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기슭에서 서로 비비꼬며 크는 등나무의 등꽃박상건
서울로 돌아오는 길, 한강철교를 건너면서 문득, 이 시가 떠올랐다. 신문사에 있을 때 꽃에 대한 시 한 편을 청탁하자 백학기 시인은 '꽃은 강철을 녹인다'라는 이 작품을 보내왔었다. 그 때 강철과 꽃의 만남이 얼마나 강렬하게 가슴에 와 닿았던지 모른다.
꽃은 강철도 녹인다
그렇다, 꽃은 강철을 녹인다.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말, 꽃의 그 위대한 생명력과 도전 앞에서 다시금 고개를 숙인다. 내친 김에 다음날 가족과 함께 고양 화훼단지를 찾았다. 값 싸고 다양한 꽃 세상을 마주할 수 있고 자연학습장으로써 그만이어서 자주 찾는 곳이다. 어림잡아 100여 개의 화원이 여름 공기를 맑은 꽃향기로 물들이고 있었다. 국화, 장미, 카네이션, 거베라, 선인장, 동백, 단풍, 동양란, 서양란까지 사계절 꽃들이 선보인다.
꽃집을 운영하는 불혹을 넘긴 김순자씨를 만났다. 그녀는 학창시절부터 꽃을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었다면서 처음부터 운영이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잔손이 많이 가고 인내심이 없으면 곤란한 일이 바로 꽃집 경영이란다. 큰 나무들은 옮기는 그 자체부터가 힘이 들고 작은 꽃들은 그 꽃대로 잔손이 많이 갔다.
김씨는 특히 양란을 좋아한단다. 덴파레는 꽃이 화사하면서도 100일 동안의 수명을 자랑해 무척 아끼는 꽃이란다. 화원을 운영하다 보면 에피소드도 많은데, 얼마 전 회사원이 달랑 10만원만 들고 와서 화키라 나무를 무조건 4개를 사야만 한다고 졸랐다는 것. 결국 웃으며 마진을 포기하고 4개를 건네주었는데 고맙다는 전화가 걸려왔고 그는 직장 상사로부터 싸게 사왔다고 칭찬받고 또 사오라 해서 주문하게 되었다는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싸게 파는 것이 결국은 단골손님을 늘리는 길이고 마진에 집착하기 이전에 꽃이 좋아서 하는 일인 만큼 그 자부심은 대단하다. 꽃의 진열은 고객이 한눈에 여러 종류를 볼 수 있도록 늘 단정하고 깨끗하게 진열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