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5일 보리이삭김환희
나는 밀이라고 고집하는 아이에게 보리와 밀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설명해 주었다. 내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에도 그 아이는 내 말이 믿기지가 않는다는 듯 계속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내 말이 끝나자 그 아이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자신의 집을 향해 슬그머니 놀이터를 빠져나갔다.
한편으로 끝까지 보리라고 고집을 부렸던 아이는 의기양양하여 친구들에게 똑같은 말을 반복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거봐, 내 말이 맞지. 맞는다는데 계속해서 우기고 난리야.”
도심지 아파트 단지 주변에 보리밭이 있는 것이 드문 일이다. 언제부턴가 매년 5월이면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것이 보리였다. 그리고 6월 초가 되면 이삭이 누렇게 변하면서 낱알이 익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