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의 밤과 새벽

등록 2005.06.09 14:37수정 2005.06.1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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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7일에 찾았던 두물머리를 이틀 뒤 새벽에 또 찾았다. 이틀 전엔 다른 곳을 돌다가 마지막에 들린 곳이 흔히 양수리라 불리는 두물머리였다. 이미 밤이 깃들어 있었다. 6월 9일, 쿠웨이트를 4:0으로 누른 한국 축구의 열기에 휘말려 새벽잠을 설친 아내와 나는 갑자기 여유가 생긴 아침 시간을 다시 두물머리에 할애하기로 결정했다. 덕분에 하루 사이로 두물머리의 밤과 새벽을 모두 호흡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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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원래 밤의 채색은 흙빛이지만 두물머리의 강가에 서면 밤의 빛은 서슬이 선 듯 짙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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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문명의 불빛은 화려하다. 우리 모두는 그 빛을 좇는다. 하루 종일 두물머리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싣고 떠돌던 나룻배도 그 빛의 자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나룻배가 멀리 강 밑 깊숙이 시선을 내린 불빛을 바라보며 불면의 밤을 지새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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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새벽의 채색은 흔히 푸르스름한 여명을 띠기 마련이다. 그러나 안개가 엷게 치장을 해준 두물머리는 반투명의 하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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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강가의 풀잎 끝에선 매일 이슬이 영근다. 작은 풀벌레가 그 영롱함을 가장 먼저 마중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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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아내는 네잎 클로버는 찾는 데는 선수다. 아내가 찾아낸 행운이 새벽이슬 속에서 가슴을 활짝 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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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정확한 이름은 알 수 없으나 물잠자리의 자태가 곱다. 아침마다 이슬을 먹으며 가꾼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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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이슬도 두 얼굴을 맞대고 있으면 더욱 곱고 영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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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오늘도 또 하루가 밝는다. 안개가 짙은 날 두물머리의 아침은 하얗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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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나룻배와 섬이 맞는 오늘의 아침은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그 두물머리의 아침을 보는 우리의 눈에 오늘의 아침은 새롭다. 때로 이른 아침은 사람들의 가슴을 설렘으로 뒤흔든다. 잠깐씩 자리를 옮겨 다른 곳의 아침에 서면 매일 반복되던 아침도 그 느낌을 새롭게 호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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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갖고 돌아다니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들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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