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운동장에서 수업 받고 있는 어린이들.김남희
산책에서 돌아오니 외국인이 찾아왔다고 알리의 친척 여자들이 다 모여들었다. 알리의 누나가 서툰 영어로 내게 말한다.
"나는 내 평생을 이 동네에서 보냈는데, 자유롭게 여행 다니는 네가 너무 부러워."
마흔은 훌쩍 넘겨 보이는 그녀는 이제 겨우 서른에 네 아이의 엄마였고, 그녀가 접한 다른 세상은 단 한 번 다녀온 근처의 도시뿐이었다. 갑자기 내 삶이 부끄러워졌다.
이 산골에서 나고 자란다는 것. 그건 자연과의 혹독한 싸움, 문명과의 긴 고립을 의미한다. 25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이곳에는 수도도, 전기도 없다. 빙하의 물을 끌어올려 수력발전을 하지만 얼음이 녹는 늦봄부터 초가을까지만 약한 전력이 비정기적으로 들어올 뿐이다.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는 이곳의 겨울은 모질고, 길어 1년의 절반이 겨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 지독한 추위에도 불구하고 난방시설이라고는 취사를 겸해 부엌에 설치된 난로가 전부이다. 땔감을 구하기 힘든 탓에 이곳에서는 특이하게 땅의 일부를 개간해 가시덤불을 심고 키워 땔감으로 쓴다. 그래서 동네를 걷다 보면 파키스탄 전역에서 아무렇게나 자라던 가시나무들이 과일나무처럼 정성스럽게 열을 맞춰 심어져 관리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동네의 갓난아기들은 대부분 고질적인 감기와 폐질환을 앓고 있고, 여자들은 물을 길어오기 위해, 땔감을 마련하기 위해, 양들과 소에게서 우유와 치즈를 얻기 위해,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일해야 한다. 남자들의 삶이라고 다를 것도 없다. 그들 역시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척박한 땅에 감자를 심고, 양과 소를 끌고 먼 고원으로 몇 달씩 이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