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만 달리면 겁부터 난다?

생산적인 리플문화를 기대합니다

등록 2005.06.22 08:49수정 2005.06.2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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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새벽에 글을 쓴다. 글 쓸 시간이 그때밖에 없기 때문이다. 낮에는 업무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렇다고 저녁에 쓸 수도 없다. 저녁에는 무엇보다도 피곤하다. 머리가 맑지를 못하다. 아내와 집안일도 의논해야 한다. 아이들과도 놀아주어야 한다.


나는 요즘 매일이다시피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린다. 무슨 글감이 그리 많으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글감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방에 널려 있는 게 글감이다. 내 가족도 글감이고 이웃도 글감이다. 업무도 글감이고 직원들도 글감이다. 먹는 것도 글감이고 보는 것도 글감이다. 눈여겨보지 않아서 그렇지 글감은 지천에 깔려 있다.

나는 일과 시작 전에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린다.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리는 순간부터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내 글이 기사로 채택될 것인가. 한두 번 올리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매번 그렇다. 나는 틈틈이 기사 채택 여부를 확인한다. 여전히 '미검토'다. 나는 '생나무'에 들어가 본다. 바로 내 앞글까지 검토를 마쳤다.

그때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괜히 걱정이 들기도 한다. 이번 글은 '뉴스' 성이 좀 떨어지는 것 같은데. 아니 내 주관이 너무 개입된 겉 같아. '생나무'로 처리되면 어떡하나. 삭제를 부탁해야 하나. 좀 더 잘 쓸 걸 그랬어. 나는 여러 사념에 사로잡힌다.

시간이 지나고 나는 떨리는 손으로 기사 채택 여부를 확인한다. 온 몸에 긴장감이 흐른다. 나는 '생나무' 기사를 '클릭'한다. 그곳에 내 글이 없으면 기사로 채택된 것이다. 아, 내 이름이 없다. 내 글이 정식기사로 채택되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나는 짬짬이 <오마이뉴스>에 들어가 본다. 그때마다 혹시 내 글이 메인 면에 배치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보기도 한다. 그런데 아니다. 여전히 '잉걸'로 남아있다. 나는 잠시 실망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 눈이 번쩍 뜨인다. 어, 리플이 달렸네. 나는 순식간에 긴장감에 휩싸인다.


그렇다. 리플은 내게 언제나 부담으로 작용했다. 나는 1년 6개월 전에 처음으로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렸다. 제목은 '그가 이웃집 아저씨였다니'였다. '이웃집 아저씨'는 권영길 국회의원이다. 그는 우리 동네에 살았는데 글 쓴 바로 그 날 목욕탕에서 그를 만났다. 첫 만남이었고 그 느낌을 쓴 것이었다.

나는 별반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기사로 채택이 되었다. 나는 하도 기뻐 직원들에게 자랑까지 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다. 리플이 붙기 시작하면서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좋지 않은 리플들이 주를 이루었다. 사전선거운동이니 뭐니 하면서 나를 협박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나는 인터넷의 특성상 그러려니 했다. 나는 용기를 내어 두 번째 글을 올렸다. 제목은 '팔순 어머니께서 쌍꺼풀 수술을 하셨다'였다. 그런데 또 리플이 달렸다. 함량미달의 글로 독자를 피곤하게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화가 났지만 참았다. 무엇보다도 내게는 마땅한 대응방법이 없었다. 나는 글 쓰는 자가 감내해야 할 몫이라며 위로를 했다.

요 며칠 사이에도 마음이 불편한 리플이 몇 개 달렸다. 박 기자님은 법원공무원으로 알고 있는데 근무 시간에 글을 써도 되냐는 것이었다. 답변을 꼭 해달라고 했다. 나는 답변했다. 근무 시간에 글 쓴 적이 없다. 내 글 맨 하단에 적힌 시간은 글 올린 시간을 말하는 게 아니라 채택된 시간을 말하는 것이다. 오해가 없기 바란다고 했다.

물론 이런 리플보다는 격려의 리플이 훨씬 많은 게 사실이다. 특히 '영양고추'라는 독자는 대화형식으로 리플을 달았다. 처음에는 조금 불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 가족사를 너무도 사실적으로 묘사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고 그분이 쓴 여러 개의 다른 리플을 보면서 나는 따뜻함을 느꼈다. 나도 그분에게 고맙다고 답례의 리플을 달았다.

그런데 얼마 전에 그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을 '영양고추'라고 소개하는 것이었다. 고향이 경북 영양이라서 '영양고추'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무척 기뻤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마치 백년지기처럼 느껴졌다. 그분이 내게 신신당부했다. 부산에 오면 꼭 전화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마음이 참 고운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분 리플이 요즘은 달리지 않는다. 무척 아쉽다. 나는 그분의 해학적인 글들을 보고 싶다. 그러다 어느 순간 홀연히 깨닫는다. 모두가 내 책임이다. 좋은 글이 아니라서 리플이 달리지 않는 것이다. 그래, 좀 더 노력하자. 좋은 글을 쓰면 그분이 다시 리플을 달아줄 것이다.

나는 이제 글을 마친다. <오마이뉴스>에 나는 이 글을 올린다. 기사로 채택이 되면 누군가가 리플을 달 것이다. 나는 좋은 리플을 원하는 게 아니다. 애정이 담긴 비판의 리플을 원한다. 그러나 '인신공격성' 리플은 사양한다. 독자들의 많은 리플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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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이 맞는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저는 수필을 즐겨 씁니다. 가끔씩은 소설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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