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배자 출신 정치인, 공안검사 가르치다

천영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의 '한국 노동운동' 강연 눈길

등록 2005.06.07 18:49수정 2005.06.07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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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수배자 출신 정치인이 공안검사에게 노동운동을 가르쳤다. 천영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사진)가 7일 오후 경기도 용인 법무연수원에서 공안 전담검사 40여명을 상대로 '한국 노동운동의 이해'에 대해 특강을 펼쳤다.

이날 강연은 지난 5월 초 대검 공안부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정치인이 공안 검사를 대상으로 강연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천 원내대표는 이번 강의에 대해 "격세지감을 느낀다"며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 사회의 달라진 지형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감회를 밝혔다. 그는 지난 60년대 중반 학생운동 활동과 90년대 통일운동으로 2차례 수배된 바 있다.

천 원내대표는 이날 "그동안 노동운동은 부정적 이미지로 존재해왔으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노동문제가 나타난다"며 "현재 우리사회의 1570만명 노동자를 국민과 다르게 보지 말고 '노동자는 곧 국민'이라는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원내대표는 "현재 노동운동에 도덕성과 민주성의 위기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강력한 자정운동으로 이를 바로잡아야 하고, 엄격한 수사와 일벌백계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노력이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80년대 권위주의 시절의 업무감사나 회계감사로 복귀하자는 것은 잘못된 처방"이라며 검찰의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또한 천 원내대표는 "울산 플랜트노조 가족대책위가 경찰에서 폭행 당하고 하이닉스 청주공장에서는 물대포 진압훈련이 벌어지는 등 '구사대의 악몽'이 재현되고 있다"며 최근 사례 등을 들어 노동탄압 및 부당노동행위 상황을 설명했다.

천 원내대표는 이번 강연을 위해 각종 여론조사나 통계, 노동운동 사례 등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강연 도중 칠판에 내용을 적어가며 열의를 보였다. 검사들도 내용을 받아적으며 진지한 자세로 강연을 들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검사는 질의응답시간에서 "현재 검사측도 비폭력 불법파업시 대부분 불구속 수사를 하는 등 노동문제를 엄격한 실정법의 잣대로만 다루고 있지 않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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