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민단체, '비정규 철폐 행동 주간' 선포

비정규권리찾기평택연대회의, 민관 통틀어 최초 비정규 실태 조사 결과 발표

등록 2005.06.08 00:26수정 2005.06.0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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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기자회견 모습

기자회견 모습 ⓒ 김용한

비정규권리찾기평택연대회의(상임대표 김래현)는 7일 오전 11시 평택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6월 7일부터 12일까지를 "비정규 철폐 행동 주간"으로 선포하고, 평택지역 비정규직 노동자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 조사는 연대회의 소속 단체 회원들이 평택 전역에 흩어져서 차별을 받으며 일하고 있는 각종 형태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1:1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환경미화원이나 식당조리, 학교 급식 담당 등 평택시청과 교육청(각급 공립학교) 등 공공 기관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서부터, 아파트 경비원, 학습지 교사, 레미콘 기사, 보험 모집인, 골프장 경기 보조원 등 민간 기업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까지 직접 만나서 실태 조사를 했다. 평택에서 민관을 통틀어 이런 조사는 처음이었다.

a 기자회견을 끝내고 노동상담용 천막을 설치한 관계자들.

기자회견을 끝내고 노동상담용 천막을 설치한 관계자들. ⓒ 김용한

이번 조사를 통해 밝혀진, 평택시의 심각한 문제점들만 발췌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자체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가운데 상근 인력은 1년마다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일시 사역 인부는 1년 이내 단위로 근로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데 1년 이상 근무하는 노동자를 상용직화하지 않는 이상 고용 불안이 계속된다.

둘째, 지자체 비정규직 총 인원 177명(환경미화원 제외)은 너무 많으므로, 계절적 업무처럼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상용직으로 채용해야 한다.

셋째, 비정규직에서 제외된 환경미화원 151명은 평택시 직영으로 되어 있는 가로환경미화원이고, 약 2백 명의 환경미화원은 용역 위탁업체에 고용되어 있다. 가로환경미화원은 무기한 계약으로 고용되지만 2003년 선별처리장, 재활용 업무를 용역업체에 위탁한 예에서 보듯이 시의 방침에 따라 언제든 위탁업체로 넘어갈 수 있는 고용불안 상태에 있다.


용역업체로 넘어간 환경미화원들은 정년도 짧아지고 1년 단위로 고용 계약을 체결하고, 임금도 깎이고, 퇴직금도 연봉에 합산해서 받는 등 근로 조건과 고용 조건이 급격히 악화되었다.

특히 선별장의 경우 여성미화원을 고용해 일당 4만원을 주고 11개월만에 계약 해지를 했다가 1개월 뒤에 재계약을 하는 식으로 퇴직금 지급 의무와 계속 고용 의무를 피하기 위한 편법과 불법을 자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평택시가 환경미화원들의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노동자들을 용역업체에 넘기는 것은 중간착취업체를 권장하는 것이다.


넷째, 평택시가 시설관리 업무를 비정규직 70여 명에게 맡기고 있는데 시설 관리를 반드시 계약직화해야 하는 근거도 없이 시설관리를 위탁 또는 비정규직화하는 것은 잘못이다.

다섯째, 평균 기본급이 법정 최저임금 22,720원보다 약간 많은 25,600원밖에 되지 않는데 이는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여섯째, 평택시는 비정규직 문제에 모범이 되어야 할 대표적인 공기관이다. 따라서 시설관리, 청소 용역 업체를 직영화하는 것에서부터 비정규직을 축소시켜 나가야 한다.

이들은 평택시가 비정규직을 축소, 폐지하기는커녕 오히려 확대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런 문제를 널리 알리기 위해 평택역 광장에 천막을 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상담을 하는 등 앞으로 1주일 동안 비정규직을 철폐하기 위한 각종 사업을 펼치겠다고 발표했다.

"먼저 평택시와 교육청 같은 공기관이 비정규 철폐에 앞장 서야!"
평택지역 비정규 조사 결과를 발표한 남정수씨 인터뷰

▲ 평택역 광장에 선 노동 상담 전문가 남정수 씨
비정규권리찾기평택연대회의에서 핵심활동을 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평택시위원회 노동위원장 남정수 씨를 평택역 광장에서 만났다. 자신도 해고의 아픈 경험을 갖고 있는 그는 지난 10여 년 간 평택민주노동자회 회장으로, 민주노동당 평택시위원회 노동위원장, 사무국장, 지구당 위원장 등을 역임하고, 지금은 다시 노동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평택에서 10년 넘게 노동 상담을 하고 있는 그와 나눈 대화를 문답형식으로 풀어본다.

문: 오늘 평택지역 비정규 노동자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그 동안 조사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뭐였나?
답: 참 많았다. 우선 인력과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그래서 상당히 많은 부분에 대해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첫째, 비정규직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가장 큰 고통을 당하고 있는 여성 비정규직, 둘째, 도,소매업,음식업 등 영세한 개인 업체에 고용돼 있는 비정규직, 셋째, 아르바이트, 단시간 근로 등 청소년 고용 실태와 근로기준법 적용 여부, 넷째, 노동자들의 임금을 중간 착취해 이윤을 착복하는 수많은 용역업체, 아웃소싱 인력 파견 업체, 건설일용노무 공급업소 등의 실태 등이다.

문: 이번에 아파트 경비원 등 시설 관리에 종사하는 노인 노동자들의 실태도 파악한 걸로 아는데?
답: 주로는 경비 등 시설 관리에 종사하는 60세 이상 노인 노동자들에 대한 사용자 측의 노동법 위반 행위가 상당히 만연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그런데도 누군가에게 자신의 애로사항을 말하다가 그냥 잘리지는 않을지, 두려워하며 입조차 열지 못하는 분도 많았고, 1:1 면담 내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불안해 하는 분도 많았다. 그래서 전면적인 실태 조사는 불가능했고, 기본 분위기만 파악했다고 할 수 있다.

문: 제대로 실태를 조사하려면 인력과 시간이 얼마나 필요하겠나?
답: 우리 같은 민간 단체들은 힘들다. 평택시가 나서야 한다. 그런데 평택시와 교육청 같은 공공기관이 오히려 앞장서서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있어서 문제다.

문: 평택시와 교육청 등 공공 기관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나?
답: 두 말이 필요없다. 공공기관들은 비정규직을 축소하고 정규직화해야 하며, 노동법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의 약자들이 유일하게 단결할 수 있는 합법적인 노동조합을 혐오하지 말아야 한다. 노동조합은 공공기관의 적이라는 생각을 하는 한, 사회의 약자들에 대한 대책을 아예 세울 수가 없는 것이다.

문: 시민사회 운동 진영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답: 진보적 시민사회 운동 진영은 우선 아파트 관리 업무 직영화,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민주화, 학교 급식 직영화, 학교운영위원회 적극 참여와 민주화 같은 것을 차근차근 실천했으면 좋겠다. 이윤보다는 사람이 중요하고, 효율성보다는 인권이 중요한 것이다.

문: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답: 우선 평택시장에게 요구하고 싶다. 평택시장은 관내에서 벌어지는 각종 불법노동행위, 노동법 위반 행위, 등을 감시하고, 양호한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소개해 주고, 어려움에 처한 노동자들을 위해 무료 법률 상담을 실시해 주고, 하는 일을 해야 한다. 평택시 인구 37만 가운데 비정규직이 5만명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평택시장은 울산 북구청이 설치한 <비정규노동자지원센타> 같은 시설을 만들고, 노동 관련 단체에 위탁을 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한 마디 하고 싶다. 여러분의 동지들이 지금 평택 역전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정말 힘들고 어렵겠지만, 찾아와서 다 털어 놓고 상담해 달라. 그럴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정 남의 눈이 두려우면 전화 번호라도 적어서, 전화상담을 신청하라. 031-653-6130이나, 658-3077, 또는 내 휴대 전화 016-370-1969로 전화하시라. 언제든 최대한 도움이 되어드릴 것이다. / 김용한

덧붙이는 글 | 비정규직 철폐 행동 주간 일정
                    
- 6월 7일 ~ 6월 10일(매일 10:00시 ~ 18:50분) 비정규 노동자를 위한 천막 상담과 시내 홍보(평택역)

- 6월 8일 19:00시 김진숙(민주노총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 초청강연회
                    (평택청소년문화센타 대강당)

-6월 9일 19:00시 사회 양극화와 빈곤 극복을 위한 비정규 철폐 토론회(기남방송 녹화 방영 / 평택 청소년문화센타 대강당)

- 6월 11일 14:00시 비정규 철폐 자전거 타기 대행진(평택역 -시내- 평택역) 

- 6월 11일 16:00시: 비정규 철폐 결의대회(평택역)

- 6월 12일 10:00시: 비정규 철폐 평택 지역 노동자 체육대회(공설운동장 보조 경기장 /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공무원노조, 외국인노동자인권센타, 각 단체 등 참여)

덧붙이는 글 비정규직 철폐 행동 주간 일정
                    
- 6월 7일 ~ 6월 10일(매일 10:00시 ~ 18:50분) 비정규 노동자를 위한 천막 상담과 시내 홍보(평택역)

- 6월 8일 19:00시 김진숙(민주노총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 초청강연회
                    (평택청소년문화센타 대강당)

-6월 9일 19:00시 사회 양극화와 빈곤 극복을 위한 비정규 철폐 토론회(기남방송 녹화 방영 / 평택 청소년문화센타 대강당)

- 6월 11일 14:00시 비정규 철폐 자전거 타기 대행진(평택역 -시내- 평택역) 

- 6월 11일 16:00시: 비정규 철폐 결의대회(평택역)

- 6월 12일 10:00시: 비정규 철폐 평택 지역 노동자 체육대회(공설운동장 보조 경기장 /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공무원노조, 외국인노동자인권센타, 각 단체 등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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