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나비의 사랑을 엿보다

등록 2005.06.05 01:17수정 2005.06.0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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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그들의 사랑을 가리켜 교미라는 말로 폄하했다. 교미는 꼬리나 끝을 맞댄다는 뜻이다. 아마도 마음을 맞대는 사랑을 인간의 몫으로 독차지하고 다른 것들은 그저 몸을 맞대는데 불과한 것으로 선을 그어 구별해 두고자 하는 욕심에서 그 말이 나왔을 것이다.


어느 날 그들 가운데서 우연히 나비의 사랑을 엿보게 되었다. 그런데 사랑이란 말은 오히려 그들의 몫 같았다. 교미가 사랑을 대치해 버린 인간의 세상에서 이제 그들로부터 사랑을 배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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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사랑은 움직이는 거다. 오해마시라. 이 남자에게서 저 남자로, 혹은 이 여자에게서 저 여자로 움직이는 게 아니다. 사랑은 때로 하늘로 아득히 날아올라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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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그러나 사랑하면 저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다. 혼자 날면 숨이 턱에 차지만 사랑으로 날면 가쁜 호흡도 까마득히 잊게 된다. 그 혹은 그녀가 가슴을 채우면 그 어떤 가쁜 호흡도 그 자리를 밀고 들어올 수 없다. 사랑의 호흡은 그런 것이어서 육체의 한계를 말끔히 밀어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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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사랑은 종종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 있으면서 좀처럼 손에 잡을 수 없는 것이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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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그러나 절망하지 마시라. 사랑의 마음이 닿으면 그 순간 그 혹은 그녀가 몸을 돌려 시선을 맞출 것이니. 그 순간 사실 둘의 눈과 눈이 닿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이 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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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바로 그렇게 사랑이 온다. 사랑은 마음과 마음이 맞닿고 그 마음에 몸이 얹혀져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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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오늘 그들의 사랑이 영글고 있는 곳은 보리밭이다. 그들이 쳐다본다. "민망하게 뭘 그렇게 보슈"하는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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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그러나 사랑은 나로 하여금 몰염치를 무릅쓰고 더욱 가까이 시선을 가져가게 만드는 흡인력을 갖고 있다. 그건 내 탓이 아니라 순전히 사랑의 자장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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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모두가 사랑의 행운을 갖는 것은 아니다. 때로 외로운 삶도 있다. 그 외로움이 계속되다 보면 그들에게 있어 사랑은 보리밭을 오염시키는 행위로 성토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어떤 질시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계속된다. 보리밭뿐만이 아니라 유채꽃 밭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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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그들의 사랑이 계속되는 한 그 사랑을 더욱 가까이서 엿보고 싶은 나의 몰염치도 계속된다. 그러나 그것은 내 탓이 아니라 순전히 사랑의 흡인력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첫 다섯 장의 사진은 2004년 8월 11일에 목포의 유달산 중턱에서 찍었다. 나머지 사진은 2005년 6월 4일에 서울 올림픽 공원에 조성된 보리밭과 유채꽃 밭에서 찍었다. 개인 블로그인 http://blog.kdongwon.com/index.php?pl=92에 동시에 게재되어 있다.

덧붙이는 글 첫 다섯 장의 사진은 2004년 8월 11일에 목포의 유달산 중턱에서 찍었다. 나머지 사진은 2005년 6월 4일에 서울 올림픽 공원에 조성된 보리밭과 유채꽃 밭에서 찍었다. 개인 블로그인 http://blog.kdongwon.com/index.php?pl=92에 동시에 게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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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갖고 돌아다니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들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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