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보수신문 '한미동맹 목적론' 벗어나야"

14일 논평 "<조선> <동아> '한미관계 이견 없음' 가장 중요시"

등록 2005.06.14 17:32수정 2005.06.14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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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그 동안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이 한미동맹을 균열시킨다고 비난해왔던 일부 신문들이 회담의 '성과'를 인정하는 사설을 실어 눈길을 끌고 있다.

13일 주요 신문들은 모두 정상회담 관련 사설을 싣고, 이번 정상회담을 평가했다. 대부분 신문들은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 정상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 원칙'과 '동맹의 건재함을 확인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향후 한미간 현안을 풀어가는 방향제시 과정에서 신문들은 평소 정치적 성향에 따라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

특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이견을 극복하고 '한 목소리'를 냈다"는 점을 가장 높게 평가하면서 앞으로도 한국 정부가 미국과 갈등을 빚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 여전히 '한미동맹 목적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14일 <'한미동맹 목적론'에서 벗어나 '한반도 평화'에 주목하라>는 제목으로 논평을 내고 정상회담과 관련한 조선, 동아 사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민언련 논평 전문 보기>

두 신문은 사설 제목을 각각 <한미정상의 '한 목소리'를 지켜 나가려면>(조선), <한미 갈등 수습, 미봉책 안되려면>(동아)으로 뽑았는데, 이에 대해 민언련은 <조선> <동아>가 한미 관계에서 "'이견 해소'와 '이견 없음'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보여준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 사설에서 "그 동안 한·미 정상이 만나면 총론에서 합의하는 모습을 보였다가, 정상이 헤어지고 나면 정상 간의 대화나 합의와는 전혀 다른 말을 서슴없이 내놓아 상대방에 대한 불신과 의혹을 키웠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특히 우리 측에 그런 증상이 심했던 게 사실"이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조선일보는 "한·미 두 나라가 북핵같이 민감한 현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한·미 간 틈새를 이용하려는 북한에 빌미를 주는 것일 뿐 아니라, 동맹관계의 기반인 신뢰를 해치는 일"이라며 "한·미 정상의 '한 목소리'를 지켜 나가기 위해 '정상회담 이후'의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도 "동북아 균형자론과 작전계획 5029,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등을 놓고 국익에 도움이 안되는 논란을 일으켜 온 우리 정부가 먼저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잇따라 있을 남북 접촉에서 정부가 북한에 휘말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북한의 6자회담 거부에 대한 미국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도록 정부가 부질없는 '민족 공조'에만 매달린다면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도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도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 의미 잘 읽어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한·미 양국의 이견이 "정리"됐다는 데 의의를 두고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한·미 간에 불거졌던 동맹 불화설 및 북핵 문제의 해법을 둘러싼 이견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고 평가된다"며 북한에 대해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 것을 촉구해 조선, 동아와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민언련은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이 한반도 평화와 직결된 현안을 놓고도 우리 정부가 미 강경파와 다른 목소리를 낼 때마다 '융단폭격식 공세'를 퍼부으며 우리 정부의 '합리적 대응'을 가로 막아왔다"고 지적하고, 정상회담에서 한미간의 갈등이 불거지지 않은 것은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가 위협받을 수도 있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나 대북 무력 사용 등에 대해 우리 정부는 명확하게 반대의 뜻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일부 신문이 한미 동맹을 위해 우리 정부가 미국과 '이견'을 표출해서는 안된다거나 '민족 공조'를 무의미한 것으로 폄훼하는 것은 "한미동맹 목적론적 주장"이라고 비판하고, "'미국은 동맹, 북한은 적국'식의 냉전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21세기형 평화의 관점에서 한반도 사태에 접근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한겨레>는 14일 사설 <이제 북한이 대답해야 한다>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확인한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상응하는 대답을 해줄 것과 남북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 한반도 평화를 앞당기는 길을 모색해 줄 것 등을 요구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한·미 정상회담이 거둔 것과 남긴 것>에서 한·미 두 나라 정상이 '한 목소리'를 내고 미국이 6자 회담 재개를 위해 좋은 신호를 보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 같은 '성과'가 곧 실질적인 '북핵 문제'의 해결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라며 "미국과 북한이 협상 가능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김유진 기자는 민언련 활동가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유진 기자는 민언련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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