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녀 사건을 지켜보며

애완동물 기를 자유만 알고, 책임은 피하고 보자는 인식 버려야

등록 2005.06.07 19:29수정 2005.06.1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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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성의 애완견이 지하철 안에서 배설을 했는데, 그것을 치우지 않고 그냥 간 황당한 일이 논란이 되고 있다. 그 여성이 남긴 배설물은 그를 알지 못하는 할아버지와 아주머니가 치웠다. 마치 어린아이가 배설한 것을 할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치우듯이.

사람들이 무안을 주니까 어쩔 줄 몰라서 그랬을까? 당황하지만 여유있게 웃으며 모면하려 한 것일까? 그 배설물이 마른 형태가 아니라 물의 형태였기 때문에 치우는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 언제나 그렇듯 놔두면 누군가 치워주는 곳이 지하철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일부에서는 젊은 여성이 그러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더 가학적으로 비판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 젊은 남성이 했다면 이렇게 가학적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젊은 여성은 자신이 일으킨 문제에 책임을 지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지하철에서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일은 많다.

술에 취해 구토를 하고는 아무런 조치 없이 그냥 나가 버린다. 정신이 없다지만,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와 같이 단지 코믹한 상황만은 아니다. 남은 사람들은 냄새에 괴로워해야 한다. 어느새 술에 취한 채 지하철을 타고 구토를 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 아닌 것처럼 돼 버렸다.

다시 애완견으로 돌아가면, 이제 어느 장소든 애완견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즉, 배설물 문제는 어느 곳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냄새 나는 배설물만이 아니다. 털이 날리기도 한다. 개털 알레르기도 있는 사람이 지하철에 탈 수도 있고, 개만 보면 무서워하는 아이가 있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애완동물로 넓혀보자. 원숭이를 비롯해서 요즘은 파충류, 곤충에 이르기 까지 폭이 넓다. 공공장소에서 이러한 애완동물을 들고 다니는 경우를 근래에 부쩍 보게 된다. 들고 다니는 사람들 대부분은 아무런 장치를 하지 않고 다닌다. 가벼운 손가방에 담거나, 그냥 손에 들고 혹은 줄에 매달고 다니기도 한다. 혹시 그들의 애완동물을 혐오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는다. 배설물 사건과 같은 일이 일어나면 그대로 방치한다.

애완견이 죽는 경우에도 그냥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애완견을 기르는 자유는 있고, 책임은 지지 않는 것이다. 주인의식이 없는 셈이다. 자신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달아나는 주인을 보고 개가 무엇을 생각했을지 실소를 그칠 수 없다. 오죽하면 '개똥녀'라는 별칭이 붙었을까. 배설하고는 그냥 가 버리니 애완견과 개주인은 같은 수준이 되어버렸다.


갈수록 한국인들은 외로운지 애완동물을 많이 기르는 추세이지만, 이는 거꾸로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을 의미하고 있다. 애완견이나 동물을 기르기 위해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라고 둬야 할 듯싶다. 차를 사면 차에 대한 책임을 지듯이 말이다.

이 참에 공공장소, 이동 공간 예를 들면, 지하철 탑승 시 애완 동물 에티켓 관리 등을 마련하는 필요하다고 본다. 애완동물의 배설물은 반드시 주인이 치울 것, 알레르기 있는 사람을 위해 주의 의무를 다할 것, 반드시 보호기구 안에 담아가지고 다닐 것 등. 이런 이야기를 하나 하나 해야 하는 것도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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