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정통무협 단장기 209회

등록 2005.06.28 07:55수정 2005.06.2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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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봉취루는 신검산장과 마찬가지로 비원, 아니 과거 균대위의 인물들이 있는 곳일 것이다. 어쩌면 장안의 황가마장이란 곳 역시 같을지 몰랐다. 그들은 그렇게 중원 곳곳에 퍼져 있을 것이다. 어느 한 순간 행보를 멈춘 채 두칠과 황원외 같은 후인들을 키우며 조용히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담천의는 말을 하려다말고 잠시 망설였다. 과연 몽화가 믿을 수 있는 존재인가? 하지만 그는 어차피 내친걸음이라 생각했다.

"나는 일단 당신을 믿겠소. 우교(偶矯)란 인물을 찾아 주겠소?"

"그가 누군가요?"

들은 적이 있던 이름이었다. 자신이 조사하는 사안에 한 번인가 들었던 적이 있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또 내색하지 않고 태연히 물은 것이다.

"과거 부친을 호위했던 인물이라 알고 있소."


"찾아보죠."

"빠르게… 그리고 은밀하게… 부탁드리겠소."


몽화는 이미 그의 표정으로 담천의가 찾는 두 번째 인물임을 알았다. 강중과 같은 존재. 그의 의문을 풀어 줄 인물이다. 하지만 몽화의 내심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매우 흥미로운 조각들이 맞춰지고 있었다.

"서두르기는 하겠지만 은밀하게 라는 의미는 만족시킬 수 없을 것 같군요. 조사는 내가 아니라 천지회의 형제들이 하는 것이니까요. 조심은 하겠지만 자신할 수는 없어요."

그녀의 말은 이제 매우 신중해지고 있었다. 그것은 몽화가 담천의와 은밀한 동조자가 되어가고 있음을 의미했다. 천지회의 조직까지 모두 믿지 못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담천의는 고개를 끄떡였다. 어쩌면 강중장군과 같은 결과를 낳게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것은 누구에게 부탁해도 마찬가지라 생각했다. 어쩔 수 없었다.

"당신이라면 잘 처리할 것이라 믿소."

그의 말에 몽화는 고개를 끄떡였다.

"이제야 비로소 당신과 나는 최소한 친구는 아니더라도 적이 아닌 사이가 되었군요. 당신은 그 동안 맛있는 음식도 먹어 본 지도, 푹신한 침상에 자 본 지도 오래되었을 거예요. 나는 당신에게 오늘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군요."

그녀의 말은 너무나 기묘해서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더구나 약간은 짓궂은 웃음을 띠고 있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어리둥절했다.

"나는 친구에게 술과 음식을 대접하길 좋아하죠."

담천의 어이없는 웃음을 띠웠다. 저 여자가 무슨 일을 벌이려고 그러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갑자기 맹렬한 식욕을 느꼈다.

"음식다운 음식을 먹어 본 지 한달은 된 것 같소."

"하지만 당신은 이곳에서 나에게 음식을 대접받는 것 보다 아마 이곳 어딘가에서 누군가와 음식을 같이 먹는 게 좋을 거예요. 그것이 제 선물이에요. 그리고 우리는 대가를 주고받는 거래 관계가 아니라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녀의 얼굴엔 더욱 기묘하고 짓궂은 웃음이 짙어지고 있었다. 그 웃음의 의미를 아직까지 그는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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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들은 사형의 우려대로 매우 위험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군요."

매부리코 사내와 또 한 명의 인물이 보고를 마치고 나가자 운령은 대사형을 보며 우려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대사형이 걱정하고 있는 것을 실제로 본 것이다. 대사형의 판단은 분명 옳았다.

"저 들은 고의로 독고하운과 구양중을 죽였어요. 어쩌면 동료까지도 죽였을지도 모르죠."

"아마 그럴 것이다."

"왜 참고 계시는 것이죠?"

대사형의 퉁방울만한 눈동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허공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령아…. 너는 우리가 십여 년 전 그들을 발견했을 때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를게다. 하늘이 돕는다고 생각했지. 당시 저들은 미숙했지만 잠재력은 엄청나다고 판단했다. 저들을 굴복시켜 동료로 만든다면…."

힘을 얻어야했다. 무엇보다 강한 힘을 얻어야 했다. 군(軍)이라도 조직할 많은 사람도 필요했지만 무엇보다 무림인을 얻어야했다. 아직 무림에 알려지지 않고 무궁한 잠재력을 가진 힘. 그들은 그 힘을 발견했고, 손에 넣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 우형부터 강명사제까지 우리 다섯 형제는 힘으로 그들을 굴복시켰다. 물론 어른들께서 도와주신 덕이었지. 저들에게 있어서 유일한 원칙은 자신보다 강한 자에게 무릎을 꿇고 복종하거나 아니면 끝까지 싸우다 죽어야 한다는 것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철저하게 강함을 보임으로서 그들의 의지를 꺾었다."

강자 생존의 법칙은 비단 그들만의 원칙은 아니다. 무림에서 통용되는 유일한 법칙이 있다면 그것이다. 무릇 세상도 마찬가지다. 만인을 고루 잘 살게 하고, 약자를 도와야 한다는 말은 언제나 힘을 가진 자들의 변명이오, 입에 발린 소리일 뿐이다.

"시일을 두고 동화시키면 우리와 같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주원장이 우리를 가두기 위해 만든 이 감옥과 같은 곳, 그렇지만 우리의 꿈을 키울 수 있는 이곳으로 그들을 데려왔다."

초혼령이자 균대위가 움직여 백련교도들을 잡아들인 곳. 그들에게 척박한 땅이나마 일구고 살게 해 준 곳이 바로 이곳 천마곡이었다. 지형이 목이 긴 호로병처럼 되어 있고, 그 안은 꽤 넓어 오천여 가구가 들어서도 부족하지 않는 곳이었다. 천험의 절지이자 감옥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한 곳이었다.

"동화되는 것 같았다. 분명 일부는 지금도 우리 형제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 우형의 눈을 피해 그들 대부분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힘은 현재로서도 막강하다. 아직 완벽하게 완성된 것은 아니더라도 이미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기에 충분한 힘이 있다. 만약 그들이 우리를 벗어나려 한다면 많은 피해를 입어 그들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에 조용히 있을 뿐이다. 우리 역시 그것은 마찬가지다."

"언젠가… 우리의 힘이 약화되었다고 판단될 때 그들은 움직이겠군요."

"그 시기가 멀지 않았다. 그들은 조만간 움직이게 될게야."

"그들 중 준동하고 있는 수뇌부만 은밀하게 제거하는 방법은요?"

"생각해 보았다. 제거해야할 대상도 이미 결정해 두었지. 하지만 만에 하나 실패한다면 우리는 이곳에서 꿈도 펼쳐보지 못하고 사라져야 할지 모른다."

"사형들이 직접 움직인다면 실패하지 않을 거예요."

그녀에게는 자신의 사형들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있었다. 그들의 능력은 그녀의 신뢰를 받고도 남을 정도임은 분명했다. 그 말에 대사형은 고개를 돌려 운령을 바라보았다.

"바로 그것이 문제다."

운령은 일순 대사형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형제들이 직접 움직이는게 문제라니 무슨 의미로 하는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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