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고려하나" - "말 함부로 말라"

[첫 공청회] '박근혜 대표 임기' 암초 걸린 한나라당 혁신안

등록 2005.07.13 20:51수정 2005.07.1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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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혁신을 위한 공청회`에서 박근혜 대표가 토론회 자료집을 살펴보고 있다.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혁신을 위한 공청회`에서 박근혜 대표가 토론회 자료집을 살펴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 '혁신안' 논의가 박근혜 대표의 임기 문제로 귀착되면서 정작 당 혁신은 물건너갈 판이다.

당 혁신위원회(홍준표 위원장)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의원은 13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박 대표 임기 때문에 혁신안을 불신한다면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은 7월로 미룰 수 있지 않겠냐"며 "이 같은 중재안이 혁신위원들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의원은 "혁신안대로 당의 체제를 정비하고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이 맞다"며 기존의 혁신위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대표를 내려앉히겠다는 것 아니냐'는 박 대표측의 거부반응을 의식, 이 같은 자구책을 고민중이라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혁신안 '내용'에 대한 논의는 실종되고 조기 전당대회 개최 논란으로 번지고 있는 데 대한 우려였다.

혁신위의 고민 "대표 선출만 7월로 미뤄야 하나"

하지만 홍준표 위원장은 "혁신안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며 이 같은 입장을 일축했다. 홍 위원장은 "지엽말단적인 문제가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며 혁신안 논의가 반박-친박 구도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 불만을 내비쳤다.

당권·대권분리,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혁신안이 발표되면서 한나라당은 다시 내홍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혁신위가 지난달 최종안을 발표하면서 "내년 5월 지방선거 전에 혁신안대로 당 체제를 정비하고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다.

그렇게 되면 최소한 내년 3월에는 전당대회를 치러야 하고, 박 대표도 대표최고위원직을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박 대표는 일찌감치 '내 사전에 재신임은 없다'며 조기 전당대회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혁신위는 당대표를 흔드는 것으로 비춰졌다.


a `한나라당 혁신을 위한 공청회`에서 홍준표 혁신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 혁신을 위한 공청회`에서 홍준표 혁신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 같은 갈등은 혁신위 첫 공청회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는 당 지도부를 비롯해 혁신위원장, 외부인사, 당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당 혁신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혁신안 작성을 주도한 홍준표 위원장은 "두 번의 대선 패배 후 당을 구조혁신 하는 등의 반성이 전혀 없었다"며 "좌파정권이 10년을 집권했는데 앞으로 5년을 더하면 이 나라는 망한다"고 절박감을 드러냈다. 이어 홍 위원장은 "출발은 자기 자신의 것을 버리는 것으로 출발한다"며 "자기 것을 움켜쥐고 남에게 희생을 강요하면 혁신이 아니"라고 박 대표를 겨냥했다.


혁신위 간사를 맡고 있는 박형준 의원 역시 "혁신위 안의 내용보다는 조기전당대회 문제가 이슈가 되었고 이 때문에 심각한 당내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춰진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또 "지방 선거 공천권 시도당 이양, 광역단체장 경선을 대통령 후보 경선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혁신안들이 포함되어 있다"며 "혁신안이 지방선거 이후 실천된다면 이런 안들은 의미가 없어진다"고 조기전대의 불가피성을 토로했다.

"당내 파벌을 인정하라, 그게 서로에게 도움"

이날 토론회는 홍 위원장과 박 의원을 제외하고 대부분 반대 입장을 가진 인사들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유영하 정치발전위원은 대선 1년6개월 전 대통령 후보자는 모든 당직에서 물러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당권대권 분리안에 대해 "유력 주자의 입장을 고려하는 것 아니냐"고 '이명박 계열'로 통하는 홍 위원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유 위원은 "관리형 대표와 최고위원체제로 가면 당은 공동화된다"며 "국민과 언론의 시선은 온통 대선 주자들에 집중되는데 누가 당에 신경을 쓰겠냐"고 '재검토'를 주장했다.

또 유 위원은 조기전당대회 개최 문제와 관련 "내년 3월 조기 전대를 개최한다고 치자"며 "박 대표가 다시 대표 선거에 나선다 해도 7월까지 임기가 3개월 밖에 남지 않는데 누가 나서겠냐"고 지적했다.

특히 박 대표 체제하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 위원은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은 유력 주자들의 지원을 받고 싶어한다, 그런데 다른 두 주자는 공직에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지 않냐"며 '현실론'을 제기했다.

엄호성 의원은 "유력정치인의 당무 참여기회를 조기에 제한하는 것은 당의 권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막강 권력을 가진 최고위원들이 '대권주자 대리인'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계보정치'의 부활을 우려했다.

책임당원제 역시 박 대표와 혁신위 사이에 뜨거운 쟁점 중 하나. 박사모 등 든든한 외곽부대를 둔 박 대표로서는 책임당원제 도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혁신위는 후보 선출 투표권을 일반당원, 책임당원, 국민여론 등 골고루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영조 교수(경희대)는 "당원이 300만명에 육박하는데 당비납부율은 0.3∼0.4%로 엄청 낮다"며 "물이 썩어가는데 튼튼한 물고기를 가두어서 어떻게 해보겠다는 것"이라고 책임당원제 도입을 주장했다. 김용호 교수(인하대) 역시 "당비를 내는 자발적 참여자에게 지도부 선출 등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당원이 시도지부 지도부를 선출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동조했다.

이진곤 <국민일보> 논설실장은 "차라리 파벌을 인정하라"고 꼬집었다. 이 실장은 "무엇보다도 당내 엄존하고 있는 갈등 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체계를 담아야 한다"며 "쉬쉬 하다가는 결국 대통령 후보에 나설 리더들이 서로 상처를 입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홍 위원장은 '특정 세력' 운운한 유영하 위원의 발언을 꼬집으며 "불쾌하고 유감이다, 함부로 말하는 게 아니다"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책임당원제에 대해서는 "헌법에도 일반국민과 책임국민을 나누지 않는데 헌법에 기초한 정당에서 당원을 구분한다면 위헌"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토론회를 지켜본 한 소장파 의원은 "이게 무슨 공청회냐"고 냉소를 던졌다. 박 대표측 입장을 대변하는 토론자 일색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공청회는 당 사무처에서 준비했다.

a 혁신위에 참여한 박형준 의원이 발제를 하고 있다.

혁신위에 참여한 박형준 의원이 발제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박근혜 대표의 고민

한편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박 대표는 인사말을 대신해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는 심정으로 혁신위를 꾸렸다"며 "혁신안 내용 중에 국민의 뜻을 담아낼 것이 있으면 추가로 담는 등 의견수렴 과정을 밟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로서도 마냥 혁신위안에 비판적일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조기 전당대회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자리에 연연한다'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혁신위안이 무산될 경우 '한나라당 혁신은 물건너 갔다'는 비난 여론도 당대표의 몫이다.

박 대표가 지난달 말 서둘러 혁신안 논의를 밀어부치려는 태도를 취하자 "속전속결로 기각시키려는 것이냐"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새정치수요모임(박형준 회장) 등 소장파측에서 '혁신안 전국 투어'를 계획하며 공세적으로 나서자 박 대표측은 이를 수용해 전국 주요도시 순회 공청회를 거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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