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익의 설욕전... 2001년과 상황이 다르다"

[인터뷰] 후소샤 교과서 불채택 운동 벌이는 키쿠마 공동대표

등록 2005.07.01 13:03수정 2005.07.0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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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일본의 후소샤 역사교과서 불채택 운동을 벌이고 있는 히로시마시민네트워크 키쿠마 미도리 공동대표

일본의 후소샤 역사교과서 불채택 운동을 벌이고 있는 히로시마시민네트워크 키쿠마 미도리 공동대표 ⓒ 오마이뉴스 이승욱


일본 히로시마에서 후소샤(扶桑社) 교과서 불채택 운동을 벌이고 있는 '히로시마 시민네트워크' 키쿠마 미도리(43) 공동대표. 평범한 주부인 키쿠마 공동대표가 시민네트워크의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유는 순전히 자라나는 아이들 때문이다.

키쿠마 공동대표는 지난달 25일 히로시마 동구구민회관에서 열린 교과서 전시회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후소샤 역사(공민)교과서는 전쟁을 찬미하고 일본이 과거에 한 일을 정확하게 말하지 않는 교과서"라면서 "만약 아이들이 문제의 교과서를 본다면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갈지가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히로시마가 지금까지 상당히 평화적인 도시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들어 학생들을 상대로 원폭 피해지를 둘러보는 견학도 없어지는 등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키쿠마 공동대표는 일본 언론들에 대해서도 "언론이 침묵하고 있다. 요즘 언론은 역사교과서 문제뿐만 아니라 (일본의 우경화 등) 어떤 것에 대해서 비판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a 키쿠마 공동대표가 교과서 전시회에서 후소샤 왜곡교과서를 둘러싼 일본의 언론에서 보도한 경향을 설명하고 있다.

키쿠마 공동대표가 교과서 전시회에서 후소샤 왜곡교과서를 둘러싼 일본의 언론에서 보도한 경향을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 히로시마시민네트워크는 어떤 계기로 결성됐나.
"지난 2001년 쯔쿠루카이(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왜곡교과서 채택 움직임에 위험을 느껴 교사들을 주축으로 만들게 됐다. 현재 150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활동하고 있다. 2003년부터 교과서 채택이 또다시 문제가 돼 시민네트워크 활동 상황을 확대했고 더 나아가 히로시마현 전체를 포괄하는 현민네트워크를 구성했다."

- 시민네트워크 등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벌이고 있는가.
"기본적으로는 후소샤 교과서와 일반적인 교과서 검정이 어떤 시스템으로 채택되는지 공부하고 있고 왜곡 교과서 채택을 저지하는 다양한 전시회나 토론회 등을 열고 있다. 이외에도 히노마루나 기미가요 등 일본의 우익적 교육을 대신해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를 연구하기도 한다."


- 전국적으로 후소샤 교과서 채택 저지를 위해 활동을 벌이고 있는 단체는 얼마나 되는가.
"정확하게 몇 개 단체가 활동을 벌이고 있는지 확인하긴 어렵다. 하지만 각 단체가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히로시마현민네트워크의 경우에도 츄코쿠(일본 중부지방) 지방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시민단체들과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후소샤 교과서, 전쟁 찬미하고 과거 숨겨"


- 후소샤 역사교과서가 왜 위험하다고 생각하는가.
"후소샤 교과서는 전쟁을 찬미하고 있고 일본이 과거에 한 일을 정확하게 말하지 않고 숨기고 있다. 후소샤 교과서를 가지고 공부하는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갈지 생각하면 후소샤 교과서의 위험성이 무엇인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 오는 8월이면 교육위원회에서 중학교 후소샤의 역사교과서 채택 여부가 결정난다. 히로시마 지역에서도 채택될 우려가 높다고 보는가.
"24개 교육위에서 자체적으로 검정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어느 지역의 교육위에서도 선정되지 않는 '채택률 제로(0)'를 바라고 있지만, 히로시마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상당히 위험하다는 보고다."

- 히로시마는 다른 도시보다 평화를 염원하는 분위기가 높았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 다른 것 같다.
"히로시마는 지금까지는 상당히 평화적인 이미지였다. 하지만 많은 변화도 있다. 원폭 피해지역을 둘러보는 사회 견학수업이 없어지는 학교도 늘어나고 있고 사회수업 자체도 줄어들고 있다.

히로시마에서도 평화교육을 편향된 교육이라고 비난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떤 교사는 평화를 지키자는 달력을 교실에 비치했다가 철거당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히로시마도 다른 지역 못지 않게 후소샤 교과서 채택 가능성이 높다."

"2001년 때와 상황이 다르다"

- 지난 2001년에는 후소샤 교과서 채택율이 0.039%에 그쳤는데.
"확실히 말해서 다르다. 새역모도 물밑 작업을 해왔고 정부 차원에서도 이라크 전쟁에 참가하는 등 사회적 변화가 있었다. 실제 문부과학성을 포함, 정부에서도 후소샤 교과서가 채택되기 쉽도록 권유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각지에서 보수 정치인 등 우익 인사들이 강연을 통한 압력을 넣고 있다. 지난 2001년에 비해 더욱 노골적이고 치밀한 계획아래 움직이고 있다. 현재 그들은 2001년 채택률이 저조했던 것을 복수하는 개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

- 새역모 등 일본 우익들이 후소샤 교과서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책을 출판하고 있다. 이긑은 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는데 일본인들의 이런 반응은 무엇 때문이라고 보는가.
"사실 대다수 일본인들은 역사교과서 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새역모 등 우익들은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책을 출판해 저렴하게 팔면서 베스트셀러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인들이 역사교과서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도 문제가 있다."

- 과거보다 일본의 언론도 우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후소샤 역사교과서를 바라보는 일본의 언론은 어떤 입장이라고 생각하나.
"일본 언론이 침묵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중립적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 중립이라는 입장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역사교과서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도 마찬가지지만 (일본의 우경화 등) 어떤 것에 대해서 비판하지 않는 것을 중립적이라고 말할 수 있나. 일본의 언론은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해야 한다."

"일본 언론은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말해야"

- 역사교과서 채택과 일본의 우경화를 막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시민사회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무척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한국인들이 후소샤 교과서 채택저지를 위해 방문하는 것을 보면 내가 더 잘해야 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일하게 된다. 한국인들이 이야기해주는 문제점을 듣다보면 알지 못하던 점들도 더 일깨워준다. 많은 교류를 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시민사회가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

- 앞으로 어떤 역사 교육을 일본의 아이들에게 하고 싶나.
"과거를 알지 못하고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일본을 전쟁이 없고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과거 어떤 일을 했는지 알아야 한다. 정확한 사실을 전해주는 역사교육을 하고 싶다. 전쟁이 없는 세상을 물려주고 싶기 때문에 더욱 제대로 된 역사교육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 통역 도움 : 김지현

*<대구경북 오마이뉴스> 바로가기→dg.ohmynews.com

덧붙이는 글 * 통역 도움 : 김지현

*<대구경북 오마이뉴스> 바로가기→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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