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달성, 우린 할 수 있다!

이번 기말고사, 공부방 아이들이 작정했습니다

등록 2005.07.04 20:38수정 2005.07.0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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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아이들 공부하는 모습

아이들 공부하는 모습 ⓒ 이선미

공부방 문을 들어서니 게임하는 친구들 몇몇을 빼고는 얼굴도 안들고 문제집을 풀고 있습니다.


'어라? 이 녀석들이 웬일이지?'

한 쪽 벽 구석에는 독서실 같은 분위기로 책상을 꾸며놓고는 고등학교 대입시험 준비를 방불케하는 눈빛으로 동현이와 아라가 공부를 하고 있네요.

"이게 뭐야? 뭔 일 있는거야?"

"우리 시험 준비해요."

시험공부 하니 건들지 말라는 동현이의 쌩한 말투. 옆에 있던 중학교 1학년 용진이가 끼어듭니다.


"동현이 어제 일요일에도 공부방 와서 문제집 풀고 갔어요!"

"초등학생 동현이 공부할 동안 너네도 문제집 많이 풀었냐?"


이 말에 중학교 1학년 용진이와 동준이는 못들은 척 고개를 숙입니다. 물론 시험 성적이 아이들의 근본적인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난 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을 키워줍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교과과정에 벌써 영어가 들어가면서 비싼 과외비 주고 배운 애들은 승승장구인데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중학교에 가기 전에 벌써 뒤쳐지고 있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럼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고 말지요.

a 아이들이 붙여놓은 종이

아이들이 붙여놓은 종이 ⓒ 이선미

중학교 1학년 동준이는 매번 공부를 할 때면 "못하겠어요. 이거 뭐 이렇게 어려워!"라며 투덜투덜 댑니다. 시작하기도 전에 "난 할 수 없어. 다른 애들보다 늦을거야"라는 생각에 아예 포기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오늘은 중학교 사고뭉치 녀석들이 딱지치기하면서 대충 문제집 들여다 볼 동안 초등학교 아이들은 예전에 없었던 면학 분위기로 똘똘 뭉쳐있었습니다.

아이들 책상 위에는 이렇게 써있군요.

"목표달성! 우린 할 수 있다. - 수련언니, 동현, 아라- "

오늘 문제집은 이렇게 풀었으며 연습장에 문제 푼 것은 다섯 장이 넘는다면서 아라는 별표가 마구 표시된 연습장을 보여줍니다.

한편 중학교 친구들은 그냥 못들은 척하고 문제집에 계속 낙서를 하고 있네요. 동생들이 의외로 공부를 열심히 하니 불똥이 자기네로 튈까봐 못 들은 척, 뭔가 하고 있는 척 그렇게 너스레를 떱니다. 그 모습이 귀엽고 웃기네요.

얼마 전 미국에 살다온 진규가 영어 대회에 나갔습니다. 가족 형편상 잠시 외삼촌 댁에서 사느라고 5년간 미국에 살다온 진규는 영어 듣기능력이 뛰어나지만 들은 내용이나, 읽은 내용을 한국말로 표현을 잘 못합니다. 그리고 국어시험을 보면 빼곡한 글자에 눈이 충혈되면서 집중이 잘 안된다고 합니다. 그런 진규는 학교에서 영어도, 국어도 잘 못하는 것 같아 많이 자신감이 없어했습니다.

a 공부하는 아라

공부하는 아라 ⓒ 이선미

그러나 이번에 영어대회에 우리 공부방 대표로 나가면서 겉으로는 영어시험 잘 못봤다며 툴툴대지만, 매주 화요일 영어시간을 줄곧 기다린답니다.

누구나 저마다의 장기가 있습니다. 진규는 영어를 잘하고, 아라는 춤과 노래를 잘하고, 용진이는 손재주가 있으며, 진욱이는 집중력이 좋습니다. 아이들 하나하나가 소중한 소질 하나씩은 꼭 갖고 있지요. 그걸 어른들이 잘 못 찾아 주는 겁니다.

아마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들의 보석같은 모습을 찾아내고, 키울 수 있게 되겠지요. 그러한 공부방 선생님들과 부모님들, 학교선생님들 노력 전에 아이들 스스로 "난 할 수 있어!"라고 마음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요.

우리 아이들, 정말 잘 할 수 있으리라는 것.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선미 기자는 춘천시민광장 부설 꾸러기어린이도서관과 꾸러기공부방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선미 기자는 춘천시민광장 부설 꾸러기어린이도서관과 꾸러기공부방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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