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추리소설] 깜둥이 모세 - 29회

29회 - 상이집트와 하이집트의 격돌

등록 2005.06.08 09:17수정 2005.06.08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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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는 청동검을 지켜들고 각 부대에 지시를 내렸다. 아포피스는 모세 곁에서 부대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는데 자기가 알던 진형과 차이가 있어 고개를 갸웃했다. 뒤를 보니 얼굴이 시뻘개진 제제르가 간신히 화를 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제제르가 화를 내는 것도 당연했다. 보통은 가장 강한 부대를 전면에 배치하고 빠른 부대를 양쪽 날개로, 가장 약한 부대는 맨뒤에 위치시키는 법인데, 모세는 약한 부대를 전면에 배치하는 것이었다. 제제르의 전차부대가 약한 부대 뒤에 위치해서 제제르의 자존심이 구겨진 상태였다.


“진격하라!”
테베군이 자신의 신인 아문의 이름을 소리높여 외치듯이, 힉소스군은 세트의 이름을 외치며 전진했다.
적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까지 전진하자 적장의 얼굴을 알아본 아포피스가 먼저 탄식했다.

“저 자는……! 모세, 저 자의 얼굴을 기억하는가?”
상이집트를 상징하는 하얀 왕관을 쓴 남자가 연꽃 무늬가 그려진 전차에 올라탄 모습이 보였다.
“그때 저놈을 놓친 것이 한이 되는군요.”

테베왕, 그는 바로 요셉 왕자를 잡으려 했던 세케넨레였다. 아포피스는 세케넨레를 놓친 후 그의 정체를 알아보기 위해 사방으로 사람을 풀었다. 아포피스는 세케넨레가 테베의 왕자 이름임을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얼굴을 몰랐기 때문에, 정체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세케넨레도 요셉처럼 대중에 알려져 있지 않아서 확인이 어려웠다. 오늘 이렇게 전쟁터에서 적장을 확인하니, 새삼 아포피스는 예전 일이 아쉬웠다. 아포피스는 여호수아가 쥐고 있던 고삐를 잡고 전차를 앞으로 몰았다.

“테베왕 세케넨레!”
아포피스가 우렁찬 목소리로 테베의 왕을 부르자 하얀 왕관의 세케넨레가 역시 전차를 앞으로 몰고 나왔다.

“당신은 새 파라오가 되신 요셉의 즉위식에 사절단을 파견하기는커녕 불법으로 군대를 진격시켰소이다. 우리 힉소스인들은 상이집트 사람들을 섭하지 않게 대해주었고 선진 무기 체계를 들여와 이만큼 이집트를 부강하게 만들었소. 그러나 당신은 파라오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고 수시로 변경을 침범하고 있소. 당장 군대를 해산하고 새 파라오의 통치에 협조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이오!”


세케넨레는 껄껄 웃더니 호통을 쳤다.
“나일 강 일대는 이집트 사람들의 땅이오. 우리 이집트 사람들은 수천 년 동안 이 땅의 주인이었소. 우리 선조들은 나일 강의 홍수와 싸우며 농경지를 일구었고, 그 선조들이 바로 이 땅에 묻혀 있소. 이집트를 다스릴 권리는 이집트 파라오의 후예인 테베의 왕족들에게 있을 뿐이오. 더 늦기 전에 원래 살았던 아시아로 돌아가시오. 계속 여기에 있겠다면 이집트 사람들이 결코 그냥 두지 않을 것이오!”

아포피스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더니 고삐를 여호수아에게 넘겼다. 여호수아가 전차를 뒤로 물리자 세케넨레는 은빛이 번쩍이는 검을 뽑아들었다.
“전군 공격!”


흰색의 테베군이 속도를 높여 달려들자 붉은색의 코브라가 그려진 방패를 땅에 세우며 힉소스군이 테베군을 저지했다. 흰색으로 상징되는 테베군과 붉은색으로 무기를 색칠한 힉소스군이 격돌했다. 둔중한 소리를 내며 무기들이 부딪치고 이내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청동기 무기와 석기 무기를 섞어 사용하는 테베군과 청동기 무기로만 무장한 힉소스군은 당연히 힉소스군이 우위였다. 그러나 지금은 테베군이 숫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고, 힉소스군의 전방부대가 약체 부대라서 밀리고 있었다. 뒤에서 이 장면을 보고 안절부절못하는 제제르는 모세에게 사정조로 말했다.

“이러다가 우리 군이 지겠소! 날 보내주시오!”
“내 명령을 어기고 뛰쳐나간다면 네 등에 화살을 날릴 것이다!”

힉소스군의 좌우 날개는 굳건히 테베군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지만 중앙의 약한 군대는 조금씩 후퇴하고 있었다. 모세 옆에서 전황을 지켜보던 아포피스는 전세를 뒤집기 위해 제제르를 출동시킬까 망설이고 있었다. 테베군의 중앙 부대는 점점 강하게 밀고 나왔다.

초조해진 아포피스가 월권을 행사해서 제제르를 출동시키려는 찰나, 모세가 손가락을 들어 적진을 가리켰다.
“보십시오! 테베군이 우리의 포위망에 걸려들었습니다!”

아포피스는 눈을 크게 뜨고 적진을 다시 바라보았다. 중앙의 힉소스군이 뒤로 밀리면서 테베의 중군(中軍)이 앞으로 전진한 상태였지만, 양쪽 날개의 힉소스군은 제자리를 지킨 상태였기 때문에 현재의 힉소스군 진형은 U자형이 되었다. 세케넨레가 이끄는 중군이 힉소스군에 의해 주머니에 든 것처럼 포위가 된 상태였다.

모세는 파라오가 친히 하사한 청동검을 높이 치켜들고 명령을 내렸다.
“좌우 날개는 세케넨레를 노리고 공격하라!”

덧붙이는 글 | 소설 속에서 아포피스는 테베왕 세케넨레에게 친일파가 지껄이는 말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습니다.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었으니(경제를 발전시켰으니) 잘못한 거 없고 다 잘했다는 논리입니다. 군사독재에 충성한 사람들의 논리도 같죠. 언제부터 돈이 진리와 정의가 된 것입니까? 바알교와 야훼교는 태생이 비슷합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바알교는 돈을 위해서라면 자식이라도 제물로 바쳤지만 야훼교는 사회적 약자의 재산을 뺏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교회에서는 예수가 율법을 완성시켰다며, 구약의 율법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예수만 맹목적으로 믿으라 합니다. 구약의 율법은 사회적 약자의 보호가 핵심입니다. 예수의 핵심은? 김정일이 김일성을 세습한 것처럼 교회를 세습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소설 속에서 아포피스는 테베왕 세케넨레에게 친일파가 지껄이는 말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습니다.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었으니(경제를 발전시켰으니) 잘못한 거 없고 다 잘했다는 논리입니다. 군사독재에 충성한 사람들의 논리도 같죠. 언제부터 돈이 진리와 정의가 된 것입니까? 바알교와 야훼교는 태생이 비슷합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바알교는 돈을 위해서라면 자식이라도 제물로 바쳤지만 야훼교는 사회적 약자의 재산을 뺏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교회에서는 예수가 율법을 완성시켰다며, 구약의 율법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예수만 맹목적으로 믿으라 합니다. 구약의 율법은 사회적 약자의 보호가 핵심입니다. 예수의 핵심은? 김정일이 김일성을 세습한 것처럼 교회를 세습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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