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되면 다큐멘터리 하나 꼭 만드세요"

'조선' 국적 김향청씨에게 쏠린 언론의 관심

등록 2005.06.25 12:13수정 2005.06.2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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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국과 북한 여권을 동시에 갖고 있는 재일교포 3세 시민기자 김향청씨, 그는 일본 시사지 <주간 금요일>의 기자이기도 하다. 일본의 외국인등록증명서에는 국적이 '조선'으로 표기돼 있다.

한국과 북한 여권을 동시에 갖고 있는 재일교포 3세 시민기자 김향청씨, 그는 일본 시사지 <주간 금요일>의 기자이기도 하다. 일본의 외국인등록증명서에는 국적이 '조선'으로 표기돼 있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일본에서 제 외국인등록증의 국적은 '조선'으로 돼 있습니다. 저는 북한도 남한도 아닌 한반도인이기를 바라고, 더 나아가 동아시아인이기를 바랍니다."

재일동포 3세 김향청씨의 '조선'이라는 국적은 글자 그대로 '가깝고도 먼' 국적이다. 오마이뉴스 세계시민기자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23일 한국을 찾은 그는 일본의 <슈칸 긴요비(주간 금요일)> 기자이다. 지난 5월부터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도 활동 중이다.

그의 '특이한 국적'은 일제식민 시대와 분단, 한국전쟁을 거친 한국 현대사가 낳은 단면이기도 하다. 최근 6.15 공동선언 5주년을 맞아 남북교류가 더욱 활성화되고 있는 때 김향청씨의 국적에 대한 한국언론의 관심도 남달랐다.

국내 언론, 김향청씨 '조선' 국적에 높은 관심

오마이뉴스 세계시민기자포럼에 그가 참가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다른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그러나 현직 기자로서 취재를 '하던' 위치에 있던 그는 취재를 '당해야' 한다는 말에 당황해하기도 했다.

결국 24일 바쁜 일정을 쪼개 기자간담회가 마련됐고, <경향신문> <국민일보> <연합뉴스> <중앙일보> <프레시안> <한겨레> 등 주요 언론사 기자 10여명이 참석해 그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김 기자는 일본에서 조총련계 학교를 나와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에서 3년간 일하다 2002년 <슈칸 긴요비>로 옮겼다. 올해초 일본을 방문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를 인터뷰하게 된 인연을 계기로 시민기자에 가입, 국내에 '데뷔'했다.


김 기자는 지난 5월 2일 '나는 한반도 국적을 갖고 싶다'는 제목을 기사를 오마이뉴스에 써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우측 상단 관련기사) 그녀는 기사를 통해 자신의 가족사를 소개하며 남한도 북한도 아닌 '한반도' 국적의 인정을 주장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김 기자의 국적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지금 국적이 정확히 무엇이냐", "국적 때문에 불편한 점은 없느냐" 등과 함께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 한·일 현안과 관련된 질문도 나왔다. "바람직한 남북의 통일방식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등 큼직한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김 기자는 유창한 한국어로 "오마이뉴스 기사를 먼저 읽어보라"고 주문한 뒤 '한반도' 국적임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실제 한반도라는 국적은 존재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자리를 함께 한 한 기자는 "남북분단 전 국적"이라고 거들기도 했다.

김 기자는 "국적이 '조선'이라 불편한 점이 없다"면서도 "다만 외국에 나가거나 일본으로 돌아올 때 귀찮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여행증명서'를, 북한에 들어갈 때는 여권과 사증을 받아야 하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갈 때는 '재입국허가서'를 받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외국을 왕래할 때 말고는 불편한 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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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안홍기

일본의 진보적 시사주간지 <슈칸 긴요비>에 대해 김 기자는 "광고를 싣지 않고 구독료로만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기사를 쓸 수 있는 언론사"라고 설명했다. 매체성격을 묻자 그는 "일본이 워낙 오른쪽으로 가고 있어서 우리는 '좌파'가 됐다"고 웃었다.

바람직한 통일방안에 대해 김 기자는 "내가 취재할 때 한반도 전문가나 교수들에게 묻는 질문"이라고 "아주 어려운 질문"이라고 답했다. 김 기자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된 데 대해 "시민기자로서 교포들의 실상을 알리는 기사를 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녀의 가족과 친척들은 현재 북한과 중국, 일본 등으로 흝어져 살고 있다. 식민지 시절 만주로 갔다가 다시 일본으로 건너간 할아버지, 평양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큰아버지, 불과 몇년 전 중국에 살고 있는 것을 알게 된 할아버지 동생 가족 등. 한반도 현대사의 '질곡'이 고스란히 담긴 셈이다. 그녀의 가족사 얘기가 나오자 한 기자는 "기회가 되면 김 기자와 가족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한번 만들어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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