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아가 스물아홉 노처녀 김삼순으로 분한 <내 이름은 김삼순>MBC
스물아홉 뚱뚱한 노처녀에 대학도 안 나왔고, 파티쉐(프랑스 제빵사) 자격증이 있긴 하지만 크리스마스 이브에 해고 당하고, 애인도 원룸도 자동차도 없다. 그녀는 평균이다. 이상과 현실에 한 발씩 걸치고 있는 스물아홉 그 또래 여성들의 평균.
<김삼순> 공식 홈페이지에 '이 땅의 모든 삼순이들을 위하여'라는 제목과 함께 나와 있는 기획 의도다. 여기에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 있다. 이른바 시원하게 '내지르는' 그녀의 성격이다. "지랄하네" "개싸가지" "새끼야" 등등의 남성적(?) 용어일 것 같은 말들이 김삼순(김선아 분)의 입에선 너무도 자연스럽고 유쾌하게 쏟아져 나온다.
드라마를 위해 6kg의 살을 불렸다는 김선아의 모습은 살짝 우울(?)해 보이기까지 한다. 한국판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아니냐는 관심과 비아냥을 동시에 듣기도 하지만 그간 '뻔'했던 공주형 여주인공의 계보에서 비껴서 있다는 점은 이 드라마가 지닌 가장 큰 미덕이다.
불 같은 성격에 독설을 퍼붓기도 하지만 애인에게 차인 후엔 마스카라가 범벅이 되도록 '엉엉'거리기도 하는 그녀. 때론 넋을 놓고 있다 급정거한 버스 뒷자리서 운전석까지 '다다다' 밀려가는 김삼순. 그녀는 그간 예쁘기만 했지 도대체 현실에 있을 것 같지 않던 '이슬표' 여주인공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재미있다" VS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그러고 보면 삼순이는 과거 90년대를 휩쓸던 <사랑을 그대 품 안에>나 <별은 내 가슴에> 등에서 보여지던 청순가련형 여주인공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여자들이 보는 삼순이는 어떤지 궁금해져 몇몇 여자 동창들에게 안부를 빙자한 전화를 걸었다.
"사실 그전에 아침 이슬만 먹고 사는 주인공들 보면 웃기지도 않았지. 하긴 나도 이슬을 먹긴 해, 좀 쓴 이슬이라 그렇지(웃음). 일단 삼순이가 내숭떨지 않아서 좋긴 하더라. 김선아가 보여 주는 편안함이 70% 이상 먹고 들어가는 것 같아. 한국의 '르네 젤위거'라고나 할까. 어떻게 보면 성격이 딱 나인 것 같던데.(웃음)"
"솔직히 그동안 다른 드라마들의 여주인공들이 좀 재수가 없었지. 가끔 그 닭살 대사들 생각하면 새해에 먹은 떡국이 넘어오더라. 그에 비해 삼순인 대사가 '죽음'이야. 주인공뿐 아니라 주변 인물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사람을 뒤집어지게 만들던데. 전체적으로 솔직한 게 좋고 사실은 삼순이 같은 인물이 여성의 평균치 같다는 생각이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