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산업은 IT 보다 5배 이상 고용창출"

[인터뷰] 김종민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록 2005.07.08 09:17수정 2005.07.0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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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한국관광공사 사장
김종민 한국관광공사 사장오마이뉴스 남소연
그는 '고도의 감성적 휴먼서비스'라고 했다. 기자가 멋있는 말들은 다 들어가 있다고 했더니, 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곧이어, 말만 그럴 듯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관광산업이라는 것이 그렇다는 것이다. 단순한 '유흥'이나 '오락' 차원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산업'이라고 했다.

김종민(55) 한국관광공사 사장. 지난 7일로 사장 취임 100일을 맞는 김 사장은 그동안 '관광'이 가진 오해와 편견을 깨기 위해 싸워왔다고 한다. 인터뷰 내내 그는 '관광'이라는 말보다 '관광산업'이라는 말을 더 많이 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관광공사 빌딩 16층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인터뷰를 마치고 곧장 일본으로 건너갈 계획이라는 김 사장은 바빠 보였다. '세계 관광 산업은 전쟁중'이라는 말과 함께 그는 '한국'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최전선에 배치된 야전 사령관이었다.

공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노조와 강원도 본사 이전 합의

또 최근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한 대안으로 그는 관광산업의 육성을 꼽았다. 그 어떤 산업보다 '노동 집약적' 성격을 가진 관광산업을 통해 고용을 늘리고, 다시 소비회복을 이끌자는 것이다.

김 사장은 "똑같은 1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가정했을때, 관광산업은 정보통신보다 5배, 일반 제조업보다 2배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다"면서 "고용이 늘면, 가계 수입이 증가하고, 소비회복도 그만큼 빨라진다"고 설명했다.

관광공사는 최근 정부의 공기업 지방 이전 발표에 따라 강원도로 본사를 옮기게 됐다. 그는 "강원도는 국내 최대규모의 관광지로 공사가 이전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며 "현재까지 공기업 가운데 관광공사만이 유일하게 노동조합과 이전 합의를 마쳤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 독도와 교과서 왜곡 등의 문제로 한일관계가 냉각되자, 그는 부랴부랴 일본으로 건너가 한국 관광상품 세일즈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외국인 관광객 숫자 등에서 일본 관광객 비중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그가 머릿속으로 그려온 관광산업의 현재와 미래 등을 들어보자.


다음은 김종민 사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쉬지 않고 일만 했던 우리는 참으로 불행한 세대"


김종민 한국관광공사 사장.
김종민 한국관광공사 사장.오마이뉴스 남소연
- 관광공사 사장인데, 관광은 자주 다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참으로 불행한 세대다. 지금이야 주 5일제가 실시되고, 여러 내외부 여건도 좋아졌지만, 우리 세대만 하더라도 제대로 쉬길 했나, 뭘 했나. 오로지 회사와 집만을 오고간 사람들 아닌가. 공사 사장을 떠나 앞으로 좀더 다닐 생각이다."

- 얼마전 정부의 공기업 이전 방안이 발표됐다. 관광공사는 강원도로 가는 것 같은데.
"그렇게 나왔다."

-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내부 직원들은 어떤 반응인가.
"강원도는 국내 최대규모의 관광지다. 공사가 이전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생각한다. 내부 직원들도 합리적인 결정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강원도로 이전하면서, 공사 직원에 대한 주택이나, 자녀 교육 문제 등은 해결해야할 과제다."

- 다른 공기업들은 노동조합에서 기업 이전을 반대하며 반발이 거세다고 한다.
"좀전에 말했듯이 직원들 입장에선, 주택과 교육문제, 맞벌이 등으로 생활 터전을 지방으로 옮겨가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또 노동조합에서 이전을 반대하는 것도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우리는 최근 노조와 강원도 이전에 대해 여러 이야기 끝에 합의를 이끌어 냈다. 아마 공기업 가운데 처음 일 것이다."

"일본 관광객이 줄고 있다"

- 강원도 내부에서도 공사 본사 유치 경쟁이 있다고 하는데, 생각해 둔 도시라도 있나.
"아직 뭐라 말하기에는 이르다. 강원도와 잘 협의해서 결정하겠지만, 직원들의 교육과 주택문제 등을 잘 제시하는 곳이 아무래도 유리할 것으로 본다. 공사 내부에서도 지역이전 테스크포스팀을 꾸려 준비중에 있다."

- 요즘 전반적인 경기침체도 그렇고, 관광객도 줄고, 관광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지난달말까지 한국을 찾은 관광객을 합하면, 지난해에 비하면 오히려 10% 가량 늘었다. 하지만 최근 독도와 교과서 왜곡 문제 때문인지, 일본 관광객의 숫자가 줄었다. 이들은 우리 외국 관광객 가운데 40%를 차지할 정도로 주요한 고객이다. 여기에 유가와 환율 영향도 받은 것 같다."

- 대책을 세우고 있을 텐데.
"최대 시장인 일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한류를 활용한 마케팅활동을 계속할 생각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곧장 일본으로 가서, 대규모 판촉행사를 벌일 예정이다. 겨울연가로 잘 알려진 탤런트 최지우씨도 행사에 참여한다. 또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서는 드라마 '대장금' 등을 활용할 생각이다."

"저성장체제에 고용을 늘릴수 있는 관광산업"

- '관광'이라는 말 대신 '관광산업' 이라는 말을 쓰자고 제안했다고 들었다. 관광이 '산업'으로 취급돼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더 이상 관광을 단순한 여행이나 유흥, 소비의 시각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관광이라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잡는 산업이다. 한 나라의 역사, 문화, 생활 등의 각종 요소를 관광객들에게 어떻게 잘 전달하느냐에 따라 다시 방문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고도의 감성적 휴먼서비스' 인 셈이다. 또 고용 창출 효과도 크다."

- 관광산업은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고 했는데, 다른 산업과 비교해 보면 어떤가.
"관광 자체가 사람을 통해서 이뤄지고, 사람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업종 아닌가. 산업별로 나타난 고용유발계수를 보면, 10억 매출 기준으로 일반 제조업은 평균 24명의 고용유발효과가 있다. 정보통신(IT)은 9.7명으로 10명이 채 안된다. 하지만 관광은 52~53명에 달한다. 일반 제조업보다 2배, IT보다는 5배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 올 한해 경제성장률도 당초 정부 예상치 5% 수준에서 훨씬 못 미치는 4%대 초반이나, 3%까지 밀릴 정도로 저성장 체제다. 정부도 교육과 관광 등 서비스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것 같은데.
"관광을 이제는 우리 경제를 이끌어 가는 강력한 축으로 생각해야 한다. 특히 고용없는 성장시대의 대안으로 관광산업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어 중동과 홍콩, 중국, 싱가포르 등 많은 국가들이 관광인프라에 엄청난 돈을 투자하고 있다. 세계 관광산업도 이미 전쟁에 들어가 있다. 정부와 민간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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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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