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총리, 100년 1000년 뒤의 후손을 생각하라

[주장] 오세훈 FKI 대표... 반성을 모르는 민족은 역사에서 영원히 사라진다

등록 2005.06.20 16:54수정 2005.06.20 21:04
0
원고료로 응원
20일 청와대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가운데 오세훈 현 FKI 대표가 고이즈미 총리에게 보내는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오 대표는 이 편지에서 과거사에 대한 진지한 반성을 일본 정부에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는 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하고 대기업 홍보실장을 거쳐 미국의 광고대행사인 J.Walter Thompson에서 일한 바 있습니다. <편집자주>
고이즈미 총리님! 저는 한국의 서울에 사는 47세의 중년 남성입니다. 저는 총리께 최근 뜨거운 이슈가 된 한·일관계에 대하여 한마디 하지 않고는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아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우선, 이 글이 총리께 전달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그 점 일본의 고관대작들이 한·일관계가 심각한 국면에 처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말하는 것처럼 유감스럽습니다.

설혹 이 글이 총리께 전달된다 하더라도 총리를 포함해 소위 우익적 가치관을 가진 일본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과 태도가 얼마나 부끄러운 '짓'인가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하도록 하는 데는 조금도 힘을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그 점 언젠가 아키히토 천황이 말한 것처럼 '통석의 염'(痛惜의 念)을 금할 수 없습니다.

왜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은 일본을 싫어할까

저를 포함해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일본을 싫어합니다. 일본 사람들도 싫어합니다. 일본과 축구경기가 있는 날이면, 마치 적국과의 전쟁에 동원되는 군사처럼 눈을 벌겋게 뜨고 TV 안으로 몰입합니다.

왜 그 건전한 스포츠 게임이 한·일전일 때는 유독 전쟁과 다르지 않은 적의가 극에 달할까요? 그 이유는 아마, 아니 확실히, 이웃 나라로 살면서 한국 사람들이 일본사람들로부터 오랫동안 지속적인 피해를 입어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결정판이 강제적으로 맺은 을사조약에 의한 한일합방입니다. 정확히 100년 전 일이었습니다. 그 후 36년간 일본과 일본사람들이 한국과 한국 사람들에게 한 '짓'을 일일이 열거하는 일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물론 가능치도 않습니다.


그 서술이 불가능할 만큼 엄청난 분량의 범죄기록들을 단 한마디로 압축하면 저는 '야만의 광란'이었다고 말하겠습니다. 독일의 히틀러는 600만명의 유태인들을 독살시켰습니다. 일본인들이 36년 동안 2000만 한민족의 가슴에 친 대못은 히틀러의 광기를 넘는 것이었습니다.

그 대못이 뽑히지도 않고 치유받지도 못한 피해집단인 한국 사람들에게 일본과 일본 사람들은 개명천지의 문명 시대에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며 100년 전과 다름없는 광기를 휘두르고 있습니다. 소위 야쿠자라고 불리는 어두운 골목의 불량배들로부터 다수의 정치인들과 장관들, 도지사, 주한 일본 대사, 총리인 선생까지 본질적으로 전혀 다르지 않은 다단계 깡패집단의 야만성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일본의 막강한 경제력이 자위대를 세계 최고의 전력을 가진 군대로 전환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에서 이제 패배주의적 식민지 경험이 있는 세대는 뒷자리로 물러난 지 오래입니다.

한승조 교수의 최근 망언은 그 보잘것없는 발언내용의 옳고 그름이 문제가 아니라, 그 나이의 노인들이 젊은 세대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정신병적 불만표시 같은 것입니다. 60대 이하의 연령대, 특히 해방 이후 세대들은 저를 포함하여 일본과 일본인들에 대해서 아무런 열등감이나 패배감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다시 제국주의?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는 일본 사람들의 논리는 강제로 욕보인 여성에게 그 범죄를 사과하고 반성하고 벌을 받아 마땅한 상황을 부인하고 그 여성에게 가진 것 다 내놓으라고 주장하는 것과 단 한 치도 다르지 않습니다.

일본 외무성의 홈페이지에도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명시되어 있다는 뉴스를 보고 화가 나기 전에 일본과 일본인들이 참으로 측은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화를 내는 상대방보다 측은해하며 혀를 끌끌 차는 상대방에 대해서 아마 일본 사람들도 모욕을 느낄 것입니다.

인터넷의 세상에서는 이미 국가간 경계가 무의미해졌습니다. 그 도도한 문명현상은 머지 않아 소위 오프라인의 세상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21세기에는 사해동포주의, 코스모폴리탄적인 사조가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그 강도와 정도는 날이 갈수록 심화될 것입니다.

선생 같은 국가 지도자와 그 수뇌부를 구성하고 있는 일본국의 경영자들은 100년 전 을사조약 이후 36년 동안 자행된 야만과 광기에 대하여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요? 혹시 이런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점잖은 어른들이 벌건 대낮에 벌거벗고 동경시내 한 복판을 치부도 가리지 않은 채 질주하며 닥치는 대로 찌르고, 죽이고, 부수고, 빼앗고, 겁탈하는 장면을 상상해 봅니다.

그 통제불능의 광포한 야만과 광기의 무리들의 광란과 만행을 찍어서 누군가가 보관하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 편집되지 않은 컨텐츠가 바로 일본과 일본사람들이 자화상입니다. 그 자화상은 이번 독도 영유권 주장을 통하여 드러난 것처럼 100년 동안 단 한 치도 수정되지 않았습니다.

역사는 자유와 정의, 따뜻한 인본주의, 감동적이고 격조 높은 문화와 예술, 경계 없는 협력과 그 연대의 아름다운 결실들을 내용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증거가 일본과 독일, 이탈리아의 연합으로 역사를 후퇴시킨 제국주의의 몰락이며, 그 아류나 다름없던 구 소련의 몰락입니다.

저는 미국도 오늘날처럼 저렇게 제국주의적으로 전횡을 하는 미국제일주의가 수정되지 않으면 같은 길을 갈 것으로 확신합니다. 하물며 일본이 다시 제국주의라니요?

일본과 일본인들이 지난 100년의 시간을 치를 떨며 부끄러워하고 반성하지 않으면 일본이란 섬은 태평양의 가장 깊은 곳으로 가라앉게 될 것입니다. 부끄럼과 반성을 모르는 민족은 섬나라가 아니더라도 역사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신의 손에 의해서가 아니라 문명화된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수준미달의 저능증에 의해서….

그것은 장기적 자해이며 자살입니다. 100년 1000년 뒤의 후손을 생각하며 독도 문제를 그 섬의 크기보다 천만 배나 더 큰 문제로 고민하시기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이 기자의 최신기사 김건희 여사, 떨고 있을까?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앞두고 날아드는 문자, 서글픕니다 추석 앞두고 날아드는 문자, 서글픕니다
  2. 2 "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3. 3 개 안고 나온 윤 대통령 부부에 누리꾼들 '버럭', 왜? 개 안고 나온 윤 대통령 부부에 누리꾼들 '버럭', 왜?
  4. 4 추석 민심 물으니... "김여사가 문제" "경상도 부모님도 돌아서" 추석 민심 물으니... "김여사가 문제" "경상도 부모님도 돌아서"
  5. 5 계급장 떼고 도피한 지휘관, 국군이 저지른 참담한 패전 계급장 떼고 도피한 지휘관, 국군이 저지른 참담한 패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