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억울한 옥살이 여부 못 밝히나 안 밝히나

대법 판결문 뒤집고 국과수 문서 감정결과도 '무시'

등록 2005.07.07 12:14수정 2005.07.0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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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국과수 건축물관리대장에 대한 감정결과(왼쪽)와 검찰의불기소이유서(오른쪽). 국과수가 '1회이상 복사기 등을 사용했을 것'이라는 감정결과와는 달리 검찰은 '광파일시스템 방식'으로 출력됐다'고 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국과수 건축물관리대장에 대한 감정결과(왼쪽)와 검찰의불기소이유서(오른쪽). 국과수가 '1회이상 복사기 등을 사용했을 것'이라는 감정결과와는 달리 검찰은 '광파일시스템 방식'으로 출력됐다'고 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 심규상

소송상대자의 위증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제기한 고소사건을 재수사한 검찰이 대법원 판결 내용마저 뒤집는 결론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국과수의 문서감정 결과를 무시하기도 했다.

이모(47,대전시 서구 월평동)씨는 지난 2001년 사기미수 혐의로 기소돼 징역 8월형을 선고받고 7개월간 옥살이를 했다. 이씨가 당시 운영하던 컴퓨터 학원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서 하지도 않은 증축 공사비용 등을 명목으로 돈을 더 받아 챙기려 했다는 것.

이씨는 자신의 옥살이가 소송상대자 증인들의 위증에 따른 것이라며 반대편 증인들을 고발했다. 검찰은 이씨의 반대편 증인들을 위증혐의로 기소했고 대법원도 이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이씨가 학원증축 당시 건물주의 허락을 받고 증축공사를 벌였는데도 이를 허락한 바 없다는 건물주와 같은 취지의 증축업자의 진술은 위증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대전지검은 이씨의 사기미수 건에 대해 재수사를 벌였으나 증축업자 등의 위증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의 이같은 처분은 대법원 판결은 물론 검찰 스스로의 수사결과를 뒤집는 것이다. 법원의 판결은 검찰이 건물주와 증축업자를 위증 혐의로 기소한 데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씨의 진술은 처음부터 일관성과 건축물대장 등 증거자료가 있는 반면 증축업자와 건물주는 거듭 증언을 번복해 왔다.

국과수 “원본 문서 아니다” 통보에 검찰 “변조여부 판정할 수 없다” 역 해석


a 증축사실이 기재된 건축물대장(왼쪽 상단)과  검찰에 제출된 증축내용이 누락된 건축물대장(오른쪽)

증축사실이 기재된 건축물대장(왼쪽 상단)과 검찰에 제출된 증축내용이 누락된 건축물대장(오른쪽) ⓒ 심규상

이씨는 “대전지검이 또 다른 위증교사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짜 맞추기식 편파수사를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대전지검 관계자는 “증축업자가 이씨로부터 아파트 압류 소송을 취하받기 위해 있지도 않은 내용의 진술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며 “이씨의 요구대로 진술한 점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문서감정 결과까지 무시했다. 이씨는 자신을 고소한 서씨(학원 인수자)가 대전지검에 제출한 건축물관리대장에만 증축사실이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사건 조작을 위한 의도적인 문서 위조의혹을 제기했다.

국과수는 검찰의 의뢰에 따른 문서감정 결과를 통해 “적어도 1회 이상 디지털(팩스나 복사기)을 사용해 몇 차례 복사한 것”이라며 “동일한 원부에 의해 생산된 문서로 볼 수 없다”고 판정했다.

이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건축물관리대장에서 증축사실을 누락시킨 후 관인까지 찍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또 ‘광파일 발급분’이라며 단순 전산오작동이라는 그동안의 관할 중구청의 해명이 거짓임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전지검은 오히려 불기소 이유서를 통해 “등본의 변조여부를 명확히 판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국과수의 감정의뢰결과 등에 따라 변조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법원마저 ‘항고기각’을 ‘항고인용’으로 오판

검찰의 오류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검찰은 당초 이씨에게 사기혐의를 적용하면서 사건의 핵심 자료인 ‘인증서’와 ‘공정증서’의 문서번호를 서로 뒤바꿔 표기했다. 법원도 이를 근거로 이씨의 유죄를 인정했다.

검찰은 또 이씨가 이득을 취한 사실이 없는데도 ‘사기죄’로 기소했다가 1심 판결이후에 ‘사기미수’로 죄명을 변경했다.

a 민사항소법원의 ' 이 사건 항고를 기각한다'는 결정문을 형사법원은 '확정이 차단된 것'으로 오판했다.

민사항소법원의 ' 이 사건 항고를 기각한다'는 결정문을 형사법원은 '확정이 차단된 것'으로 오판했다. ⓒ 심규상

검찰과 법원은 이씨의 소송상대자가 제기한 압류취하신청 항고가 기각됐음에도 이를 인용된 것으로 오판하기도 했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인증서와 공정증서 문서번호를 뒤바꿔 표기하는 등 오류가 있다”며 “하지만 사기미수라는 본안 판결과는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검찰이 결정적인 국과수 감정 결과마저 의도적으로 왜곡해 문서 위조 행위를 눈감아 주고 있다”며 “검찰과 법원의 오류와 오판에 의해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전지검이 대법원 확정 판결마저 무시하고 있다”며 “증거가 명확한데도 대검의 재기수사(2건), 고검 재기수사(2건), 자체 재기수사 (1건) 모두를 무혐의 처분하는 편파수사를 해 두 번 죽이고 있다” 고 성토했다.

한편 법원은 이씨에 대한 유죄판결의 증거가 된 건축주와 증축업자의 증언이 허위로 드러남에 따라 현재 이씨 사건에 대한 재심을 벌이고 있다. 대검도 이씨의 재항고에 따라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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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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