으며 축복했다.

"눈신의 은혜가 함께 하시길."

4천의 보병과 1천의 전차부대를 이끌고 모세는 요새를 나왔다. 2천의 대기대를 요새에 남겨두었으니 뒤가 위험해질 염려는 없었다. 제제르는 요새를 벗어나자마자 말에 채찍질을 가하며 앞서 달려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걸 가만히 볼 모세가 아니었다.

"제제르! 내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즉결 처분이다!"

모세는 파라오에게 직접 하사받은 청동검을 번쩍 치켜들고 호령했다. 제제르는 움찔했지만 가만 있지 않았다.

"나 셉투 제제르가 적을 눈앞에 보고도 돌진하지 않는다면 제제르가 아니오!"
"내 명을 어김은 파라오를 가벼이 여기는 줄로 알겠다. 네 목숨 하나 취한다고 해서 이번 전투에서 질 힉소스군이 아니다!"

제제르의 이마에 핏줄이 도드라졌지만 침을 꿀꺽 삼키고 전차를 몰아 모세의 뒤쪽으로 이동했다. 제제르를 힐끗 쳐다본 아포피스는 인상이 굳어진 모세에게 말을 건넸다.

"제제르에게 먼저 돌진을 명령한 다음에 적의 진형이 무너지면 공격하기 쉽지 않겠나?"
"지켜만 보십시오."

아포피스가 상관이기는 했지만 전투에서는 모세의 명령이 우선이었다. 고삐를 잡은 여호수아가 아포피스에게 활을 건네주었다. 모세는 창과 검을 움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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