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태어나서 죽는 걸까?

크리슈나무르티의 <삶과 죽음에 대하여>

등록 2005.06.14 22:45수정 2005.06.1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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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책 <삶과 죽음에 대하여>

책 <삶과 죽음에 대하여> ⓒ 고요아침

사람은 왜 태어나서 죽는 걸까? 모든 인간은 자신의 죽음은 물론 다른 사람의 죽음 앞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죽음이란 것은 미지의 세계이기에 우리에게 두려움을 준다. 그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죽음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제대로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명상가이자 인도의 철학자로 유명한 크리슈나무르티의 강연과 이야기들을 모은 책 <삶과 죽음에 대하여>는 삶과 죽음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보여 준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미지의 세계에 대한 허무감이 조금은 줄어들기도 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난다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도….


"삶과 죽음은 하나이며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으므로, 둘 가운데 하나를 고립시킬 수 없고 따로 떼어서 이해하려고 애써도 안 된다. 그런데 우리들은 대부분 그렇게 한다. 우리는 삶을 완전히 고립되고 물샐틈없이 꽉 막힌 격리실에다 갈라 놓는다."

그는 삶과 죽음을 격리시켜 생각하는 인간들의 사고가 바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불러 왔다고 말한다. 죽음은 삶이 끝나는 곳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한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삶에는 끝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연속된 세계의 시작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 두려운 마음 때문에 죽음은 늘 인간에게 '어두운 그림자'로 인식된다. 저자는 우리들의 마음속에 지나치게 죽음에 대한 확실한 무언가를 잡고자 하는 생각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항상 공포를 불러일으키므로 이 확실성에 대한 추구를 쫓아버리라고 한다.

"살아있음이 뭔지 이해하지 않고서는 그저 죽음에서 벗어날 방법만 찾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살아야만 한다는 것, 슬픔을 끝내야 하고 힘든 싸움을 끝내야 하며 삶을 전쟁터로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면, 그때 사는 것이 곧 죽는 것이며 매일 모든 것을 버리고 그 동안 모아 두고 쌓아둔 모든 것들을 버리는 것이라는 걸 심리적으로 내면적으로 알게 될 것이다.

그러면 마음이 날마다 신선해지고 새로워지고 순결해진다. 그렇게 하려면 상당히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슬픔 즉 두려움에 대한 끝, 나아가 생각에 대한 끝이 없는 한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고 나면 마음이 완전히 고요해진다."



사는 것과 죽는 것에 대한 집착, 슬픔과 두려움의 감정을 버리고 나면 마음은 고요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마음먹기가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매일같이 모든 것을 버리고 신선하고 새로운 느낌으로 하루하루를 살 때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진다. 그리고 삶이 곧 죽음이며, 죽음은 곧 삶의 일부라는 명제에 도달하게 된다.

이 명상가는 "우리가 아무리 그것들을 구분하려 해도 사랑, 죽음, 슬픔은 모두 같은 것이다. 사랑, 죽음, 슬픔은 우리가 알 수 없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즉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떤 추상적 개념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고, 우리가 이것에 대해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삶의 끝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가능한 한 멀리 떨어진 곳에, 될 수 있는 한 먼 훗날에다 두려고 애쓴다. 그렇다고 하여 우리들의 바람처럼 그것이 삶과 동떨어진 채 존재하지는 않는다. 갑작스럽게 나에게, 혹은 나의 가까운 사람에게 닥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명상가의 말처럼 죽음에 대해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이를 받아들일 필요는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슬픔 때문에 현재 살고 있는 이 인생을 복잡하게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은가.

삶과 죽음의 정의를 완벽히 내릴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이겠는가. 그것은 이 책의 저자인 크리슈나무르티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죽음을 대하는 방법에 관한 그의 안내가 비록 완벽한 것이 아닐지라도 그의 말은 이 개념을 받아들이는 데에 도움을 준다. 마치 종교적인 내세관이 현세를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것처럼 말이다.

삶과 죽음에 대하여 - 개정판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지음, 정채현 옮김,
고요아침,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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