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직접 전력공급 '멀고도 험한 길'

시간·비용 만만찮아... 산자부-한전 "기술적 검토 안됐다"

등록 2005.07.13 16:54수정 2005.07.1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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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개성공단 송전 전과 후 지난 3월 16일 오후 1시 경기도 문산 변전소에서 북측에 위치한 개성공단에 송전을 시작했다. 이날 저녁 경기도 파주 최전방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일대가 전등으로 환하게 밝혀져 있다(아래). 위 사진은 지난 해 12월 개성공단 야경.

개성공단 송전 전과 후 지난 3월 16일 오후 1시 경기도 문산 변전소에서 북측에 위치한 개성공단에 송전을 시작했다. 이날 저녁 경기도 파주 최전방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일대가 전등으로 환하게 밝혀져 있다(아래). 위 사진은 지난 해 12월 개성공단 야경. ⓒ 연합뉴스 황광모


북핵문제 해결 방안으로 오는 2008년부터 200만kW의 전력을 북한에 직접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중대제안'은 실현될 수 있을까. 정부의 대북 직접 전력공급 제안이 현실화되려면 '미국의 동의'와 '북한의 수용'이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정치적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넘어야할 산들이 많다.

현재 남한의 전력 설비용량은 약 5996만kW(2004년 기준)로 북한 설비용량 777만kW의 7.7배에 이른다. 남한의 경우 연간 12%의 예비전력(약 720만kw)을 두고 있으므로 수치상 200만kW의 전력을 북한에 공급하는데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200만kW의 전력은 제주도가 1년간 사용하는 전력(50만8000kW)의 4배에 이른다.

한전에 따르면, 북한은 매년 450만kW의 전력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남한에서 200만kW의 전력을 보내주기만 한다면, 북한으로서는 연간 사용량의 절반 가까운 전력을 무상으로 제공받는 혜택을 누리는 셈이다.

그러나 200만kW의 전력이 북한으로 가기까지의 길은 멀고 험하다. 통일부는 12일 추가 비용부담 없이 경수로 건설비용만으로도 오는 2008년부터 전력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북한과 협의만 된다면 3년 내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국전력공사의 의견은 다르다.

한전 "북한 전력공급체계 정확히 몰라... 조사 필요"

한전 남북전력실 관계자는 "아무리 짧게 잡아도 2~3년 내에는 (전력공급이) 쉽지 않다"며 "북한의 전력공급체계가 정확히 어떤지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라 일단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남북한의 전력공급 체계가 서로 달라 남한에서 전력을 보내준다고 하더라도 효율적으로 사용될 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산자부 자료에 따르면, 남북한의 주파수(60Hz)는 같지만 송전과 배전전압은 전혀 다르다. 남한의 송전전압은 765kV·345kV·154kV·66kV 등 4가지지만, 북한은 220kV·100kV·66kV 등을 쓰고 있다. 배전전압 역시 남한은 22.9kV·6.6kV·220V·110V 등이지만, 북한은 20kV·10kV·6kV·3kV·220V·110V 등이다.


서로 다른 전력 체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따로 변전소 등의 전력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아울러 노후한 북한의 전력배급시설도 고려해야 한다.

한전이 예상하는 공사기간도 통일부의 '청사진'과는 사뭇 다르다. 현재 한전은 북한 개성공단 2만8000평에 매일 1만5000kW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문산에서 비무장지대를 통과해 개성까지 25km 거리에 송전선로를 까는데 6개월이 걸렸다. 물론 송전선로 공사는 그다지 큰 어려움이 없다. 문제는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가 까다롭다는 점이다.


남북전력실 관계자는 "송전선로(철탑)를 설치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들지 않지만, 관련법에 따른 인허가 절차와 환경영향평가를 받는데 6개월이 걸렸다"며 "200만kW의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대북 전력공급을 위해 경기도 양주변전소에서 북한 평양까지 약 200km에 이르는 거리에 송전선로를 깔아 전력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개성공단까지 약 6개월 걸린 점을 감안한다면, 당장 2008년까지 송전선로를 설치하기에는 시간이 매우 촉박한 상황이다.

물리적 시간 촉박

또 다른 문제는 비용이다. 통일부는 경수로 건설사업비에도 못 미치는 약 3조5000억원 정도로 대북 전력공급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양주-평양간 송전선로 비용 5000억원, 변전소 설비 1조원 등이 통일부가 계산한 비용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더 많은 비용이 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동영 장관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화력발전소(중유)를 짓는데 약 2조원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전은 50만kW짜리 화력발전소를 1개 짓는데 대략 6000~7000억원이 든다고 보고 있다. 200만kW를 생산해 내려면 50만kW짜리 화력발전소 4기를 지어야 하고, 이 때 비용은 약 2조4000억원~2조8000억원 가량 된다.

화력발전소가 아닌 원자력발전소를 지으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 200만kW의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원자력발전소(통상 1기당 100만kW 생산) 2개 정도가 필요하다. 원자력발전소 1기를 짓는데 드는 비용은 2조5000억원. 2기를 지으려면 5조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이 비용만으로도 통일부의 예상을 뛰어넘는 액수다.

송전선로 설치비용이 얼마나 들지도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전이 개성공단까지 2개의 송전선로를 까는데 들인 비용은 40억원이었다.

아울러 매년 북한에 전력을 공급하려면 연간 1조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한전에 따르면 200만kW의 전력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원가는 약 7000∼8000억원. 여기에 연료비 증가 등 외부요인이 작용하면 매년 약 1조원 정도가 들어간다는게 한전측 설명이다.

사안의 특성상 한전과 사전 조율 없어

이처럼 정부와 한전의 의견이 부딪치는 것은 사전 조율이 없었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정동영 장관의 발표 직전까지 '보안'을 이유로 대북 전력공급 계획을 한전 등에 알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대북 전력공급 계획은 출발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대북 전력공급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일단 환영할 만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실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실정 및 비용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 모든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지, 또 과연 정부가 2008년 북한에 첫 전력을 송전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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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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