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똥녀'...미 블로거들 뜨거운 논란

등록 2005.07.08 13:48수정 2005.07.0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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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 지난 6월 한국의 인터넷을 시끄럽게 한 '개똥녀' 논쟁이 미국 블로거들의 뜨거운 논쟁으로 번졌다.

워싱턴 포스트는 7일 '지하철 소동이 남을 망신 주는 인터넷의 힘에 대한 시험대로 확대되다'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한국의 지하철에서 애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고 사라졌던 '개똥녀'(Dog Poop Girl) 사건은 인터넷의 힘과 함께 '해결되지 않은 (인터넷 세상의) 미래의 한 구석'을 엿보게 하고 있다면서 이를 둘러싼 전문가들의 분석과 블로거들의 논쟁을 소개했다.

조지 워싱턴 대학의 대니얼 J. 솔로브 법학 교수는 "개똥녀 사건은 자기 개가 저질러 놓은 것은 치워야 한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규범을 담고 있다"면서 "그러나 한 개인의 규범 위반에 대해 영구한 기록을 갖는 것은 마치 '디지털 주홍글씨'로 그들을 낙인찍음으로써 (위반에 대한) 제재를 완전히 새로운 수준으로 올려놓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집단 행동 전문가인 하워드 레인골드는 "('개똥녀' 사건에 대한) 토론은 사생활권에 대한 규칙이 변화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과 함께 시작돼야 한다"면서 "15억명이 온라인으로 감시하는 요즘 세상에는 과거의 '빅 브라더'가 아닌 우리의 이웃, 즉 지하철의 사람들에 대해 우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직 칼럼니스트인 댄 길모어는 "언론이나 합법적인 시스템이 하지 않는 것을 한다는 것은 매우 흥미있는 문제이나 이에 대한 해답은 없다"면서 "사람들은 결과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를 쓴 조너선 크림 기자는 이 사건을 놓고 미국인 수십명과 토론을 갖고 여러 블로그에 뜬 글을 읽어본 결과 공통의 단서를 찾아낼 수 있었다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의 본능은 인터넷을 새로운 사회적 강제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었으나 그것이 지나치지 않도록 어디까지가 충분한 지도 찾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는 "개똥녀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것은 괜찮으나 그녀에 대한 정보를 갖고 떠드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개똥녀'의 얼굴과 다른 특징들이 더 희미하게 처리됐어야 한다"고 말했으며 또 일부는 "그런 여자는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가 없다"는 의견까지 나타냈다.


크림 기자는 이중 돈 박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블로그에 적은 "만일 내가 그 현장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었을까. 아무말 않고 배설물을 치웠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면 배설물은 치워지고 '개똥녀'는 적절한 수준에서 창피함을 느꼈을 것"이라는 글을 전했다.

한편 크림 기자의 기사에 대해 이날 워싱턴 포스트 닷컴에는 '인터넷 린치'를 막기 위한 관련 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과 블로거들의 행동을 옹호하고 오히려 정부의 인터넷 통신 감시를 우려하는 엇갈린 댓글이 실려 눈을 끌었다.


jk3046 이라는 네티즌은 "블로거들은 주류 언론처럼 자기가 쓴 기사 뒤에 숨거나 행정부, 광고주의 압력을 받지 않으며 일반에 중요한 정보를 전달한다"고 말했으며, bupkus23은 "인터넷 오용은 우리 모두가 인식해야 할 일이지만 더욱 우려되는 것은 정부가 e-메일뿐만 아니라 댓글까지도 감시하는 등 장차 인터넷 통신을 오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james_68은 "만일 인터넷이 1930년대 독일에 있었더라면 유대인 가정의 이름과 주소, 사진까지 올리는 것도 허락했었을 것"이라면서 "이번 사건은 단순히 '개똥' 문제 이상으로 복잡한 것이며 우리는 이를 다룰 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nhpark@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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