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관심있게 봐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금 이 시공간에서 같이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마음과 생각이 녹아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공감하는 드라마일수록 그 정도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MBC 드라마 <내이름은 김삼순>도 한국사회의 그러한 심리를 엿볼 수 있다.
외강내유형의 계보와 응집력
겉으로는 강한 척, 그러나 속으로는 여려 상처를 많이 받는 외강내유형. <파리의 연인>의 김정은, <오!필승 봉순영>과 <열여덟 스물아홉>의 박선영, <풀하우스>의 송혜교, <굳세어라 금순아>의 한혜진 그리고 <내이름은 김삼순>의 김선아가 이러한 계보에 속한다.
외강내유형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상처와 약한 모습이 더 잔영으로 남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람들은 겉으로는 강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상처를 많이 받는 존재들이다.
캔디렐라 줄타기의 흥미
캔디렐라는 자신의 일을 꿈꾸고 그것을 실천한다. 그러나 완전히 신분상승의 욕망이나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연출상 비록 없다고 천명해도 드라마의 분위기는 시청자가 그러한 기대감을 갖도록 유도한다. 이것이 최근의 캔디렐라 드라마들의 변형된 돌파구이기도 하다. 여기에 삼각관계가 어떻게 될지는 늘상 흥미를 자아낸다.
약자에 대한 감성과 동일시
가난하고 학벌, 미모나 나이 등의 여건이 떨어지는 여자 인물형은 약자를 의미한다. 그러나 현진헌이 좋아하는 옛애인 희진은 학벌이나 미모, 나이, 사회적 기반이 우월하다. 미모는 뛰어나며 나이가 어리고 의대생이면서 부자다.
김삼순은 사회적 혹은 개인적으로 약자라는 두 겹의 의미가 있다. 성격이나 외모가 좋지도 않으면서 가난한 집 딸이다. 물론 이러한 인물형은 우리들 대부분에 해당한다. 이럴 때 김삼순은 더욱 감성을 자극한다.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지켜보고 싶어질 수밖에 없다.
욕설, 비속어의 카타르시스- 일탈과 해방
김열규가 지적하듯이 욕설은 막힌 감정을 뚫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이 드라마에서는 욕설과 각종 비속어가 등장한다.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이것을 빼면 드라마는 쓰러질지도 모른다. 욕설이나 비속어는 표준어 구사의 기준으로만 볼 수는 분명 없다. 그것은 분명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다른 의미 한 가지가 더 있다. 여자는 욕설을 하면 안 되나. 욕설은 남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여자도 욕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한 중간에서 삼순이는 욕설과 비속어를 시원하게 쏘아대고 있다.
김선아 코드와 삼순의 일치
몸에 완전히 밴 연기라는 의미로 보면 된다. 김삼순이 김선아다. 단지 연기가 아니라 김선아 차제가 그러한 일상의 인물형으로 보인다. 더구나 김선아의 다양한 표정과 감정의 처리는 일상 생활 자체에서 우러나오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보인다. 냉소에서 쿨하기, 투정, 쏘아붙이기, 뾰루퉁하기, 그리고 열정. 때로는 인생을 달관한 노인의 얼굴도 드러난다.
그녀의 얼굴을 보면 사람의 다양한 감정들이 솔직하게 드러난다. 다만, 그녀는 뚱뚱한 몸이라는 설정에 맞지 않고 예쁘다. 이 때문에 '뚱뚱녀가 주목받는 드라마'라는 찬사는 맞지 않는다. 이것 빼고 그녀는 김삼순이라는 인물형에 적합하다. 영화 <위대한 유산> <잠복근무>에 이어 배우 김선아가 완전히 이런 연기 유형으로 굳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의 소리를 들을 만하다.
호빵 30대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나 노래마을의 '나이 서른에 우리'는 30대에 들어서는 이들의 회한, 아쉬움과 다짐을 담고 있다. 20대의 화려한 청춘을 지난 마당에 아쉬움이 들 수밖에 없는 30대. 늙어간다는 생각이 부쩍 들기 시작하는 삼순이. 드라마에서 30대의 김삼순은 이른바 상품성이 지났다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사랑에서는 더 그럴 수 있다. 그것도 호빵 30대. 하지만 김삼순은 여기에 굴하지 않고 새로운 사랑의 가능성에 도전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일을 새롭게 꿈꾼다.
파티쉐-케이크에 비친 꿈
케이크를 만드는 것은 단지 직업이나 생계가 아니라 자신의 일, 단순 반복의 제빵이 아닌 작품 창조라는 관점을 불어넣는다. 또한 자신의 인생 경험이나 통찰이 들어가 있다. 케이크를 통해 그러한 의미 부여를 하는 김삼순은 우리들이다. 성격이 모나고 거칠고 엉뚱스러운 사람들인 우리들은 각자 소중한 꿈들이 있다. 지금은 자신의 일을 하고 있지 않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일을 하리라는 꿈의 대리 투영! 물론 현준헌도 부잣집 도련님이지만, 레스토랑을 통해 그러한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는 존재다.
사랑에 대한 꿈, 자신의 일에 대한 꿈, 그렇지만 반드시 잘 된다는 보장은 없다. 때로는 슬프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울기도 하고 욕도 하고. 하지만 조금씩은 앞으로 나간다. 비록 우리는 모두 잘 나지도, 돈이 많은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덧붙이는 글 | gonews에 보낸 글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