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걷히고 파란 하늘이 나온 피레네 산군을 보며 즐거워하는 까를로스김남희
2005년 6월 20일 월요일 맑음
오늘 걸은 길 : 생쟁피데포르(St.Jean Pied de Port)-론세발레스(Roncevalles) 27km
오늘 쓴 돈 : 점심 샌드위치 3.6유로 +오렌지 주스 2유로 + 숙박비 5유로 +
저녁 식사 8유로 +성당 헌금 2유로 =20.6 유로
6시, 누군가의 알람이 울린다. 더 자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일어나 씻고 식당으로 간다. 바게트에 버터와 잼 발라서 찬 우유로 아침 식사.
증명서에 도장 받고,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 사서 출발한다. 시간을 보니 7시.
조금씩 빗방울이 듣고 있다. 전신주 혹은 아스팔트 바닥에 흰색과 빨강색으로 그려진 표지를 따라간다. 계속되는 언덕길.
벌써부터 숨은 차오르고, 배낭은 어깨를 짓누른다. 이 길이 산티아고 전 구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 했는데 안개로 인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혼자 혹은 둘이 걷는 사람들이 계속 나를 스쳐간다. 레이첼에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산티아고 걷기의 유일한 단점은 이 길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여름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숙소를 잡기 위해 경쟁을 해야 하는 거라고 했다. 숙소 때문에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난 그냥 내 속도대로 가기로 한다.
길가에서 풀을 뜯던 소떼들과 눈이 마주쳤다. 큰 소리로 인사를 건네 본다. “안녕? 혹시 너희 조상들이 2000년 전에 이 길을 걸어간 야곱이라는 사람을 봤을 수도 있겠네! 그런 얘기 들어봤니?” 소들은 그저 눈만 껌벅거릴 뿐이다.
나란히 같이 걷게 된 남자는 바르셀로나에서 온 카를로스. 그 역시 3년 전에 이 길의 절반을 걷고 난 후 잊지 못하고 다시 찾았단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두 번에 걸쳐 완주할 계획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