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거래... 6개월에 학원비 5만원?

[학원비, 가계비에서 꼭 필요한 항목인가①]

등록 2005.06.29 22:40수정 2015.02.1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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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돈을 달랍니다. 어떤 돈이냐고 했더니 저와 약속한 돈이라고 합니다. 모른 체하고 또 물었더니, 이번 기말고사에서 자기가 2등을 했으니 약속한 대로 돈을 주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돈 달란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 딸입니다. 그리고 나에겐 또 한 명의 딸이 있습니다. 그 아이는 중학교 1학년입니다. 모두 다 자랑스런 나의 소중한 딸들입니다.

 

어느 날인가 애들을 모아 놓고 엄마와 아빠가 이구동성으로 얘기했습니다(그때가 벌써 서너 해가 훌쩍 지나버렸지만)."너희들은 엄마 아빠에겐 각자 1달에 50만원을 벌어(학원에 다니지 않기에) 매달 100만원씩 가계에 보탬을 주는 우리 집 살림꾼들이다. 그 돈을 모아 집도 사야 하고 할머니 용돈도 드려야 하며, 그리고 너희들 아플 때 대비해 병원비도 저축해 두어야 한다. 그러니 우린 학원비 지출할 돈이 없다. 그러나 학원을 안 다닌다고 공부를 못하는 것도 아니다. 혼자서도 열심히 한다면 학원 다니는 친구보다 더 잘 할 수도 있으며 노력한다면 1등도 할 수 있으니 걱정은 마라"라고 말이죠.

 

애들은 학원에 안 다니면 공부를 잘 할 수 없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이유인즉, 친구 누구 누구도 학원을 다니고 있고 보습학원을 포함해 일곱 군데를 다니는 친구도 있으며 자기들만 빼놓고 대부분이 보습학원을 다닌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우리 애들도 피아노, 미술학원 그리고 태권도학원 정도는 보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저희들이 다니기 싫다고 해서 피아노학원도 미술학원도 그리고 태권도학원도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중학교 1학년생과 초등학교 5학년생인 애들이 학원을 안 다니고 학교 수업만 받고 있지요. 그렇지만 초등학생 딸은 반에서 2등을, 그리고 중학생 딸은 반에서 4등을 한답니다.

 

그런 우리 애들에게 하나의 소원이 있답니다. 아빠는 마음만 먹으면 요술공주처럼 지팡이를 들고 그 소원을 들어줄 수 있답니다. 그러나 왠일인지 그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답니다. 왜 그럴까요? 그리고 애들은 아빠가 자기들과 '위험한 거래'를 하고 있답니다. 위험하다는 것은 그 거래로 인하여 자기들이 너무 돈만 아는 그런 물질만능주의 잘못된 것들을 익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며, 또 하나는 아빠가 자기들을 돈으로 매수하려 한다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나 하는 것입니다.

 

우리 애들의 소원을 말하자면, 자기들이 반에서 일등을 하여 엄마에게 핸드폰을 사주는 게 꿈이랍니다. 이모, 외숙모 그리고 사촌언니들 누구를 보더라도 다 핸드폰을 가지고 있지만 자기 엄마만이 핸드폰이 없기에 너무도 불쌍하고 가련하답니다. 핸드폰 없는 엄마가 검소하게 느껴지지는 않고 측은해 보이는가 봅니다(아빤 애들이 검소한 엄마로 봐 주길 희망하는데 말씀이죠).애들 엄마가 핸드폰을 사겠다고 하기에 둘러대기를 여러 번 했습니다. 핸드폰 쓸 일이 있으면 내 것을 쓰도록 하라, 놔두고 가겠노라고 말씀이죠.

 

그리고 핸드폰을 사게 되면 처음엔 공짜로 신규 가입할 수 있는 핸드폰을 가질 수 있겠지만 2~3년마다 핸드폰도 교체해야 하고 핸드폰 자체 구입비용보다 매달 치러야 할 통화료가 기본비를 포함해 만만치가 않다는 것을 얘기해 어느 정도 처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제 처는 전업주부이기에 핸드폰 쓸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되어지는데도 가끔 외출을 한다거나, 또는 가전제품 수리를 맡겨도 이제는 집 전화 대신 핸드폰 번호를 물어보는데 핸드폰이 없어서 집 전화를 알려주면 아직도 핸드폰이 없냐며 물어본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과 거래를 하나 텃습니다(약속했습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은 너희들이 중간고사나 기말시험 결과 반에서 1등을 할 때 핸드폰을 그리고 2등의 경우엔 5만원의 용돈, 3등을 하면 4만원, 4등을 하면 3만원, 5등의 경우엔 2만원을 용돈으로 지급하겠노라고 약속을 해뒀던 것입니다.그러니 우리 초등학생이 아빠에게 달라는 5만원은 6개월 학원비인 셈입니다. 어떻습니까! 싸고 저렴한 학원비라고 생각 되지 않습니까? 여러분도 저와 같이 위험한 거래를 한번 해 보지 않으시렵니까?

 

그 약속이 유효하여 지금까지 잘 지켜지고 있습니다. 1등을 하면 핸드폰을 구입해 엄마에게 준다고 하더군요. 다행입니다. 엄마도 핸드폰이 없는데... 괜히 핸드폰 사 준다는 약속을 해 놓고 자기네들이 쓰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말씀이죠.한국교육개방원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초, 중, 고교생들이 과외, 학원비 등으로 지출된 사교육비는 모두 13조6485억원으로 작년 GDP(국내 총생산 590조원)의 2.3%, 지난해 교육예산(25조원)의 55%에 달하는 것으로 사교육비 지출이 해가 거듭될수록 늘어나고 있어 큰 문제라고 합니다.

 

공교육의 붕괴가 몰고온 사교육 열풍은 가정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초래하지만 학부모들 99%가 사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교육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얼마나 학교교육이 병들어 있으면 학교에 대한 신뢰가 이처럼 땅에 떨어졌는지, 공교육보다 사교육을 더 선호하는 것인지 교육당국자들은 깊이 반성해야 될 문제입니다.

 

그러나 교육당국만을 비판해야 하는지는 의문이 뒤따릅니다. 우리 애들을 학원에 안 보내도 어느 정도 학교에서 뒤처지지 않고 학교수업에 지장이 없을 뿐만이 아니라 상위권에 들어, 사교육이 꼭 필요하다고는 보지 않습니다.일례를 하나 들자면, 제가 살던 시골인, 사교육이 전혀 행해진 바 없는 작은 마을에서도 사교육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공부함으로써 학교 수업만으로도 고려대에 입학을 했고(저의 시골 앞집 후배, 그리고 옆집 선배) 그리고 아랫마을 선배도 마찬가지로 사교육을 받지 않고 서울대에 입학하여 수학을 했습니다.

 

그러니 사교육이 이 시대에 꼭 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무너져버린 공교육, 사교육 열풍으로 어려워지고 있는 가정경제, 낮과 밤이 없는 학생들의 입시전쟁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리 교육은 말로만 그치지 말고 잘못된 교육정책을 되풀이해서는 안됩니다.저 또한 사교육만을 의지하여 우리 애들을 사교육의 전장으로 내몰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 사회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2005.06.29 22:40 ⓒ 2015 OhmyNews
#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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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경험을 많이 한 대한의 청년입니다. 매사에 적극적 사고방식과 건전한 생각을 가지고 이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어떻게 살아야 바른 삶을,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길인가를 고민하면서 베푸는 삶이야 말로 진정한 삶이라고 예찬하고 싶은 대한의 한 청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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