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임
길을 잃고 헤매다
잿빛 하늘에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하니 장마가 끝인가 보다. 주 5일제 근무로 조금은 느슨해진 주말, 느슨해진 마음이 길 떠남을 재촉한다. 오늘은 어느 곳을 떠나 볼까? 서귀포 70경을 취재한 지 벌써 2년째 접어드는데도 70리는 절반도 걷지 못했다. 잘 알려진 관광지라면 혼자서 휘리릭-다녀올 수도 있는 곳이지만, 위치를 모를 땐 길 떠남이 고통이다.
서귀포시 상효동 산 85번지 일대, 이곳은 서귀포시가 지정한 서귀포 70경 선돌이 있는 지점이다. 그러나 손바닥 지도에는 한라산 자락에 점 하나만 찍어 놓았으니 갈 길이 막연하다. 그리고 울창한 수목림으로 에워싼 이곳을 표현하자면 우선 말이 막힌다. 온라인에서 선돌 가는 길을 찾아봤지만 정확한 안내가 없다.
막연한 생각으로 "출발하며 어디든 찾아갈 수 있겠지"하며 차를 돌린 곳이 지도 속 돈내코 지점. 지도에 그려진 선돌의 위치를 따라 가다보니 서귀포시 충혼묘지의 공동묘지 앞에 이르렀다. 바싹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산 끝자락에 있는 절 집의 앞마당에 도착한 자동차를 보고 스님이 놀라신다.
"이곳은 자동차가 들어 올 수 없는 공간입니다,"
길 끝 그리고 산 길 끝에 자리 잡은 남국선원에 계신 스님의 말씀에 무례한 행자는 가슴이 쿵쿵 뛴다. 그곳에 계신 보살님께 선돌 가는 길을 물어봤다. 오던 길을 다시 돌아서 가란다.