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철거 진압장비 '주공'에서 지원

오산 철거용역직원 사망사건... 경찰 "주공이 먼저 협력 의사 밝혀"

등록 2005.06.28 19:36수정 2005.06.28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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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8일 경찰특공대가 투입된 농성장 주변. 이날 사용된 경찰 진압장비인 크레인 등은 국비로 사용되지 않고 주공이 일체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8일 경찰특공대가 투입된 농성장 주변. 이날 사용된 경찰 진압장비인 크레인 등은 국비로 사용되지 않고 주공이 일체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 김경호

경기도 화성경찰서가 오산 세교택지지구 철거용역직원 사망사건이 일어난 뒤 이와 관련해 용의자 체포와 진압 등 공무를 집행하면서 관련 규정을 어기고 장비 일체를 사건 이해당사자인 대한주택공사로부터 지원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남기봉 주택공사 오산신도시사업단 보상팀장은 27일 기자에게 "구두로 사건 초기인 4월 17일 경부터 경찰의 협조요청이 있었고 서로 교감이 있어 왔다"며 "전례는 없었지만 어차피 철거에 들어가는 비용이라고 판단했고 차후 행정대집행 사업비로 잡을 계획으로 비용부담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세교택지지구 철거 용역직원 사망사건 이후, 경찰경비가 본격화되면서부터 그 비용을 주택공사가 부담해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경찰이 초동수사 때부터 편파적이었다며 문제제기해 왔던 시민단체들은 사건처리와 관련한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주공 "경찰의 협조요청 있었고, 교감도 있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경비, 진압 등 관련 장비를 구입할 경우 국가예산편성지침에 따라 해당경찰서에 편성된 국비를 사용해야 하고 예산이 부족하면 지방경찰청과 경찰청 등에 국비지원을 요청해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은 이에 따라 다른 기관이나 업체에게 관련 비용을 청구하거나 일체 지원을 요청할 수 없고 경찰 자체 예산인 국비로만 이를 집행하게 돼 있다.

하지만 화성경찰서는 지난 4월 16일 철거 용역직원 사망사건이 발생한 뒤, 용의자인 농성자들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규정을 어기고 현장 경비근무와 관련한 장비인 철조망, 바리케이트, 경비초소, 컨테이너 박스, 안전모 등 장비 지원에 대한 부담을 주공에 수차례 공문을 보내 요청했고, 주공오산신도시사업단은 이를 지원했다.


이후 화성경찰서장과 경비교통과장이 '철거민 새총 공격사건'으로 직위해제된 뒤 새로 취임한 서장과 경비교통과장도 지난 8일 경찰특공대 투입 진압작전을 계획하면서 주공으로부터 크레인, 포클레인, 특수 제작된 진압용 컨테이너 박스 등 진압 관련 장비(경찰 추산 5000만~6000만원) 일체를 지원받았다.

한편 주공은 경찰이 지원 요청한 장비를 구입한 데 들어간 비용 일체를 철거농성자들을 대상으로 구상권을 행사해 받겠다는 계획이어서 향후 행정대집행 근거와 절차를 놓고 논란이 일 조짐이다.


철거농성자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촉구해온 다산인권센터, 경기민언련, 오산자치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는 "경찰은 사건 초기부터 중립적이거나 공정하지 못하다는 의혹이 짙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다"며 "규정을 어기고 주공으로부터 지원받은 부분에 대한 한치 의혹이 없는 철저한 감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a 화성경찰서는 오산 세교택지지구 철거농성자들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뒤부터 공무수행에 사용된 경비초소 등 장비 일체를 국비를 사용하지 않고 사건 이해당사자인 주공에게 부담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화성경찰서는 오산 세교택지지구 철거농성자들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뒤부터 공무수행에 사용된 경비초소 등 장비 일체를 국비를 사용하지 않고 사건 이해당사자인 주공에게 부담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 김경호

오산철거민투쟁비상대책위원회 박형모 위원장은 "중립적인 입장에 서 있어야 할 경찰이 사건 초기부터 이해관계가 있는 주공에게 장비를 지원 요청했다는 것은 이미 공정성을 잃은 처사가 아니냐"며 "이래서야 어떻게 국민이 경찰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화성 서장 "주공이 먼저 협력입장 밝혀 왔다"

최원일 화성경찰서장은 27일 기자에게 "사건초기 지원받은 장비 부분에 대해서는 전임 서장 때 이뤄진 일이라 알 수 없다"며 "경찰특공대 진압장비 지원과 관련해서는 당초 오산시에 공문을 보내 지원을 요청했으나 시의회의 반대로 거절당했다"면서 "주공이 먼저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와 수익자 부담의 원칙으로 받아들였고 나중에 공문을 보내 지원요청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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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진실을 버겁게 받아들이려고 할 때가 많다. 하지만 항상 진실의 무게는 실천하는 사람들의 조그마한 생명력으로 존재하곤 한다. 함께 나누고 함께 진실을 캐내는 속에서 가까이 하고 싶다. 이제는 선,후배들과 항상 토론하면서 우리의 자리를 만들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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