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축우라늄, 6자회담 걸림돌 되나

한-미, '중대제안' 해석에 동상이몽... 라이스 "핵폐기 대상에 포함"

등록 2005.07.13 18:18수정 2005.07.13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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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에서 반기문 외교부 장관과 라이스 미 국무부장관의 합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1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에서 반기문 외교부 장관과 라이스 미 국무부장관의 합동 기자회견이 열렸다.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의 핵 폐기를 전제로 한국이 주도하는 '대북 직접 송전'과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간 안전보장'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른바 '대북 중대제안'에 대해 한미간에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주목된다.

특히 북한의 핵 폐기 대상에 플로토늄 뿐만 아니라 고농축우라늄(HEU)까지도 포함되는지를 둘러싸고 한미간에 다른 시각을 보임에 따라 오는 27일부터 시작되는 제4차 6자회담에서는 HEU 프로그램 검증 및 철폐 문제가 '걸림돌'로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한 고위 관계자는 13일 '대북 중대제안'에 대한 배경설명을 하는 자리에서 "우리측 중대 제안과 미측이 작년(제3차 6자회담 때) 북측에 제시한 'HEU 프로그램의 인정 및 3개월내 검증조건 제시' 요건이 연계돼 있느냐"는 질문에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고 전제하고, "그것은 저희들이 미국이나 북한하고 협의하는 전략적 요소다"면서 "그래서 그 부분은 나중에 회담과정에서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이 고위 관계자는 이어 "중대 제안은 이것 하나이고 다른 내용 없다"면서 "안전보장, 대체 에너지 (두 가지) 문제가 있다면 에너지 문제 쪽의 중대 제안은 딱 이것만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비슷한 시각에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한국의 대북 에너지 지원안은 지난해 6월 3차 6자 회담 때의 제안과 비슷하다"며 "에너지 지원의 전제조건인 북한의 핵 폐기 대상에는 플로토늄뿐 아니라 고농축우라늄도 포함된다"고 강조해 대조를 이뤘다.

라이스 장관은 특히 "한국의 제안은 지난해 6월 3차 6자회담 때 나왔던 제안의 일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3차 6자회담 때 미국은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의 폐기를 약속하고 3개월안에 이를 이행한다면, 미국을 제외한 한·중·러·일의 북한에 대한 중유 제공에 찬성하고, 잠정적 다자안전보장 제공,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및 경제제재 해제 문제 협의 개시 등을 제안했다.

결국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미국의 입장은 북한이 플로토늄은 물론 HEU 프로그램까지 폐기하는 대가로 에너지 지원을 하되, 여기에 미국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별로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준 것이다.


물론 한국 정부의 '중대제안'이 북한에 대한 전력 직접 송전 외에 '플러스 알파'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강한 만큼 미국의 입장 변화에 또 다른 변수가 있을 수는 있다. 실제로 라이스 방한 전의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라이스 장관은 대북 에너지 지원 방안과 관련 "한국측이 몇가지 매우 유용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기 때문에 이번 방한 길에 이에 관해 더 알아볼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또한 앞서의 NSC 고위 관계자가 밝힌 "에너지 문제 쪽의 중대 제안은 딱 이것만 돼 있다"는 한국 정부 입장과 배치된다.


한편 북한은 그동안 HEU 프로그램의 존재를 부인하면서 미국에게 증거를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그렇게 하면 북한이 증거를 폐기할 것"이라며 거부해왔다.

최근 일부 외신들은 북한이 지난 3월31일 주장했던 6자 회담의 군축회담으로의 전환 요구를 포기하는 대신, 미국은 HEU 프로그램 시인 요구를 철회할 것이라고 보도했었다. 그런데 라이스 장관의 발언은 이 같은 보도를 부인한 것이다. 따라서 HEU 프로그램 문제는 4차 6자회담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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