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연봉 임원들에 '부동산 인센티브'?

삼성전자 분당 초호화 오피스텔 눈길... 외부에는 '쉬쉬'

등록 2005.07.15 12:40수정 2005.07.1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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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내년 6월 완공예정으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짓고 있는 호화오피스텔 전경.
삼성전자가 내년 6월 완공예정으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짓고 있는 호화오피스텔 전경.김종철

'우~웅...탁...탁...'

1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54번지 일대. 우뚝 솟아있는 거대한 두 기둥의 벽면으로 간이형 엘리베이터가 쉴새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언뜻 보면 두개의 독립된 건물인 것처럼 보이지만, 공중으로 구름다리를 연상케 하는 다리가 이들 두 건물을 연결시키고 있다.

오후 4시께 공사 현장 입구에서는 '삼성중공업'과 '성남시'라는 글귀의 임시 간판만 세워져 있을 뿐이었다. 대신 웬만한 공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물이름이나 공사내용, 일정 등이 담긴 공사개요 표시판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인근 도로와 공사현장을 구분하는 외벽도 마찬가지였다. 단지 현장 관리를 위해 지어진 간이 콘테이너 건물에 이곳이 삼성의 분당업무시설 공사현장이라는 조그만 글귀만 있을뿐이다. 그것 역시 노동부가 재해 방지를 알리는 플래카드의 한 부분이다.

인근 O 식당 주인 김아무개씨는 "삼성에서 작년부터 공사를 하는 것 말고 별로 아는게 없다"면서 "내년에 완공된다고 하는데, 이 건물에 삼성 계열사가 들어오느냐"며 되묻기도 했다.

"기자들에게 어떤 답변도 말라" 본사 지시

이 건물은 삼성중공업이 지난해부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54-1, 2, 3번지 2만 3000여평의 땅에 지상 37층, 지하7층 규모로 짓고 있는 초호화 주거용 오피스텔이다. 삼성중공업은 공사를 맡은 시공사이고, 실질적인 건물주는 삼성전자다.


지난 2001년 1월께 최종 건축허가를 받았고, 당시만 해도 '분당의 타워팰리스'라는 말이 회자됐을 정도였다. 지상 3층까지 상가로 구성돼 있으며, 나머지는 60평형대부터 100평형까지 모두 228실의 주거형 오피스텔이 들어선다.

입구에는 간단한 입간판이외, 건물명이나, 대지 등 공사개요를 알리는 표시판을 찾아볼수 없다.
입구에는 간단한 입간판이외, 건물명이나, 대지 등 공사개요를 알리는 표시판을 찾아볼수 없다.김종철
이날 현장에서 만난 삼성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굳게 다물었다. 공사 시작 날짜부터 완공일, 심지어 '몇층짜리 건물이냐'는 질문에도 묵묵부답이었다.


삼성중공업의 박아무개 과장은 "본사로부터 기자들에게 어떤 답변도 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면서 "공사와 관련된 일체 질문에 답하기 어려우니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할까. 공사 현장 관계자도 "여러 공사를 해왔지만, 이번 공사처럼 주변의 관심이 높은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최근 분당과 용인 등 집값이 급등하면서, 이 오피스텔의 분양과정에 대한 주변의 따가운 눈초리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오피스텔의 일부 평형에 대해 일반인을 상대로 한 분양을 하지 않고 자사 고위 임원들에게만 임의로 분양했다.

법 바뀌기 두 달 전에 설계변경 신청, 사업승인 받아내

현행 건축법상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등을 보면, 서울 수도권 지역에서 분양되는 모든 주상복합아파트나 오피스텔은 반드시 공개청약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다. 공개청약 절차를 밟지 않고 자사 직원들에게만 임의로 분양한 것만 따지면, 불법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분당 오피스텔 분양의 경우 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 이미 관련 법 시행 이전에 건축 허가를 받았고, 삼성쪽이 분양과 관련된 규칙이 바뀌기 직전에 이미 건물 설계변경 등 사업승인 등을 거쳤기 때문이다.

공개청약 절차를 명시한 현행 규정은 지난 2002년 9월 3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삼성쪽은 지난 2002년 7월 8일 해당 지방자치단체인 성남시에 오피스텔 건축 면적 일부를 변경하는 설계변경 신청서를 냈고, 11일 최종 승인을 받았다.

성남시 주택담당 관계자는 "정자동에 지어지고 있는 삼성 오피스텔의 경우 일부 건축면적을 조정하는 설계변경 신청과 승인이 이뤄진 것은 지난 2002년 7월이 맞다"면서 "관련 법안이 바뀌기 전에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굳이 일반인을 상대로 공개 청약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해당 법률에 따라 적법한 절차에 따라 분양이 이뤄진 것"이라며 "오피스텔의 주요 용도는 향후 회사에서 구현할 각종 홈네트워킹과 전자제품 등을 테스트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구체적으로 누가 얼마나 분양을 받았는지 밝힐 수 없지만, 대부분 수원과 기흥 등 전자 공장을 비롯해 본사 임원들"이라며 "분양가도 당시 기준으로 적정하게 책정됐다"고 설명했다.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일대 전경. 분당내에서도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등이 밀집해 있으면서, 집값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일대 전경. 분당내에서도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등이 밀집해 있으면서, 집값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김종철

현시세로 환산하면 평균 3~4억원 이상의 차익 올릴 수도

그렇다면, 회사쪽은 자사 임원들에게 얼마에 고급 오피스텔을 분양했을까. 삼성쪽에 따르면 회사쪽은 지난해 10월 전자 연구개발 인력과 우수 임원 등을 상대로 평당 1050만원에 특별 분양했다.

이 같은 분양가는 정자동 인근 다른 고급 주상복합아파트나 오피스텔보다 낮은 가격이다. 동양 파라곤과 대림아크로빌 등의 경우 시세가 평당 1500만원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파크뷰나, 현대아이파크 등 인기 건물의 대형평수의 경우는 평당 2000만원을 넘어서고 있다.

물론 주상복합아파트와 오피스텔의 특성상 분양가의 차이가 있다. 오피스텔의 경우 아파트와 달리 분양 면적이 크게 작다. 같은 100평형이라고 하더라도, 오피스텔은 전용면적이 아파트에 비해 적게는 50% 수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번에 분양된 삼성 오피스텔의 경우 분양면적이 적다 하더라도 주변 시세에 비춰봤을때 수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로 옆에 분당선의 정자역과 탄천 등이 있어 교통과 주변환경이 매우 좋은 편이기 때문이다.

또 주변에 내로라는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등이 들어서고 있다. '리프트업(lift-up)'이라는 최신 건축공법이 사용된 건물에는 내장재나 들어서는 시설도 최고급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따라서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은 이번에 분양을 받게 되는 삼성전자 임원들의 경우 시세 차익만 적게는 3억~4억원 이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주변 'ㄱ' 부동산 한아무개 대표는 "주변 교통여건이나 환경, 공사 마감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현재의 집값 추세가 일정 부분 이어진다고 하면, 삼성의 100평형대는 평당 2000만원을 호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ㅇ' 부동산 심아무개 대표는 "정확하게 얼마에 분양했는지 모르겠지만, 최근들어 인근 주상복합 등과 함께 시세가 크게 오른 것은 사실"이라며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을 만든 임원들에게 회사에서 이런 건물을 지어 분양해준다면 오히려 직원 사기 차원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경실련 아파트값빼기운동본부 박정식 팀장은 "최근들어 부동산 값 폭등에 따른 계층간 위화감이 커지고, 국민적 감정이 크게 좋지 않다"면서 "분양과정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삼성 분당 건물이 진정 기미를 보이는 분당일대 부동산 값에 다시 불을 지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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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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