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
그래도 고구려 유물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즐거움으로 호기 있게 박물관에 들어섰습니다. 남북에서 발견된 다양한 고구려 유물들이 유리관 속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화려한 금동 유물에서부터 소박한 기와 파편까지, 거대한 광개토대왕비 탁본 자료부터 손톱만한 귀걸이까지 다양한 유물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박물관에서 유물을 둘러보면서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아무 설명 없이 발길 닿는 대로 둘러보면 다리도 아프고 재미도 없는 게 박물관입니다. 그래도 사전에 섭외가 되어 박물관 측에서 강사가 나와 전시된 유물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설명을 귀 기울여 듣는 아이들의 표정은 아주 진지했습니다. 수첩에 열심히 받아 적는 아이들도 있고 강사 곁을 졸졸 따라다니며 강사의 말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직접 보고 듣는 것보다 더 좋은 수업이 없다는 게 입증되는 것이지요. 다만 그 귀한 유물을 눈에만 담아두어야 했습니다. 카메라에 담아 오면 수업 시간에 요긴하게 쓸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몰래 찍을 만큼의 배짱이 없는 걸 보면 소심한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살아 숨쉬는 고구려를 위하여
발굴 중임에도 불구하고 고향인 강원도에서 오는 손님이라는 반가움에 짬을 내어 달려온 최종택 교수님의 강연은 흐르는 시간이 아쉬울 정도로 알차게 진행되었습니다.
최 교수님은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나 다녔던 학교를 돌아보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삶을 회고하면서 고구려의 유물과 유적에 삶을 묻고 살아온 과정을 담담하게 설명했습니다. 그 모습에서 한 분야에서 우뚝 선 학자적 자부심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