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우고 씻기고 나면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합니다. 수차 실랑이가 벌어지고 한번 울다가 입에 넣고 가만히 있지요. 마지못해 먹다가 급하면 밥상에서 머리를 묶어주기도 합니다. 참 아이들과 아침전쟁은 언제 끝날까요? 그래도 아침은 꼭 먹이렵니다.김규환
낮에 보면 반은 어른인데 해질 무렵부터 해뜰 때까진 징징거리는 아이, 어린이집에선 동료들 사이에 활달하기로 소문난 아이가 유난히 졸음과 피곤함 앞엔 어찌할 바를 모른다. 이제 거의 컸다 싶도록 의젓한 아이가 비웃기라도 하듯 낮과 밤이 확연히 구분되는 이 현상에 어미아비 된 우린 이중성격을 갖고 있는 걸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체 누굴 닮아서 잠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인가? 역시 솔강이보다 한살 위인지라 누나노릇 하는 의젓함에 대견하기까지 한데 이도 시간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가니 과연 해강이의 진면목은 무얼까?
낮잠을 재우는 작년까진 이런 일이 없었다. 올 초부터 6세반 아이들에게 단잠을 빼앗은 이후로 저녁 때 집으로 데리고 올 무렵 이미 녹초가 되니 반쯤 감긴 상태에서 업어달라고 떼를 쓰기도 하며 간신히 집으로 온다.
저녁밥을 준비하는 동안 곤히 잠에 떨어지기 부지기수다. 끼니를 거른 채 오늘도 12시간을 넘겨 꿈나라로 가서 일어날 줄을 모른다.
잠이 보약이라고 깨우지 않고 내버려둬 봤지만 이도 하루 이틀이지 부모 마음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실 아이들은 자는 동안 큰다고 하지 않았던가. 문제는 잘 먹고 푹 자야 전날과 차이가 있을진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동안은 일찍 자게 되면 밤 한두 시에도 일어나 밥을 찾던 아이였다. 아침에 밥을 주지 않으면 집안이 울음바다가 되도록 제 밥그릇 챙기기 도사가 최근 부쩍 달라졌다. 어르고 달래지 않아도 김치만 있으면 밥 먹이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급기야 두어 달 전엔 어린이집 선생님을 찾아가 해강이만 따로 재울 수 없냐고 부탁을 드려봤지만 단체 생활이라 간단치 않은 모양이다. 이제 적응을 했거니 생각했더니만 더 악화가 되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그사이 솔강이는 부쩍 커서 이미 아이가 아닌데 미운 다섯 살(태어난 달이 1월이라 둘 다 1년 빠른 아이들과 동급반이다)이 실감나도록 밉다.
내가 이런데 엄마와 사이는 좋을 리 없다. 모녀간에는 언제 연쇄적으로 지뢰가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도화선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아내는 이를 악물고 아이를 잡으려하고 아이는 그런 어미에게 지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덤빈다.
약한 펀치만 슬슬 날려대는 형국이니 관전하는 쪽에서도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없다. 버릇을 고치려면 단번에 혼쭐을 내줘야하는데 슬슬 건드리는 수준이니 오히려 악순환의 연속이다. 밥 먹을 때는 더 했다.
몇 번은 뜯어 말려보고 아내에겐 아이 정신이 말짱할 때 이해하도록 찬찬히 설명하자고 했다. 이 정도 컸으면 충분히 알아들을 나이라며 괜히 성질머리 버리는 일에 나서지 말라고 했다. 밥상 앞에서 우리가 어릴 적 목이 메도록 잔소리를 들었는데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으니 좋지 않은 관습은 바뀌어야 되지 않은가.
큰 여우와 작은 여시(?)가 으르렁거리는 모습이 하루 이틀이지 반복되는 건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중간에 낀 사람은 더 난감하다. 애를 잡는다고 잡히지도 않거니와 반대로 모난 성격이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