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밭 천여 평 10분만에 갈아엎어

쌀개방 국회비준 앞두고 농민총파업 선포식 열려

등록 2005.06.08 13:02수정 2005.06.0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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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오는 20일 쌀개방협상에 반대하는 농민총파업을 앞두고 논산시 가야곡면에서 한 농민이 양파밭을 갈아 엎고 있다.

오는 20일 쌀개방협상에 반대하는 농민총파업을 앞두고 논산시 가야곡면에서 한 농민이 양파밭을 갈아 엎고 있다. ⓒ 윤형권

"자식 같은 양파를 갈아엎는 심정이 오죽하겠습니까?"

8일 오전 10시 논산시 가야곡면에 위치한 수확을 앞둔 한 양파 밭에서 농민들 30여명이 머리띠를 두르고 "농민의 힘으로 세상을 갈아엎자"며 트랙터로 양파 밭 천여 평을 10분만에 갈아엎었다.

"수개월 동안 정성을 들여 가꾼 양파들이 순식간에 땅 속에 묻히는 걸 보니 착잡하다"는 김완식 논산시농민회 회장은 "6월 20일 농민총파업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국회와 정부에 대한 농민전쟁 선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미국을 비롯한 '식량무기상'들의 쌀 수입개방 압력에 굴복해, 밀실 이면합의를 해준 정부와 여당, 국회는 자폭하라"며 쌀 개방협상을 비난했다. 그는 이어 "오는 20일 전국에서 농민총파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데, 이때 모든 농산물을 폐기처분하고 정미소는 3일간 동맹휴업하여 쌀 출하를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민들이 이처럼 양파를 갈아엎고 농민총파업이라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하는 것은 쌀 개방에 의한 농촌붕괴의 위기감이 눈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외국에서 들여온 쌀은 양식용이 아닌 공업용이었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양식용 쌀이 본격적으로 수입된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국산 쌀값의 절반에 불과한 수입쌀과 가정의 식탁을 사수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

농민들은 쌀 개방에 대한 이면합의 때문에 정부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며, 쌀 개방에 대해서는 국회가 비준을 거부하고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또 농민들은 국회는 식량자급화율을 법제화해서 통일농업을 준비하고 쌀의 무기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논산시농민회는 오는 20일 오후 2시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농민총파업 행사를 논산시청 앞 광장에서 열고 농산물폐기, 정미소 3일 동맹휴업 등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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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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